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코뿔소.

부조리극에도 여러 종류의 벡터가 있는데, 외젠 이오네스코의 극은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느낌의 극이 아님. 사람들이 다들 이상한 말을 하고, 서로 벽 보고 얘기하는 것처럼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로 말이 통함.

이 작가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언어학적인 스탠스를 취하는데, 서로 다른 엉뚱한 말을 부딪쳐서 말의 구조를 깨트림. 아무 의미도 없는 대사들을 공격해서 없애버린 뒤에 그 안에 숨겨진 뜻을 나타내면서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맥락과 흐름을 통해서 깨닫게 만듦. 대사 몇 개가 부딪쳐서 사라지면 그 안에서 새로운 키워드가 생겨나서 이게 무슨 의미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는 장치임

예를 들어서 '코뿔소'라는 연극에서는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해가는 것에 대한 의미야말로 진정으로 작가가 관객들에게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고, '왕은 죽어가다'에서는 거의 후반부에 가서야 이것이 한 인간의 죽어가는 과정이고 왕국 자체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란 사실을 깨닫게 됨. 이런 식으로 양파 까듯이 하나 하나 벗겨내면서 말하고 싶은 것의 본질에 대해서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