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가지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탄탄한 자료 조사로 흥미로운 배경을 표현하며 시대상에 걸맞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유쾌함이 넘친다. 이 둘의 조화는 이유 있는 전개로 이어져 독자를 사로잡고 일부 취향타는 모습들이 나와도 독자가 작품 분위기로 웃고 넘길 수 있게 만든다.
읽다 보면 어느새 훌륭한 그리스 신사가 되어있는 야설. '야설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야로신)를 지금 소개한다.



야설인데 야설 빼고 봐도 재미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그로신)는 당대인의 사랑을 받았고 오랜 역사에 걸쳐 인용되고 재창작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도 그로신을 활용한 창작물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로신을 제대로 이해한 작품은 보기 힘들다.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지 않고 게임속 치장 템처럼 그로신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다르다. 작가의 지인 중 관련 전공자가 있고 작가 또한 자료 조사를 성실해 작품에 그로신이 깊게 묻어나 작품에 활기가 난다.

세상을 다스리는 신과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 그리고 이들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영웅들까지, 신비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그로신의 배경에 걸맞게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하계에 대한 신들의 간섭이 뜸해지고 있어 신앙이 쇠퇴 중이다. 이런 상황 속 21세기 지구에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페르세우스 2세'의 몸으로 빙의 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새로운 삶을 살 게 된 주인공은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기 위해선 신들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신들의 호의를 사기위해 자신의 능력을 살려 신들에게 아첨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작가의 높은 그로신 이해도가 드러난다.


지혜주머니를 이용해 그로신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페르세우스는 신화를 인용한 맞춤형 공물을 준비해 신들의 환심을 사기 시작한다. 이에 흥미를 느낀 신들의 왕 제우스가 몰래 찾아오지만, 페르세우스는 이마저 간파해 제우스마저 구워 삶아버린다. 작가는 이 과정을 설득력 있게 진행해 재미를 주고 내로남불과 이기적인 신들의 모습 또한 슬며시 보여줘 극에 긴장감을 놓지않게 한다. 이후엔 자연스럽게 욕망넘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재미로 바꾸고 왜 이 소설(야로신)이 그로신을 활용해야 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금기지만 정결하기에 자식 사랑을 긍정하는 헤라, 마음에 드는 이를 저승으로 끌고 오려는 하데스, 불순한 방식으로 사랑을 품는 데메테르. 이처럼 그로신 인물들에 못지않은 욕망 넘치는 야로신 인물들을 등장시켜 야로신에 그로신 분위기가 나게끔 만들어 친숙감과 재미를 준다.

또한 이들의 등장 효과는 이게 끝이 아니다. 페르세루스의 앞날을 험난하게 함과 동시에 독자에게 앞으로 전개에 기대를 품게 만든다. 영웅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영웅이 시련을 돌파하는 과정을 보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야로신에서 주인공은 영웅의 길을 걷는 페르세우스2세로 빙의하였고 살아남기 위해 신들에게 아첨하여 환심를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영웅이 성공할 수록 그를 질투하는 그림자는 짖게 드리우는 법. 그로신에서 업적을 이루어낸 영웅들에게 크나큰 비극이 찾아오는 걸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고증과 경력으로 빚어낸 안정된 글이 어릴 적부터 자라난 욕망을 자극한다.

정이 생기면 잃어버리는 걸 두려워하듯 웹소설들도 똑같다. 내가 좋아하는 웹소설이 있다고 해도 연재가 중단될 수 있다. 건강, 생계와 같이 안타까운 사연부터 일 벌이고 수습하지 못해 도망치는 화가 나는 사연까지 연중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웹소설을 읽고 애정을 줌으로써 재미와 흐뭇함을 얻을 순 있지만, 애정 주던 게 연중 되면 가슴이 찢어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작품을 지적하는 게 뜸해졌다. 고치면 좋을 것 같아도 목소리를 내기가 두려워진다. 지적하면 지적한 거 고치다가 연재 주기에 영향을 줄까 봐.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연중이 될 것 같아 불안함을 느꼈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는 웹소설을 보는 방식을 달리했다.
내가 파악한 작품 주제가 확실하고 그 주제를 위해서 작품이 나아가는가? 작품 전개가 조합하고 문장 활용이 어색해도 이를 충족하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설은 다른 장르보다 더 기준이 낮았다.

