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마무리다! 불꽃의 정령 샐러로 다이렉트 어택!"


열정적인 소년의 외침과 함께 자신의 맞은편에 서있던 한 소녀를 손으로 가르키자 자그마한 축구공 정도였던 불꽃의 공이 부풀어오르며 사람 한명은 너끈히 집어삼킬듯한 커다란 화염이 되어 넘실거렸다.

진짜로 죽이려는 건 아니라는 듯 천천히 꿀렁대며 불꽃은 땅을 타고 소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 쪽의 필드에 방어할 정령은 없어!

 이대로라면 ㅇㅇ 후배군의 승리야!"


"ㅇㅇ 황태자님!"


"드디어!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저 비겁한 여자를 날려버려요!"


그리고 그 모습을 언제나 그렇듯이 저 황태자(허접)의 추종자(더한 허접들) 응원인지 해설인지 그것도 아님 나를 향한 저주인지 그 어느 사이엔가에 있는 반응을 보이며 팝콘을 뜯고 박수를 치고 있다.

하아... 짜증나네.

내가 대체 뭘 했다고 그러는 거지?


[주인, 정말 몰라서 묻는건가?]


내가 비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뭘... 내가 미래에 손에 넣을 카드 같은 걸 쓰는 것도 아니잖아.

얘네가 극초창기 기본 카드들을 써대면서 전략도 없는 걸 어떻게 해.

머릿속에 울리는 내 파트너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손에 들고있던 한장의 카드를 전투 예장에 꽃아넣었다.


"어택 타이밍에 카운터 발동. 매직, 분단의 비."


순간 금방이라도 나를 태울 듯 다가왔던 저 화염 정령은 갑자기 자신과 상대의 필드 경계에 내리기 시작한 비를 보자 움찔하며 멈춰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는 것 처럼 핵 부분의 위치를 돌려 황태자를 잠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전투에 돌입하는 정령이 물속성 이외라면 이 턴 그 정령의 체력에 3데미지를 입히고 전투를 시작한다.

 단, 그 데미지를 받는 정령이 불속성이라면 6데미지다."


"크윽! 하필 저거였을줄은!"


열혈계 주인공 녀석의 얼굴은 이번에 끝을 내지 못했다는 분함과 자신의 정령을 희생시켜야 한단 미안함으로 물들어 이를 꽉 깨물었다.


"물속성의 절대 방어 마법 중 하나...

 그 어떤 극염의 화염도, 대지를 찢는 전사의 돌진도, 비구름을 갈라버리는 바람마저도 모두 막아내버린다는 그!"


"과거 저 여자의 집안의 선선대 가주...

 그러니까 전전대 공작께서 백만의 대군을 저 마법만으로 사흘간 홀로 묶어냈다는 그 전설의!

 그걸 저 악녀가 계승받았다고? 말도 안돼!"


"사기 마법 작작 써! 이 비겁한 녀석!"


이게 사기라고? 나중에 나오는 숭고한 하노이의 힘을 보면 아주 깜짝 놀라겠구만.

그나저나 tcg 게임 속 세상이라 그런지 이런 설정은 쓸데없이 자세하다니까.


"한번 내린 공격 명령은 그 쪽에서 취소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자... 슬슬 꺼져버려라, 하급 정령."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선언하는 사이 저 ㅇㅇ 녀석의 정령은 운명을 받아들인 듯 천천히 빗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투둑, 투둑, 스스로의 불꽃에 비를 증발시키며 길항하길 잠시 이윽고 버티지 못핸 채 핵만을 남긴 채 불꽃의 정령은 재가 되어 땅으로 돌아갔다.


"수고했다, 셀러.

 네 희생은 헛되게 하지 않을꺼야."


"이제 턴은 끝난거겠지?"


"그래, 언제라도 덤벼라!"


허접한 녀석이 강한 척은... 이딴 게 문제아들 제외 아카데미 서열 1위? 이딴 게 주인공? 난 인정 못한다.

심지어 내가 악녀라는 건 더더욱! 여자라는 것도 겨우 인정... 아니, 이것도 아직 인정 못해.


"내 턴."


