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지혜를 이은 자, 뭐 그런 거창한 이름을 가진 녀석이 있다면 얼른 이 몸을 불러봐라! 짐은 기다리는 것은 질색이니!"
낡은 소환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함께 위압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연 연기가 걷히자, 황금 갑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냐, 이 초라한 곳은? 설마 짐을 소환한 녀석의 거처란 말인가?"
길가메시는 주변을 둘러보며 코웃음을 쳤다. 낡은 책상과 먼지 쌓인 커피잔, 그리고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소환진까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저, 저기… 센세... 맞지?"
소심하게 손을 들어 보이는 호시노와 그 뒤에서 경계하는 눈빛을 거두지 못하는 아리스. 길가메시는 짜증스럽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짐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잡종. 감히 누구 앞에 있는지 모르는 건가?"
횡설수설 변명하는 호시노를 무시하고 길가메시는 아리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놈, 조금 쓸만해 보이는군. 짐의 이름을 아는 것을 보니 무언가 알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이곳은..."
"시끄럽다! 짐에게 명령할 생각은 하지 마라! 짐은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는다!"
"선생님, 정말로 저희를 도와주시는 거 맞죠?"
"흥, 짐이 한 번 한다고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꼬맹이."
아비도스 학원의 폐쇄를 막기 위해 길가메시에게 도움을 요청한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자신만만한 길가메시의 태도에 시로코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떻게 저희를 도와주시겠다는 거죠? 게다가 저희는 돈도 없는데…"
"돈? 짐에게 그런 하찮은 것은 필요 없다. 짐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니."
길가메시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반지를 튕겼다. 그러자 눈부신 빛과 함께 황금빛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 이것들을 팔아서 빚을 갚도록 해라. 물론, 짐의 공로는 잊지 말고."
"이, 이게 다 뭐야…?"
"세상에… 전부 진짜 보석이잖아?"
눈둥이를 반짝이며 보물들을 바라보는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그 모습을 보며 길가메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짐은 관대하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 이제 짐을 칭송하며 기뻐해라!"
한편, '진짜 센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