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소재가 조금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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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어느 날, 한 여성이 점심을 차리고 있었다.

살짝 웨이브 진 분홍색 긴머리에, 볼륨감 넘치는 몸매, 그리고 온화하고 성숙한 인상의 미인, 그녀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부르며 점심을 차렸다.


"셀린~ 밥 다 차렸어! 그만 놀고 밥 먹으렴! "


"앗, 엄마! 딱 5분만 있다가 먹으면 안 돼요?"


"안 돼! 식기 전에 먹어야지! 노는 건 밥 먹고 나서도 할 수 있잖니?"


"우으... 네에... 알겠어요. 

...가자 뽀삐야."


"왕!"



평화로운 한 때 였다. 

온화한 어머니와 귀여운 딸, 그리고 애완동물이자 딸이 가장 아끼는 또 하나의 가족 '뽀삐',


셋이서 오손도손 살고 있는 이 가족은 어느 때와 같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평범하게 화목한 가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엄마랑 딸에게는 뿔이랑 날개, 꼬리같은 것들이 붙어 있고, 

애완동물 뽀삐가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게 바로 나라는 걸 빼면 말이지.'


이런 점들만 빼면 내 전생의 화목한 과정과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전생에 내 가족이 화목한 가정이 아니었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뽀삐야, 아~"


"아~"


"헤헤, 뽀삐 잘 먹네? 착하다 착해~"


소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자 기분 좋은 향기에 얼굴이 느슨해지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어린아이에게 두근거린다고 뭐라 할 수도 있지만 이건 불가항력이다.


그도 그럴게, 나한테 음식을 먹이고는 베시시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소녀의 이름은 셀린,그녀는 내 현생의 주인이자... 서큐버스니까.


서큐버스, 흔히 야설이나 판타지 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바로 그 악마 맞다.


그리고 내가 전생한 이 세계는 서큐버스가 인간들을 사육하고, 애완동물로 기르는 세계인 것이다. 


분명 교통사고로 죽었던 내가 어째서 이런 세계에 전생한 건지는 모르겠다. 근데 왜 전생을 해도 하필 이런 미친 세계에 전생을 한 것일까.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라면 서큐버스들의 '먹이용'으로 전생한게 아니라 '애완동물용'으로 전생했다는 점이겠지.


음... 근데 그건 그렇고, 방금 셀린이 나한테 준 거, 이거 맛이...



"...셀린? 방금 뽀삐한테 준 거, 당근 아니니? 너 설마 당근 먹기 싫다고 그걸 뽀삐한테 준 거야?"


"어?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치 뽀삐야!?"



역시, 당근 먹기 싫다고 나한테 먹인 거구만. 요 영악한 꼬맹이 녀석... 조금 괘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 녀석은 중요한 녀석이니까.


나는 어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질하며 말했다.


"당근, 아니야."


마치 단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린아이가 말하듯, 서투르게 셀린의 말에 동의를 표하자 셀린의 얼굴이 밝아졌다.


언제 당황했냐는 듯 뻔뻔하게도 기세등등하게 셀린이 엄마를 바라보자, 셀린의 엄마는 어딘가 찜찜한 듯 하면서도 납득한 듯 넘어갔다. 내 말을 신뢰한다는 거겠지.


괜히 죄책감이 조금 든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나자 셀린의 엄마는 일 때문에 잠시 나간다고 한다.


"엄마 7시 전까지는 들어올테니까, 전화하면 꼭 받고, 초인종 울려도 모르는 사람은 절대 열어주면 안 된다!"


"네! 걱정 마세요! 혼자가 아니라 뽀삐도 있으니까."


셀린이 그렇게 말하자 셀린의 엄마는 나를 바라보더니 피식하고 작은 미소를 짓더니,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향긋한 꽃내음이 내 코를 간지럽히자 내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그래, 뽀삐야? 우리 사고뭉치 딸 잘 부탁해?"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셀린이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질렀다.


"아, 엄마! 나 사고뭉치 아니야!"


"후훗, 그래그래~ 그럼 엄마 빨리 다녀올게. 얌전히 있어야 한다!"


그렇게 삐리릭 소리가 나며 문이 닫힌 후, 우리 둘은 거실로 돌아갔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내 저번 생의 인간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인간들 중에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수라는 특별한 나무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서큐버스들은 이런 인간들을 수확해서 먹이용과 애완용으로 나누는데, 그중 애완용 인간들은 매우 어린 시절부터 애완용으로서 철처하게 관리되고 교육받는다.


그 결과 애완용 인간들은 절대 서큐버스들을 거스를 수 없게 되고 순종적이게 된다. 이 '교육'에는 마법적인 과정도 있어서 지능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애완용 인간들은 의사표현도 간단한 단어를 나열하는 것밖에 하지 못한다.


나도 아마 전생하지 못 했고, 전생특전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저항력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교육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후우... 불편해서 혼났네."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목에 걸려있던 '목줄'을 풀었다. 이 목줄은 평범한 목줄과 다르게 '지능저하'의 마법을 지속적으로 걸기 때문에 집 안에서도 착용하는게 필수인 목줄이다. 잠금장치에도 마법적 처리가 돼있어서 풀 수도 없다.


...물론 마법저항력이 높은 나한테는 상관 없지만.



이 세계의 애완 인간들의 말로는 하나다. 바로 주인 서큐버스의 25세 생일날에 치뤄지는 성인식에서 문자 그대로 영혼까지 짜여서 죽게 된다.


이 사회의 통념에 따르면 죽는게 아니라 하나가 되서 영원히 함께 살아가는 거라고 하지만...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세계의 인간들은 지능이 낮으니 이 말장난에 반박할 수 없다.


난 절대 그렇게 죽지 않을 것이다. 절대 죽지 않고 100살 넘게 만수무강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세계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내게는 동료가 필요하다.


난 고개를 돌려 내 옆에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나를 바라보는 분홍빛 머리의 귀여운 소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가 목줄을 풀었음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오늘은 뭐 할거야?"



그래, 그녀는 내 첫 동료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따르도록 철저하게 교육했다. 그녀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 이 세계의 상층부가 만들어낸 통념들을 전부 부정하고, 이 세계의 진실들을 조금씩 까발렸다.


믿게 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야 이 세계의 통념들을 통째로 부정하는 존재가 소녀의 눈 앞에 있으니까. 아직 이 세계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소녀를 설득하고 교육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오늘은... 우선 어제는 기회가 없어서 못 들었으니까, 어제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알려줄래?"


"응! 어제는 인간들을 아껴주기 위한 행동에 대해 배웠어!"


"그래...? 자세하게 알려줄래?"


"응! 그러니까..."



셀린이 25살이 되기 전, 난 반드시 살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것이 이 세계를 뒤흔드는 것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

.

.




그런 생각을 하며 셀린과 이야기 하던 중, 갑자기 셀린이 내게 물었다.


"...근데 뽀삐야, 아까 엄마가 쓰다듬었을 때 기분 좋았어? 얼굴도 빨게지더라?"


"어...? 어... 그렇지?"


"그래, 그렇구나... 하긴, 엄마는 굉장히 예쁘고 멋진 서큐버스니까..."


"어... 셀린?"



갑자기 셀린의 눈동자가 칙칙하게 가라앉고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리고 내 손을 강하게 쥐었다. 좀 아픈데...


"나도... 언젠가는 엄마를 뛰어넘는 강하고 예쁘고 멋진 서큐버스가 될 거니까..."


"어, 어어... 그, 그래..."



나는 어째선지 조금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재차 다짐했다.


반드시 살아남자고.










이런 소설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