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캄캄하다.
눈을 뜬다.
그리고 토를 한다.
"우욱, 웨에엑...!"
속을 한바탕 쏟아내고 옆을 보니 방금 열린듯한 동면관이 작동을 정지해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내가 저기서 내던져졌겠지. 허리가 미치도록 아프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허리의 격통따위가 아니다.
내 마지막 기억에 의하면 나는 갑자기 발생한 대규모 모래폭풍때문에 온실의 자동관리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입사한지 이틀 남짓된 신입과 함께 동면관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씨발?"
주위의 풍경이 너무나 이상하다.
전등은 깨져서 불이 들어오지도 않고, 바닥은 먼지가 두텁게 쌓여있었으며, 이곳을 관리하고 있어야할 메카노이드도 없다.
그리고 모래폭풍은 일주일 정도 이 일대를 휩쓸고 사라질 예정이었었지.
그러나 지금 내 주위에 펼쳐진 풍경은 결코 일주일만에 나타날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아 진짜 씨발"
나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닿고 곧장 동면실의 문을 열고 메인 온실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이미 반쯤 부숴져있는 수경재배기들을 애써 무시하고 온실의 메인 게이트를 향해 달려간다.
메인 게이트 바깥쪽에 통신설비가 있으니 본사에 구조요청을 보내면 될거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본사가 위치한 도시까지 있으니 구조도 오래걸리진 않겠지.
메인 게이트까지 도달한 후,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빨간 버튼을 누르고 게이트를 오픈시켰다.
"이제 구조요청을 보내기만 하.... 어? 이게 뭐야."
게이트 바깥에 있던것들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망가진 통신설비였고,
다른 하나는 빌어먹게도 울창한 열대우림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
앞이 캄캄하다.
눈을 뜬다.
그리고 소리를 지른다.
"개씨이바알!!!"
그냥 기절한 상태로 뒤졌었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받은것은 안식이 아니라 모기에게 물려 퉁퉁 부어오른 혹 두개 뿐이었다.
나는 그러한 현실을 부정한체 소리를 지르지만 암만 부정해봐야 소용 없었다. 그저 좆같은 모기새끼들만 꼬여들 뿐이었다.
나는 체념한체 온실 안으로 들어간 후 게이트를 닫았다.
그새 모기한테 한방 더 물렸는지 혹이 하나 늘어나있다.
"씨발... 개같은 인생같으니라고..."
나는 순간 극심한 자살욕구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 죽을순 없다. 아직 신입이 있지 않은가?
물론 말 몇마디 섞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고독사하진 않겠지.
그렇게 살아남아서 통신장비를 다시 만들고 본사에 구조요청을 보내면 된다.
뭐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살아남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이런 잡생각들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신입의 동면관 앞까지 왔다.
"어디보자... 개방버튼이... 아, 여기구나."
그렇게 나는 신입을 깨우려 했다.
동면관 인터페이스에 뜬 그녀의 이력내용을 보지 않았다면 이미 깨웠겠지.
[재배 능력 : 탁월함]
[채굴 능력 : 평균적임]
[조리 능력 : 뛰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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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특이사항 : 식인종]
인간은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고대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옳다고 할수 있다.
그러니 신입을 깨우는건 조금 나중에 해도 될거다.
씨발 지랄맞은 내 인생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