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마법사가 있었다.


열살의 나이로 스승을 뛰어넘고 서른에는 모든 마법에 통달하여 그를 당해낼 자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금과 명예를 약속하며 그의 지혜를 빌리려 하였으나 그는 더 높은 지혜를 원할 뿐이었다. 그는 모든 제안을 거절한 채 별의 움직임과 땅의 법칙에만 관심을 가졌다.


쉰살이 됐을 무렵, 그는 미쳐 버렸다. 혹자는 그가 우주의 모든 것을 깨달았으나 그 방대한 지식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또 다른 이는 그가 이루지 못할 꿈을 꾼 것에 절망해 버렸다고 했으나 아무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이성은 스스로를 매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깊은 숲 속에 커다란 미궁을 만들고는 그것을 자신의 무덤으로 삼기로 했다.


최후의 마법으로 그는 흙으로 빚은 골렘을 하나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피조물에게 무덤의 입구를 지키라고 하였다.


"누구도 이것을 감히 알려 들어선 안 된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모든 지식과 함께 미궁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마법사의 무덤, 미궁 속에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묻혀 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열정 넘치고 특출난 모험가 몇몇은 무덤을 찾고 미궁에 들어갔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위치가 알려진 뒤로도 많은 영웅이 미궁에 감히 도전하였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이라는 흉흉한 별명이 붙게 되자 대부분은 목숨을 건 도박을 포기했다. 그러나 남들보다 훨씬 절박하고 간절한 이들은 여전히 최후의 수단으로 미궁을 방문했다.


수백년 동안 미궁의 존재는 서서히 잊혔으나, 방문객은 뜸해질지언정 결코 끊기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미궁 속으로 들어갔다. 멸망을 향해가는 나라의 왕, 무덤의 주인과 같은 꿈을 품은 마법사, 제 아들을 잃은 아비를 포함해 각양각색이 사람들이 소원을 들고 찾아왔다. 골렘은 이들을 말리며 말했다. 그 누구도 미궁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어째서 이루지 못할 소원을 좇아 목숨을 낭비하냐고.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그래도 어쩔 수 없소."라고 말하며 골렘을 뒤로하고 미궁의 문을 열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골렘은 궁금했다. 어째서 인간은 이렇게나 어리석은 것일까. 왜 수백년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골렘은 홀로 생각하며 미궁에 도전할 또다른 어리석은 이를 기다렸다.









"브라보!브라보!"


"그렇게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나?"


"마음에 들고 말고! 술집에서 마틸다에게 맞아죽은 붉은 라그나 이야기보다 백배 낫소! 중간의 라임도 아주 귀여웠고 말이오."


"귀엽다?"


"신경 쓰지 마시오. 아무튼 마음에 아주아주 쏙 들었단 말이오."


음유시인은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보다 열렬한 반응에 골렘은 떨떠름했다. 몇백년 동안의 지루한 문지기 생활이 이 독특한 새 손님에게는 퍽이나 재미있었나 보다.


" 어디까지가 실화인 거요? 미궁? 왕과 아버지?"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온 것이 아니었나?"


"뭐, '사람 먹는 지혜의 미궁' 얘기야 들어보긴 했소."


"전부 나의 경험이다."


"전부라, 하! 현실이 지어낸 이야기보다 마법같기도 하구만."


"꽤나 감상적이군."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소? 아!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여!"


"아름답다? 슬프다는 그렇다 쳐도 그들의 죽음이 아름답다는 것인가?"


"그렇소. 당신이야 그들이 불 속으로 들어가는 불나방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은 말하자면 달의 궁둥이를 힘껏 차보려 한 것이오."


"그대의 비유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다."


"혹시 무덤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것이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마력은 이 무덤에 스며든 것이고, 무덤에 나가면 나는 죽는다."


"나가보고 싶지는 않소?"


"내 역할은 주인의 묘를 지키고, 미궁에 도전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말리는 것이다."


