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된다는 거요 남궁형?"
서역으로 가는 사절단에 들어가 처음으로 서역에 방문한 젊은 무림인 석문은 베니스에 이전에 서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남궁형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야. 베니스에서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자들은 전부 유대인이네."
"그게 뭐가 어때서?"
"그놈들은 오랜 기간 멸시를 당한 원한으로 같은 유대인이 아닌 자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을 시... 한근의 살점을 요구한다네."
"한근의 살점? 그냥 죽으란 것 아니오?"
"그래. 합법적으로 보복하는거지. 빚을 명분삼아."
남궁형은 석문에게 똑똑히 당부하였다.
"절대 베니스에서 유대인과 엮이지 마."
"흠...."
그러나 석문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
...
...
몇주 후, 사절단은 여비가 다 떨어져 위기에 봉착했다.
"젠장, 여비가 다 바닥났네."
"하지만 우리 같은 동양인 뜨네기에게 돈 빌려주려는 사람이 없어서리..."
그때, 석문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외쳤다.
"이보시오 남궁형! 내가 돈을 좀 받았소이다!"
"뭐? 아니 대체 어디서 이정도 돈을 받았는가?"
의아해하는 남궁형에게 석문은 당당히 답했다.
"베니스의 유대상인에게서 받았소이다!"
"야이 미친놈아! 내가 그놈들은 피하라고 몇번을 말했는데!!! 우릴 다 죽일 셈이냐!?"
그리고 돈의 출처가 유대상인이라는 것에 경악한 남궁형은 석문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석문은 천하태평했다.
"거 일단 진정하고 놔보시오 남궁형."
"진정하게 생겼냐!? 우리 모두 살 한근 뜯기고 피 줄줄 흘리며 죽게 생겼는데!"
"빌린게 아니라 대가 없이 받은거요."
"뭐...?"
석문의 말에 당황한 남궁형은 멱살을 잡은 손을 놓았다. 석문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베니스의 상인이 먼 곳에서 온 동포를 만나니 반갑다며 여비를 무상으로 주었소이다."
"동포...? 그게 무슨...?"
"남궁형. 내가 개봉부 출신인걸 잊었소?"
"개봉...? 설마 석문이 자네...!?"
"그렇소. 나 개봉부 유대인이오."
내막을 알게 된 남궁형은 기운이 빠졌는지 뒷통수를 붙잡고 자리에 털썩 누웠다.
"에초에 내 본명도 석문이 아니라 시몬(Šimʿon)이오."
"어쩐지 이름이 묘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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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베니스의 상인 떡밥 도는거 보다가 갑자기 카이펑(개봉) 유대인 생각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