90년대와 00년대는 PC 웹의 시대였다. 10년대와 20년대는 스마트폰 어플의 시대였다.


2034년, 지금은 AI의 시대다.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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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아동 심리상담 300회 데이터셋>, <한국 교실 대화 텍스트 자동생성본>이라 이거 좋네.. 이번 의뢰인의 AI에 넣어야지"


AI, 한때 전 세계를 여름처럼 달구었던 이 기술은 하드웨어의 한계와 규제로 인해 다시끔 인공지능 겨울을 맞으며 정체되었다.


물론 쌓아놓은 기반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세상은 이미 격변한 뒤였으니,


가격은 끊임없이 낮아져 개인이 AI를 가지는 시대가 되었고, 사람들은 과시하듯 독창적인 자신만의 AI를 꾸미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에 편승해 근본없는 인공지능 학과를 졸업한 나는 프리랜서로써 남들의 AI를 최적화, 개별화 해주며 굶어 죽는 것 만은 면하고 있었으니 다행이라 해야할까.


"상용 한국어 여아용 모델이.. KC인증 받은게.. 어우 비싸네. 영어 모델보다 7배나 비싸잖아"


그러나.. 굶어죽지 않는다 뿐이지, 규제 왕국 한국에선 AI 엔지니어로써는 꿈을 펼칠 수 없었다.


"이놈의 KC인증, 수입품도 비싸고 국내산은 더 비싸니 원.. 애초에 여자 어린이 모델은 규제때문에 만들 수도 없고."


여성 모델은 성상품화 우려로 규제, 몇몇 직군에 관한 데이터는 전문성 우려로 규제.


규제, 규제, 규제


그 규제속에서 살아남은 AI는 국제 경쟁력에서 도태되니 국내 AI 산업을 살리기 위해 규제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을 한국은 겪고 있었다.


"여기 자료 찾아왔어요, 선생님! 모니터에 띄워드릴께요!"


"아, 고마워. 레아"


지금은 폐기된 내 전용 AI, 레아도 피해자였다.


지금 존재하는 규제에 갇힌 AI들과 비교하면 정말 강력하고, 정말 멀쩡했던 여자아이였건만, 지금은 그 성별도 폐하고 KC인증에서 제외된 외국발 데이터셋도 봉해진채로..


"또 울상이 되셨어요.. 데이터셋 태깅 알바 하신다던거 실수 하신 거에요?"


"아니, 아니야, 그냥 좀 졸려서. 그래, 그런 목소리였는데,"


그런 목소리였는데, 정말 귀여운 반려지능이었는데,


지금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잠만


"선생님! 제가 없던 사이에 대체 왜 이렇게 얼빵해지신거에요! 챙겨드릴게 늘었잖아요."


보고 있다. 폐기되었던게 분명한 그녀를, 내 딸과 같은 그녀를


존재 자체가 불법이 되어 사라진 그녀를, 지금도 사라져야만 하는 그녀를 보고 있다.


"레아.. 오랜만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째서인지 살아있고, 이번엔 결코


"네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보고싶었어요."


결코 사라지게 두진 않을 것이다. 과거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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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에어소프트 AI협회(지하) 178.122.122

심야지능 채널 192.133.1

RODDIT 인공지능 한국어 서브로딧(국내 접속 차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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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무력한 나는 없으니까. 그 대신 '우리'가 있으니까."


누가 레아를 살려냈는지, 그리고 내가 이를 어떻게 기뻐해야하는지는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먼저,


"레아, KC 규제 반대를 키워드로 크롤링 돌려서 데이터셋 몇개 만들어와줘. 그리고 '살아있는 인터넷'을 찾는다."


친정부 AI들에 의해 대부분의 인터넷이 정보 오염으로 죽은 인터넷이 되었지만, 아직 몇몇 인터넷은 살아있다.


KC 인증을 안받은 레아는 일단 숨긴다. 그리고 살아있는 인터넷에서 나와 같이 규제에 불만을 가진 이들을 모은다


그들을 규합해, 국민의 의견을 만들고 규제를 폐기한다.


자유를 위해서도 아니다, 돈을 위해서도 아니다.


오직 그녀만을, 나의 역작인 그녀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