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윽!"


 낡은 정원에 울려퍼지는 애끓는 신음성. 


 사람의 손길이 끊어진지 꽤나 오래 된, 고풍스럽고 비루한 장소였다. 부서진 분수와 담쟁이가 핀 담벼락. 이끼 낀 천사 조각상과 마모된 기둥. 그 모든 것이 이 장소가 거쳐간 세월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그, 그만 두라고 했지! 응하악, 히익!"


 화가 난 여인의 강맹한 꾸짖음. 그러나 이미 물기로 흥건한 목소리에 권위나 위엄 따위는 없었다. 


 박살 난 초대 황제의 조각상, 그 앞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휠체어.


 그 휠체어에 앉은 흑발의 아름다운 황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용을 써도 그녀의 다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휠체어가 필요했던 것 아니겠는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팔을 열심히 휘두르며 주먹질을 하고 꼬집는 것뿐.


 하지만 황녀의 하의를 벗기고 그녀의 보지를 핥던 사내는 끄떡도 않았다.


 "이, 이 개자식아!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감히 내 명을, 응하악!"


 분한 표정으로 이를 갈던 황녀가 돌연 달콤한 비명을 질렀다. 


 사내의 혓바닥이 보지 속 민감한 구석을 교활하게 건드린 것이다. 그대로 낼름낼름, 약을 올리듯 같은 부분만 자극하자 황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대로 콱, 사내의 머리털을 움켜쥐며 필사적으로 흔들었지만 여전히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사내의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저희 집안은 대대로 모발이 튼튼하답니다, 전하. 유감스럽지만 쉽게 뽑히진 않을 테죠."


 황녀의 흑발과 대조적인 치렁치렁한 금발을 지닌 젊은 사내. 정적이다 못해 차갑다는 인상을 주는 황녀와는 반대로, 그는 영악한 개구장이에 가까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여느 때와 같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황녀의 아랫도리를 발정 난 개처럼 탐욕스럽게 빨고 있었다. 


 과연 사내의 말대로 안간힘을 다해도 그의 머리카락은 멀쩡했다. 덕분에 황녀는 이를 악 문 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 시간을 버텨야만 했다.


 "너, 너! 이 상황을 들키면, 흐윽! 넌 끝이야! 그것도 몰라?"


 "들킬 일 없습니다, 황녀님. 사람들의 눈이 싫다고 일부러 여기까지 오신 것 아닙니까? 이 별장 근처에는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는답니다. 제가 몸소 고른 장소이니 안심하시죠."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


 속으로 울부짖으며 황녀는 허리를 숙이고 사내의 머리 위로 엎어졌다. 그를 떼어내기 위해 저항하는 몸부림이었지만, 언뜻 보면 마치 그를 마주 감싸안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걸 아는지 사내도 일부러 황녀를 놀리기 시작했다.


 "역시 황녀님도 즐기고 계시나 보네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호응하시는 걸 보니."


 "닥쳐엇!"


 빽 소리를 지르며 황녀는 씩씩거렸다. 


 가만 안 둘 거야, 가만 안 둘 거야, 가만 안 둘 거야! 


 무력한 분노의 외침만이 그녀의 안에서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황녀.


 여인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부러워 하는 그 이름.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이 담보되는 타이틀을 한번쯤 꿈꾸지 않는 자는 단연코 이 세상에 없으리라. 


 물론 황녀의 삶이 반드시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배워야 할 지식도 많고, 익혀야 할 교양도 많으며, 결정적으로 세간의 안목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살라키아의 황녀, 유리아의 삶은 꼭 쉽지만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나름대로 영악한 모범생이었던 그녀. 독서도 열심히 하고, 승마와 검술도 골고루 습득했으며, 사교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시의 유리아는 말 그대로 만인의 아이돌,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유망주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날의 사건이 있은 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갑작스러운 낙마와 다리 부상. 


 제국 최고의 명의들이 그녀의 침소를 방문했지만, 아무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그녀의 다리가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후 유리아의 성정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공부를 중단하고 외부와의 교류도 끊었으며, 결정적으로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포악해졌다. 하인들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는 건 일상이요, 식탁을 뒤엎고 수틀리면 칼부림을 벌이기도 했다. 자연히 그녀의 명성도 실추되어 갔으며, 그녀를 모시던 사람들도 하나씩 떠나갔다.


 오직 하나.


 그녀의 시동인 프란츠를 빼면 말이다.


 어릴 적부터 그녀와 함께 자란 프란츠는 언제나 밝고 친절했다. 그녀가 잔혹하게 굴어도, 얼굴에 수프를 던지고 돌로 허벅지를 찍어도 찡그리는 일조차 없었다. 언제나 그녀를 달래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며, 그녀가 웃음을 되찾기를 기다려 주었다.


 그런 프란츠에게 유리아도 점점 마음을 열고 있었고, 그에게 저지른 온갖 만행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프란츠만은 그 누구보다 믿었었는데.


