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금이 칼 마르크스가 말한 ‘자유 왕국(Kingdom of Freedom)’이라 한다.


모든 노동이 사라진 세상.


국민들은 연금이나 타 먹으며, 매일 저급한 오락으로 연명하며 산다.


하지만, 강현의 눈에는 이 밋밋한 세상이 재미없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그는 아직도 대학에 다니는 몇 안 되는 청년이다.


“그동안 고생했어요. 그리고 강현 군은 내일이 발표죠? 행운을 빕니다.”


강현은 머쓱한 표정으로 그 말에 끄덕였다.


‘콕 집어서 말해야 했나…’


교수의 말 덕분에, 사람들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강현을 둘러쌌다.


그리고 조용히 집으로 가려던 그의 희망은, 그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하아…’


강현은 그렇게 뒤풀이로 끌려갔다.


그곳은 학교 앞, 아주 오래된 술집이었다.


“강현 오빠, 한잔 받으세요. 그리고 우리 잊어버리시면 안 돼요!”


많은 사람이 그에게 술잔을 건넸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매번 거절했다.


“알잖아, 나 술 못 마시는 거.”


사람들은 실망했지만, 다들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대학에서 하나뿐인 후보생이니까.


후보생들은 항상 몸 관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술집의 분위기는 그를 취하게 했다.


그는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생각에 잠겼다.


그는 예전부터 저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할 필요 없는 공부를 왜 저리 열심히 하는 걸까? 문학도, 철학도, 예술도 아닌 ‘농학’을… 모든 농사를 기계가 하는 세상에서…’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마음속으로 애써 삼키며, 사람들이 취해가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


[드디어 화성 파견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인원은 총 300명으로…]


강현은 그날도 일찍 일어나 막 새벽 운동을 마친 참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있을 자신의 이름을 명단에서 찾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아무리 찾아도 자신의 이름, 아니, 그 비슷한 이름도 찾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그는 불안해져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후보자 백강현입니다. 명단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 백 후보님, 그게…”


그리고 그녀에게서 들은 소식은,

로켓 문제로 계획이 변경되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 꽤 많은 후보가 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을 전한 그녀는 죄책감을 느꼈는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고요한 수화기 너머로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만이 들렸다.


***


그는 서둘러 이번에 떨어진 후보들과 연락했다.


그리고 탈락한 후보자 중 대부분이 모였다.


그들은 부당한 처사에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결국 그 분노는 그들이 시위하게끔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사람들은 그 일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무관심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그렇게 조용히 묻혔다.


그리고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화성으로 로켓이 출발하기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누군가 시위 중인 그들에게 와서 이런 명함을 건넸다.


[만물상인조합]


그리고 그는 대담하게 국제 우주기구 앞에서 이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화성에도 밀수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니까 대X초, 코X인, 펜X닐 같은 것들을 말입니다. 저희가 여러분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과감한 말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그의 논리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만, 그 말을 듣는 청년들이 혹하고 말았다!


청년들은 불쌍하게도 꺼림칙한 남자를 구원자로 여겼던 것이다.


결국 꽤 많은 청년이 그 남자를 따라 교외의 무법지대로 따라갔다.


***


“화물용 로켓에 여러분을 몰래 태울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화물용 로켓에는 생명 유지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여행하는 동안 동면 상태로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청년들을 세워놓고 크게 말했다.


그의 뒤로는 동면 캡슐이 청년들의 수에 맞게 구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들 묵묵히 듣는 것 같자, 슬슬 속내를 드러내었다.


“운임료는 삼백만 달러입니다. 원화도 괜찮지만 되도록 달러로 줬으면 합니다.”


“아니, 그 정도 돈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청년들이 웅성거렸다. 


그러자 그는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 그러시겠죠.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청년들에게 계약서를 하나씩 내밀었다.


거기에는 크게 ‘생명 보험 신청서’라고 적혀 있었다.


특약란에 ‘실종’ 항목이 추가된.


“어차피 화성으로 가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습니다. 다들 가고 싶지 않습니까? 기회의 땅으로!”


그 대단한 장사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휘두를 줄 알았다.


희망이 사라진 지구에서, 사람들이 화성에 가진 대단한 환상을 그는 알았다.


결국 ‘기회의 땅으로!’라는 강력한 문구는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다.


청년 중에 망설이는 이는 없었다.


생명 보험이라는 것이 영 찝찝했지만 말이다.


***


“후보생들을 속여서 살해하고 생명 보험금을 착복한 일당이 항소했습니다. 그들은 안락사 기계를 동면 캡슐로 속인 뒤, 청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버튼을 누른 것은 청년들이므로 ‘살인’이 아닌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일 있을 재판 결과를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