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자기들 말로는 석탄으로 물을 끓여서 그걸로 일을 시킨다는데…. 개발된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중원에 이걸 이해하는 자가 많지 않습니다.”

 

머리가 아파왔다. 분명히 300년 정도였다.

문파에 들어오려는 자들은 나날이 늘어났고, 이미 경지에 닿은 제자들도 여럿 생겼을 터.

반로환동도 했겠다. 이왕이면 장로직도 내려놓고 무공에 매진하려 폐관수련에 들어갔으나….

 

“그럼 맹은 대체 뭘 했느냐? 하오문 따위는 백 번은 넘게 박살낼 수 있을텐데.”

“미쳤습니까? 몽고인지 똥꼬인지 하는 새끼들 때문에 이미 대부분의 무림인이 죽거나 불구가 된 때였습니다. 하오문의 성장세나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을 것 같습니까?”

“그렇다 하여도….”

 

어긋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겨우 300년동안의 일이다. 제자들이 거의 죽었다면 다시 제자를 받아 가르치면 될 일이다.

 

“말이 쉽지요. 그 기관이라는 걸 만들어놓고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공장이라는 걸 만들덥디다. 허.”

“공장?”

“예. 장인이 만든 것만 같은 물건들을 말 그대로 하루에 몇 백개씩 찍어낼 수 있는 공간이지요.”

 

혼란스러운 말이 겹쳐 들려왔다.

하오문이 강력해진 건 둘째치더라도, 공장이라니?

장인들이 만들 물건을 찍어낸다고? 그것도 하루에 몇 백개를?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눈 앞의 이는 말을 이었다.

 

“장인들이 먼저 망한 이후는 문파들의 몫이었습니다. 공장에서 기관을 몇번 만지기만 해도 돈을 뭉텅이로 얹어준다는데 어떤 이가 마다하겠습니까? 결국 문파에 입문할 젊은이들까지 전부 공장으로 가버렸습죠. 제자가 없는 문파가 어떻게 성장하겠습니까?”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토록 찬란했던 건물들에 거미줄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여러 장의 창이 찢어졌음에도 제대로 고치지 못한 이유가 이 떄문이었나?

 

“그래도 원래 무공을 배우던 자들은 어떻게 됐나?”

“그들도 마찬가지로 전부 공장으로 떠났습니다. 돈 없는 문파가 어떻게 떠나는 이들을 붙잡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문파는 떠나는 이들을 잡으려던 장로들까지 공장을 다니기 시작했다더군요.”

 

어딘가 아련한 듯이 말하던 청년은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검 하나 잡아본 적 없을 듯한 곱상한 손이 제 입가를 쓸었다.

 

“…그래도 아예 제자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하루의 일이 모두 끝나면 무공을 배우러 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루의 일이 모두 끝나고?”

“말 그대로입니다. 일이 전부 끝나고 잠을 자기 전, 두 시진 정도 몸을 푸는 용도로 무공을 배우는 것이지요.”

 

- 뿌득

 

이가 절로 갈렸다.

무공에 빠지고, 무공에 미친 이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던 세상에서 자라왔다.

그런 세상의 증인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겨우 몸을 푸는 용도로 무공을 배운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더는 무와 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도 마냥 좋지는 않은가봅니다.”

“무엇이 그러더냐.”

“무공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며 찾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공장을 빠져나온 이들이었습니다. 하오문의 똘마니들이 출세라도 한 것마냥 설치고 다니는 꼬라지를 두고볼 수 없다던 군요.”

 

번뜩, 하고 묘책이 떠올랐다.

어쩌면 문파를 모두 살리고, 젊은이들이 무와 협에 관심을 가지게 할만한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나만 묻겠다.”

“뭔데 그러십니까?”

“공장에 가는 젊은이들, 노동자라고 불러야하나? 아무튼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자들이 있더냐?”

“…없습니다. 당장 저들이 먹고살기도 바쁜데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저들의 가치는 어느 정도가 되지? 한 시진을 일한다면, 어느 정도의 돈을 받냐는 말이다.”

“…동자 3푼 정도 받을 겁니다. 쌀 한 되 정도를 살 수 있는 양이지요.”

“저들의 가치는 겨우 그 정도가 아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벗어두었던 외투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설 채비를 빠르게 마쳤다.

 

“어딜 그렇게 가시려는 겁니까?”

“이 한몸 바쳐 젊은이들을 위한 일을 해보련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한 사내가 공산당의 수립을 선포하기 반년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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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공산당 천마 만들어보고싶어서 끄적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