허공으로부터 카드를 뽑는다는 듯한 모션을 취하자 마력이 형태를 이뤄 카드의 형체로 뭉쳐 내 두장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다.


"끝났네."


"그게 무슨 소리지?! 아직 내 라이프는 많이 남아있어!"


내가 라이프 까서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지금까지 그렇게 했던 걸 봤으면서 라이프는 왜 언급하지?
니 5장도 안남은 덱의 카드 숫자는 안보이는 거야? 아님 알고도 무시하는 거야?


"깊은 바다 저편으로부터 밀려오는 검은 사슬..."


"소환 영창?!"


"최고위 정령이나 봉인지정 정령?!"


"아무튼 엄청난 녀석이 온다!!"


호들갑은.

구경꾼 녀석들 슬슬 짜증나는데 나중에 밟아줄까?


[그렇게 따지기엔 주인도 전생의 기억이 어렸을 적 부터 있던 것 치고는 적응 잘 하지 않았나.

 지금도 날 이렇게 멋지게 불러내는 거랑 저기 저 녀석들에게 대전을 신청한다는 것 부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나올 준비나 해.


"빛 한줄기 들지않는 심연으로부터 나, 계약자 레뮤리아의 이름으로 그대를 부르노니... 그 이름은 성수 오르카.

 왕의 명을 받은 깊은 바다의 문지기여 지금 부상하라."


아공간 저편으로부터 이어진 소환 마법진의 직경은 넉넉히잡아 교실 전체를 덮을만큼 컸고 그 속에서 사슬이 끊어지며 바닷물이 요동치는 심상치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폭풍이 치기 전 잠깐의 고요와 같이 소환 마법진이 연결되며 생긴 새까만 어둠 속에서 거대한 마력을 가진 뭔가가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다가왔다.


"온다!"


"충격에 대비해!"


뿌우우~ 고래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뱃고동 소리같기도 한 소리가 울리며 마침내 그 존재는 게이트로부터 그 거대한 몸을 밖으로 내밀었다.


성수 오르카(코스트 8| 공격력 8/수비력10)

해수/성수/리바이어던


"크다!"


"저게, 레뮤리아의 비장의 카드인가?"


하늘에 떠있는 커다란 범고래는 그 칠흑같이 검은 몸 만으로 햇빛을 가려 주위에 어둠을 불러왔다.

몸 곳곳이 묶여있던 사슬 자국과 흑철로 만들어진 갑주, 위압적인 울음소리까지 절대로 위험한 녀석이라는 걸 이곳에 위시한 모두는 알고 있었다.


"그 공격력은 강하지만 어차피 소환한 턴에 공격은 할 수 없어!"


"누가 라이프로 끝낸다고 했지?

 오르카의 효과 발동. 소환 효과로 상대의 덱을 이 카드의 코스트만큼 소멸시킨다.

 즉, 8장 파괴... 네 남은 덱의 매수는?"


"4장...!"


이제서야 자신의 덱의 남은 매수가 보인건지 아니면 그  전에 이길 수 있단 자기 암시가 풀린건지 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덱파괴... 이런 비겁한!"


"그러고도 명예로운 공작가의 영애야?!"


"안돼! 그러다 찍히면 큰일나!"


이미 주위 반응도 알만하다.

오르카같이 커다란 녀석을 불렀으니 기존에 대결을 보던 녀석들 말고 주위에서도 상당히 어그로가 끌렸을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오자마자 황태자가 저렇게 지는 걸 봤으니...


"돌아가자."


[기껏 불려나왔는데... 효과 안써도 되는건가?]


이 상황에서 내가 이긴 걸 모르는 녀석이 어딨어.

그냥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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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렇게 tcg + 판타지 + ts물 식으로 써보고 싶었음.

근데 실제로 연재할 깜냥은 안되니까 대충 싸질렀음.

딱지겜 룰은 실제하는 tcg들에서 대충 따왔는데 어차피 1회 연재하고 안할꺼니까 대충대충 룰도 안 나오고 나름 직관적이게 썼다고 생각하는 데 어떰?

악녀라서 비겁한 덱파괴로 이기는것까지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