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별을 삼키고 있구나 이건 이아손 조차 보지 못한 광경이겠지

얼마나 아름답냐! 이 순간을 우리 둘이서 독차지한다니


언제나 욕만 하고 술에 찌들어 사는 선장의 입에서 나왔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감성적인 말이었다


지랄하는 새끼...

난 이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이상한 말을 할지 궁금해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윽고 선장이 입을 열었다


그거 아냐 꼬마야?

나한테도 꿈이 있었다는걸?

난 사실 이렇게 배 위에서 살다 죽는 삶을 바라지 않았어


거짓말이다, 선장은 언제나 바다가 자신의 집이라고 외치고 다녔다.


항구의 술집을 통째로 빌리는거야! 작아도 돼, 그리고 하루 종일 술을 마시며 말하는거지

내가 돌아왔다, 전 세계의 모든 바다를 탐험했고, 모든 보물들과 비경들을 이 눈 안에 담아두고 왔다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보다 많은 보물을 본 자가 없을거라고


그리고 매일같이 술집에 가서 술만 마시는거야

그러면 사람들은 수군거리겠지, 저 주정뱅이, 거짓말쟁이, 허풍쟁이가 또 왔다고

하루종일 폐인처럼 앉아서 허황된 이야기만 지껄인다고

그러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면 난 동화 한 닢을 튕기며 말하는거지


공짜 술 하나 챙겨서 내 테이블로 오라고

내가 지금까지 본 것들을 이야기해주겠다고

그러면 그 사람은 깨달을거야 이놈 진짜 술주정뱅이구나

하지만 입이 근질거려 마을의 아이들에게 한두번 툭툭 이야기 해주는거지


그들은 거짓된 말이라고 말하겠지만 난 내 보물을 그들에게 나눠준거야

누군가는 그걸 밑천 삼아 바다로 뛰어들겠지

난 이제 침상에 누워있을테고 편지들은 내 이불 위로 쏟아져오는거야


아저씨는 향유고래가 바다를 매꾼 광경을 본 적이 있냐고, 눈 속에 파묻힌 인영들을 본 적이 있냐고,

밤 하늘을 빨갛게 매우는 화산재와 항해한 적이 있냐고, 작살을 꽂자 수많은 눈이 자기를 쳐다본 경험이 있냐고

그리고 덧붙이는거야

그런데 아저씨는 정말 허풍쟁이네요, 전 아저씨가 말한 것은 단 하나도 본 적이 없어요


아아... 그게 내 꿈이야 내 꿈이야!

그런데 난 왜 아직도 바다 위를 방황하고 있지?

이 싸가지 없고 대가리 박살난 선원들을 이끌고 뭘 하고 있지?


그래 그래 꿈을 잃은거야 희망을 버린거야

내 눈이 보물들을 담는 구멍이 아니라 그냥 옹이구멍이란걸 깨달은거지

어떻게, 어떻게? 거울을 보면 되는거야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고놈 참 잘생겼다, 근데 왜 눈은 이리도 검지?

내가 본 밤하늘도 이리도 탁하지 않았는데


꼬마...


신경질적으로 말을 이어나가던 선장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고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꼬마... 넌 내 거울 조각이야

큰 거울이 없어도 난 내 눈이 잘못 되었다는 것 정돈 알 수 있어

내가 왜 그깟 바다에 널린 모래가 아까워서 선상 위에 둬서 그게 유리가 되게 만들었지?

그 조그만하고 하찮은 것을 어떻게든 써먹어 보려고 거울로 만들었지?

다 너같은 놈들 때문이야


내가 꿈을 잃고 희망을 투망처럼 버리고 언제나 북극성만을 가르키는 나의 나침반이 망가진 건

내 자랑스러운 돗대를 박살낸 것도 바로 너 놈이다 꼬마야


변명이다, 선장은 날 만나기 전부터 동태눈이었고 염세적이었고 그런 특별한 나침반도 없고 돗대는 내가 박살낸게 아니다


꼬마야.... 너가 돌아가라


선장은 애인처럼 안고있던 돗단배를 나에게 밀어주었다

미친거다, 선장은 자기 목숨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선원 모두를 배팅했다


작은 술집에 가서 어떤 섬에 광인 한마리가 산다고 알려라

지금쯤 굶어죽어가고 있을테고 언젠가 날 찾아와서 내 몸을 차지하려고 한다고 전해라

그러니까 날 지켜주라고, 아아....


그래, 내가 왜 허풍쟁이 잭인줄 아나 꼬마?

보물은 내가 다 훔치고 생물은 내가 다 죽이고 비경은 모두 박살내버렸으니까!

난 욕심쟁이라서 아름다운 순간을 혼자서 독차지하는게 좋으니까

어느 누구도 내가 본 걸 보지 못해

어느 누구도 내가 안 걸 알지 못해

어느 누구도 내 말을 증명 못해

그러니 내가 허풍쟁이인거다.


난 수많은 아름다움을 전설 속으로 수장시키고

그건 모두 거대한 고래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으니까

그런데 너에겐 내가 내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내 거울조각아

넌 나니까 내가 너에겐 알려 줄 수 있어


그러니 어서 빨리 더 많은 젊은이들을 바다로 보내라

더 많은 것들을 탐험하고 더 많은 것들을 탐닉하게 두어라

이 세상의 모든 미지가 밝혀질 때까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선장과 나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나는 집에 돌아와 다시는 바다로 나가지 않았으니까

선장의 보물들도 무엇도 가지고 싶지 않았다.

난 선장의 거울 조각이니까









구조선 도착까지 너무 낭만적인거 아니냐고오오오

빨리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는 미치광이 선장과 선원의 대하소설을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