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 페미니스트다.


물론 내가 말하는 남페미가 섹스를 알려준다며 킁킁- 냄새를 맡는 성범죄자란 건 아니다.


난 진정한 여자의 행복을 추구한다. 


사지가 잘려도. 고문을 당해도. 뇌가 기생생물한테 겁간당해도. 


─불행한 여자아이를 행복하게 만들려면 눈에 하트를 그려 넣으면 된다.


나는 3년 차 동인지 작가로서 가장 존경하는 업계 선배의 말을 따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블러디 소드]는 내 신념을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피폐물이었다. 인류의 종말을 알리는 10가지 인자(因子)를 막아야 하는 코즈믹 다크판타지를 배경으로 한다.


NTR과 통수에 통수에 통수는 기본.

나름 강했던 히로인이 뎅거덩 참수당하질 않나.

주인공이 지키고자 했던 여동생이 이미 괴물이었단 반전이 나오질 않나.


결말에선 주요 등장인물은 주인공을 비롯해 처참하게 사망한다. 


작가가 완결 후기에 제2의 미스트를 꿈꿨다면서 어그로 끈 게 화룡점정. 엔딩에서 사이다로 식혀주길 바랐던 독자들이 불탈 만 했다.


한때 [블러디 소드]를 읽던 독자로선 통탄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난 [블러디 소드]의 19금 버전 동인지 [스펌 소드]를 그리게 되었다.


떡인지인만큼 설정도 바뀌고 원작에서 억까 요소도 제외했다. 그저 따먹혀서 행복해진다를 추구하는 동인지.


그런데……내가 그 동인지에 빙의했다.


원작에서 죽은 등장인물들과 같이.


***


원작에 미흡한 설정을 보강하고 무지성 배드 엔딩보다 나아서 오히려 원작 초월이란 말을 듣는 동인지에 빙의한 떡인지 작가.


그런데 원작 등장인물들 역시 떡인지에 빙의했는데 원작 2회차, 즉, 자기들이 회귀한 줄 알고 있는 거임!


초반 악역에게 빙의해서 자기부터 노리는 회귀자(아님)들이 많은데.


근데 ‘오직 여캐를 따먹기 위해 오리지널로 만들었던’ 기연 같은 걸로 처리하고.


전회차에선 원작 남주 멘탈 깨서 그 손으로 소중한 여동생을 죽이게 만드는 악역이었지만, 이미 반전이 알려져서 1순위로 좆된 원작 주인공 여동생(괴물이 뇌 차지함)과 좀 에로하게 바뀐 10재앙 깨고 다니는 거임.


그런 소설도 괜찮지 않을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