"거 참, 당신도 동굴에 묶인 불쌍한 어린 양이었구려."


혀를 차던 음유시인은 자신의 류트를 꺼내들고 말했다.


"이야기 값은 치뤄야겠지. 이번엔 내가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겠소!"


음유시인은 음악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기사, 물에 빠졌다 요정들의 나라에 방문하게 된 사냥꾼, 허풍쟁이 용사의 목을 딴 여급이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하였다. 이따금씩 골렘이 모르는 단어를 물을 때마다 이야기가 끊긴 것에 불쾌해 하면서도, 이야기꾼은 머릿 속 단어들을 총동원해 설명해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야기꾼은 밤이 오는 것도 잊은 채 바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골렘은 간단한 이부자리를 만들어 그가 자고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자면서 생각을 좀 해봤는데 말이오,"


눈을 뜨자마자 음유시인은 말했다.


"아무래도 나는 저 미궁으로 들어가야 겠소."


"그대는 미궁이 아니라, 이야기거리를 찾으러 이 곳에 왔다 말했다.

"내가 들려준 이야기는 잊은 건가?"


"설마 내가 그런 매혹적인 이야기를 잊겠소? 미궁에 들어간 모두가 죽은 것도, 나 역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아오."


"돌아오지 못할 수 있는게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다. 그대가 들려준 이야기 속 용사도 마법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들어갈 것이오."


골렘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대는 또 무슨 어리석은 소원을 이루고자 들어가는 것인가?"


"이루려는 소원따윈 없소."


"뭐라고?"


"내 바램은 단 하나, 내가 노래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같은 삶을 살아보는 것이오. 결말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상관없소.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그대의 말은 단 하나도 이해할 수 없다."


"뭐, 아무튼 작별이라는 것만 알아두시오."


그러면서 음유시인은 류트 하나만을 등에 매고 미궁의 문을 열었다.


"잠깐!"


"뭐라 말하든 난 들어갈 것이오?"


빙긋 웃는 음유시인과는 대조되게 골렘은 찡그리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대 족속들은 이루지 못할 소원을 좇아 목숨을 낭비하는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음유시인은 말했다.


"아직도 무덤 밖으로 나가보고 싶지 않소?"


골렘이 대답하지 못하는 동안 음유시인은 휘파람을 불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이윽고 문이 닫혔다.


그날 골렘은 하루 종일 닫힌 문만을 쳐다봤다. 어쩌면, 그라면 모든 지식을 들고 밖으로 나올지도...


그러나 석재 문은 다음 해가 뜰때까지도 굳건히 닫힌 채였다.


다시 세월은 흐르고, 소원을 품은 사람들은 찾아왔다. 그러나 골렘은 더이상 사람들을 막지 않았다. 대신 말없이 바깥을 쳐다 보거나 이따금씩 방문자에게 바깥 이야기를 들려주라 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을 즈음, 골렘은 바깥으로 향하는 문에 손을 뻗었다.





다음 방문객은 네 달 뒤에야 찾아왔다. 길을 잃은 두 모험가가 우연히 무덤을 찾았다.


"이런 숲속에 커다란 건축물이 있을 줄은 몰랐는걸."


"소문으로 돌던 '사람을 잡아먹는 무덤' 아닐까요?"


"영 꺼림칙한 이름이구만."


둘 중 마법사로 보이는 이가 흙더미를 보고 말했다.


"저것 좀 봐요! 마력이 고갈된 골렘이에요."


"침입자를 죽이려고 만든 건가? 누가 쓰러뜨렸는진 몰라도 고생 좀 했겠구만."


검사로 보이는 자는 골렘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 크기만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뿐, 이미 형체를 잃은 채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유심히 바라보던 검사는 흙더미 위에서 무언가 작게 핀 것을 발견했다.


자그마한 해바라기 하나가 태양을 향하여 환히 피어올라 있었다.




====================================

솔직히 웹소설 느낌도 아니고 잘 쓰지도 않았는데 치킨 탐나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