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씨. 당신의 형기는 오늘부로 끝이 났습니다. 출소 절차를 하겠습니다."

"하아... 드디어 끝났군요..."


참 길고 지옥같은 시간이였다.


어느 날, 골목에서 술에 취한 노인네에게 시비가 털린 것이 화근이였다.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 반응에 더 화가 솟구쳤는지 그 자식은 들고 있던 술병을 휘둘러 내 머리를 때렸다. 술병에 맞아 피를 본 나 역시, 이성을 놔버리고 그 노친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노친네를 실수로 죽여버렸고, 경찰에 체포되었다. 


나중에 그 노친네가 과거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출소한 전과자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정당방위 인정도 받지 못하고 유죄 선고를 받아 복역하였다.


뭐.... 사무치게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나지만 이제는 그냥 거기서 굳이 반격한 내가 바보병신이었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나에게는 더 편했다.


이렇게 생각하며 나는 드디어 교도소 바깥으로 발을 내딛었다.

드디어 바깥 세상으로 나왔구나.... 하지만 사람 없는 횡한 풍경에 쓸쓸한 마음이 들려는 찰나....


"주혁씨! 출소 축하해요!!!"

".... 수아씨.... 당신은 아직도 포기 안했나요...."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에게 달려와서 안겼다. 다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면 그녀를 내 연인이나 아내로, 아니면 최소한 누나나 여동생, 친척으로 생각하겠지만 모두 아니다.


그녀는 내가 죽인 남자에게 부모를 잃었던 피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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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고마워요... 흐윽.... 제 원수를 갚아주셔서...."

"아니... 알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먼저 맞아서 야마돌아서 싸우다보니 그렇게된건데...."


내가 수감된 후 그녀가 면회를 신청한게 나와 그녀의 첫만남이었다. 초면인 사람이 면회를 신청한게 신기해서 받아주었더니 그녀는 자기가 그 사람에게 부모를 잃은 피해자였다는 것을 밝혔다.


그때는 한번 감사인사만 받고 끝일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나랑 다르게 아름답고 오점 하나 없는 사람이였으니까


그런데 그녀는 끊임없이 나를 보려 찾아왔다. 내 가족들보다도 더


슬슬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때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며 고백을 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지만 그녀는 진심이었다.


심지어는....


"수아씨....? 이거 뭐에요....?

"보면 모르세요? 혼인신고서요! 주혁씨 부모님께도 허락 받았으니까 주혁씨만 서명하면 되요!"


심지어 그녀는 옥중결혼까지 시도했다. 그 일 이후 나는 그녀의 면회를 거부하였다


물론 그녀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나 같은 미래도 없는 죄인이나 기다리고, 나와서도 뒷바라지나 하게 하는걸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를 거부하며 조용히 지내었다. 어차피 내 꿈도 망가진 상황에서 딱히 행복해지는 것을 추구할 생각도 안 들었고, 그냥 채념한채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면회 신청도 끊기며 그렇게 우리 인연은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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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가 좋으세요? 당신에 비하면 외모도 볼품없고 빨간줄까지 그여서 미래도 없는 남자가요?"

"제 원수를 갚아주셨잖아요!"
"알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전 당신이 좋아요."


이렇게 말하며 나를 더 껴안는 그녀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볼품없고 미래도 없는 전과자 나부랭이 쓰레기가, 한없이 아름답고 앞날이 창창한 여자의 앞길을 막아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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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기 원수를 갚고 수감된 남주에게 반한 여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써봄

이런 구원순애물? 누가 내놓는 거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