작중 인물의 행동이 내 성욕을 채워주고 뻔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야설을 봤다. 이처럼 작품에 많은 걸 바라지 않으니 편했다. 기대하는 게 없으니 눈에 거슬리는 게 있어도 무시했다. 보던 소설이 연중 돼도 애정이 없으니 무덤덤하게 넘겼다. 그렇게 야설을 보다가 야로신을 보았다.

어릴 적 그로신을 좋아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재밌어했다. 그로신 기반 창작물을 많이 접해 내 어릴 적 욕망을 채우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그로신과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욕망 넘치고, 이기적이지만 교훈적이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그로신 이야기는 주제를 위해 아무렇게 사용되었다.

근엄하지만 바람둥이라 많은 사건과 교훈을 보여줬던 제우스는 갑자기 불러 나와 작품 전개의 편의를 위한 적이 되거나 바람둥이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권위 있는 광대가 되어버렸고,
다툼을 멀리하고 묵묵히 화로를 관리하던 헤스티아는 그로신에서 없는 취급을 받듯이 어떤 사정과 능력을 지녔든 무시당한 채 처녀로 팔려나갔다.
이처럼 의미도 없이 소모적으로 그로신을 사용한 창작물들은 내 마음을 자극하지 못했고 나는 이 창작물들을 애정 없이 야설로만 대했다. 그러다가 본 야로신은 달랐다.

짐승성교, 리밍같이 내 취향과 맞지 않은 행위가 나오는 소설이지만 재밌다. 야로신은 그로신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을 사랑하지만 누구보다 이기적인 신들, 욕망에 충실하지만 의리 있는 그리스 영웅들, 그런 영웅을 시기하는 괴물까지 그로신에서 볼 법만 야로신 인물들을 보며 내가 어릴 적 그로신을 보며 느꼈던 감성이 느껴졌다.

현대적이지 않은 주인공의 장황한 수사법과 그로신 내용을 설명해주는 주석, 작가 후기를 보여줘 작품이 얼마나 그로신에 기반했는지 보였고. 작가가 여러 작품을 완결 지은 경력이 있으니 글에서 연중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안정감이 더해졌다.


눈쌀 찌푸리는 장면을 참을 수 있는 작품의 힘
경력이 있고 내용이 취향이고 자료조사 또한 충실해 앞으로 가 기대되니 믿음이 생겼고, 자연스레 애정 또한 생겨 계속 이 야설을 보고 있다물론 내 취향에 맞지 않는 플레이가 가끔 나온다.이런게 나올 때는 작성자도 그 부분은 넘기지만 글 읽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작중 짐승성교가 나온다. 보통이라면 바로 하차하고 다른 작품을 읽겠지만 이 작품엔 신뢰가 있어 객관적으로 상황을 따질 수 있게 된다. 이 행위는 의미없이 극소수의 취향을 대변하지 않으며 전개 또한 그로신답게 진행된다.

주인공 페르세우스가 말로 변해 철 없고 사고 치는 아킬레우스(♀)을 만나 얼떨결에 성교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한 인물관계 변화는 극적이고 재미를 준다. 어린애답지 않게 기발하지만 어린애답게 어른들에게 당하는 페르세우스 성에 솔직하고 멍청하지만 타고난 힘과 날카로운 감각으로 페르세우스를 보필하는 아킬레우스 그리고 사려깊고 똑똑한 아들 에피포스(馬)까지, 만남은 비록 저열하게 이뤄졌지만 관계와 결과는 그로신에 충실하면서도 친숙하다.

백조로 변해 레다를 탐한 제우스 사례처럼 그로신에선 모험과 낭만이 넘치는 만큼 솔직하고 거세없는 욕정이 난무했다. 당연히 야로신에서도 그로신이어야만 볼 수 있는 문란하지만 그 누구보다 욕망적이라 읽는 이를 열광시키는 플레이가 나온다.

실제로 '그리스하다'로 대부분 작중 행동이 설명되니 꺼림직한 작중 내 표현이 나와도 '그리스하다'로 재미있게 즐기는 게 가능하다. 작가의 높은 그로신 이해도에서 비롯된 신뢰는 야로신에서 내가 생각지 못했거나 혐오감이 생길 수 있는 묘사가 나와도 있을 법한 일이다 하고 웃고 넘기게 해준다.

작가 또한 극단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전작들과는 다르게 간다고 하니 '그리스'에 벗어난 플레이는 나오지 않을거니 안심하고 야설을 보도록 하자.




문란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리얼하게 담아낸 배경.
개성넘치고 그리스 한 행동을 일삼는 인물들.
인공이 입을 신나게 털어도 하반신으로 혼나는 '야설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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