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숲 속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 


 검과 방패를 든 기사, 활을 든 사냥꾼, 지팡이를 든 여마법사, 마지막으로 할버드를 들고 있는 중년의 남성까지, 모두 열정이 넘쳐보이는구나.


  이들은 무성한 숲길을 걷던 와중, 사냥꾼이 우연히 시체 한 구를 발견했어.


 겉보기에는 평범한 시체처럼 보였지만 왼손에 반짝거리는 루비 반지를 끼고 있었지.


 이들은 시신을 둘러싸고 탐욕과 걱정이 깃든 눈을 움직이며 잠시 고민하다가 시신에서 반지를 빼기로 했어.


 "아아악~!"


 "뭐, 뭐야?"


 그런데 중년의 남자가 반지를 만지는 순간, 시체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무언가 몰려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


 곧 그들이 나타났어.


 사나운 늑대, 맹독을 품은 거대한 지네, 무자비한 오크, 야비한 고블린들까지. 하여튼 온갖 괴물들이 나타났지.


 깜짝 놀란 이들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전투를 준비했어.


 그리고 잠깐의 시선 교환 끝에 치열한 접전이 시작되었단다.


 "안 돼! 제, 제발!"


 그들은 능숙했지만 괴물들의 잔인함과 쪽수를 당해내기에는 부족했지.


 하나씩 쓰러져나간 끝에 검을 들고 있던 남자만이 남았어.


 다행히 괴물들은 모두 죽었지만 남자 역시 지네에게 물려서 독이 온몸으로 퍼지는 중이었단다.


 남자는 검을 지팡이 삼아 처참한 주위를 둘러보다 간신히 중얼거렸어.


 "이게 우리의... 끝인가?"


 결국 어떻게든 검을 쥐고 있던 남자가 쓰러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들의 여정은 끝났어.


 이거 참 유감이구나. 각자 나름대로 야망을 품었을 텐데 이렇게 허무하게 부스러지다니.


 하지만 이건 저들의 운명이야. 어쩔 도리가 없었지.


 넌 이들의 말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결정론과 운명의 세 여신을 모티브로 끄적인 소재.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운명이나 필연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결국 운명에 떠밀려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이런 운명론을 통해 모든 이들이 정해진 대본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반항하는 것조차 대본의 일부분에 불과한 그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쓰이는 그런 소설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