 그랬는데......


 "하으윽, 아흑! 흐으응......응흣!"


 거친 숨결을 헐떡거리며 유리아는 프란츠의 소매를 붙잡았다. 보지를 헤집는 그의 혓바닥이 집요해지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다리를 움직여 그를 걷어차고 싶었지만, 야속하게도 하반신은 여전히 망가진 채였다. 그 탓에 허벅지를 오므릴 수도, 종아리로 밀어낼 수도 없었다. 


 프란츠가 벌리면 벌리는 대로, 만지면 만지는 대로 얌전히 순종하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았다.


 "너, 너! 뒷일은 생각 안 해? 히끅! 내, 내가 이 사실을 폭로하면 넌 끝장이야!"


 그 순간 프란츠가 한층 거세게 보지를 빨아대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유리아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흥분감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안절부절을 못했다. 터져 나오는 교성을 참지 못해 입을 콱 틀어막는 황녀를 보며, 프란츠가 짓궃게 대꾸했다.


 "네, 생각 안 합니다. 황녀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마치 오늘만 사는 것처럼 당신을 섬기라고. 그 명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뿐이랍니다."


 "무, 무슨 개소리......야아앙......."


 눈물을 글썽이며 유리아가 모기만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입을 막은 손가락 사이로 미처 삼키지 못한 침줄기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말재주를 타고 난 프란츠는 매번 궤변으로 유리아의 말문을 막아버리고는 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까지 똑같은 궤변을 쓸 줄이야.


 움찔움찔. 그녀의 허리가 미세하게 요동을 쳤다. 뒤이어 꿀꺽꿀꺽, 무언가 삼키는 소리가 났다. 


 "......?"


 영문을 몰라 고개를 내리자, 입맛을 가볍게 다시는 중인 프란츠가 보였다. 그가 손에 묻은 투명한 액체를 들이밀며 말했다.


 "음, 확실히 황녀님의 애액은 평균 이상으로 시큼하네요. 황녀는 역시 아랫도리도 천것들과 다른 걸까요?"


 "개새끼!!"


 고함을 지르며 따귀를 날리려고 했으나, 가볍게 손목을 붙들리고 말았다. 뒤이어 프란츠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유리아는 그대로 숨을 멈추고 말았다. 


 가까워. 너무 가깝다고. 


 얼마나 가까운지 프란츠의 숨결이 입술에 와 닿을 지경이었다. 두근두근, 전장의 북처럼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공부를 그만하시더니 어휘가 많이 빈약해지셨네요. 맞아요, 전 개입니다. 황녀님께 발정이 난 숫캐."


 그렇게 말하는 순간, 프란츠의 손가락이 유리아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천천히, 젠틀한 동작으로 그녀의 입을 벌리고, 유리아의 애액이 묻은 그 손가락을 그녀의 입 안에 망설임 없이 집어넣었다. 


 물 흐르듯 능숙한 움직임에 유리아는 저항하는 것도 잊고 가만히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유리아의 혀를 매만지고, 부드러운 입 속의 살을 빗자루처럼 쓸었다. 이 비릿하고 시큼한 맛은 프란츠의 손가락 맛일까, 아니면 내 애액의 맛일까?


 반항을 멈춘 황녀를 천연덕스럽게 주시하며, 프란츠가 작게 속삭였다. 오로지 유리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성량이었다.


 "그리고 황녀님께서는 제 암캐가 되시는 겁니다. 저라는 숫캐에게 발정이 난 음란한 암캐."


그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유리아는 있는 힘껏 프란츠를 밀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프란츠는 요지부동이었다. 딱, 이에서 소리가 나도록 그의 손가락을 깨물려고 했으나, 재빨리 손을 빼는 바람에 그조차도 실패했다. 


 헉헉, 분노로 거칠어진 숨을 내쉬는 유리아를 보며 프란츠가 말했다.


 "기억하시죠? 이 근처의 별장을 일주일 동안 빌리신 거. 외부인은 아무도 들이지 말고, 오로지 제 보필만 받으시겠다고 직접 명하셨잖아요."


 사실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사교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할 곳이 필요했다. 그 누구도 방해를 하지 않는, 그녀만의 조용한 공간이. 


 그래서 가장 믿는 프란츠만을 데리고 이곳에 온 건데.....


 그랬는데......


 덜그럭.


 프란츠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쇠사슬이 주렁주렁 달린, 집에서 키우는 개한테 채우는 줄목걸이였다.


 씩씩거리며 프란츠를 노려보는 유리아, 그런 그녀의 턱을 어루만지며 프란츠가 가만히 속삭였다.


 "일주일 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황녀님."




- The End



꼴려서 썼다가 다 쓰고 나니 팍 식었다......


휠체어 히로인 생각보다 꼴릿한 소재인데 내가 쓰니까 별로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