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학교 다닐때 첫 판타지 소설로 달조를 읽었고

그 다음엔 학교 도서관에서 묵향을 발견해서 읽었어요

그 뒤로 카카페에 빠져서 하루에 몇시간이고 소설만 봤는데

전 학생이라 돈이 없었고 카카페는 편결이니까 무료분으로 연명하면서 매일 24시간당 1편씩 풀리는 소설들을 기다렸어요


맨 처음엔 평점이 높은 소설들만 읽었는데 나중에는 무료분이 많이 풀려있기만 하면 안가리고 다 먹다보니까 점점 만족스러운 소설이 적어지기 시작했고..


어느날 별점이 7점대인 소설을 보다가, 내가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럼 직접 쓰면 되겠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실행력이 좋았고...

그렇게 그날 새벽에 핸드폰 메모장에 직접 소설을 1화 분량만큼 썼죠.. 대충 4000자쯤?

차원이 어쩌고 선택이 어쩌고 고블린도 나오고...

쓸때는 되게 열심히 재밌어 하면서 썼는데...


예.. 뭐 하루종일 카카페만 보던 중2가 글을 잘 써봤자 얼마나 잘 쓰고, 얼마나 참신한 소재가 나왔겠습니까

4000자를 채우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소재는 늘 보던 지겨운 그 맛에

그 지겨운 소재가 아까울 정도의 처참한 필력이 더해져서

정성스레 빚어낸 텍스트 형태의 인분이 내 메모장 용량을 좀먹고 있었다니까요? 


이 사건 이후로 소설 보는 빈도가 서서히 줄더니 노피아 런칭 이전까진 소설을 거의 안보고 살았습니다..

처음 쓴 소설의 처참한 퀄리티는 아직도 제 트라우마가 되어서 저는 레포트랑 커뮤뻘글이 아닌 글은 쓰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버렸어요

아무튼 그냥 작가들 다 리스펙 한다구요

아 연중하고 튄 새끼 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