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끝자락. 위대한 영웅들과 상인들만 가끔 찾아오는 한 마을에 세상 모든 것의 지식에 통달했다고 전해지는 한 만물박사가 살았습니다.


낚시하다가 한 도시를 물고기 뱃속으로 이동시킨 마법사도, 자신의 안광으로 뇌창을 만들어내는 악마도, 과거 누가 사슴벌래라고 놀려서 화난 야수신도 그의 지식에 감탄하며 돌아갔지요.


그런데 어느 날, 만물박사는 아담하고 포근한 집을 벗어나서 모험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자도, 신도, 악마도 아닌 한 소녀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거든요.


그 소녀의 질문에 하루이틀 대답한 것은 아니지만 그 소녀는 오늘따라 조금 끈질겼습니다.


순진무구한 소녀는 물었습니다.


"하늘에는 뭐가 있어요?"


"구름과 고래, 그리고 여행자들이 있지."


"그 위에는요?"


"신들의 궁전이 있단다."


"그 위에는요?"


"세상을 등지고 떠난 어떤 소년이 있지."


"그 위에는요?"


"세상 모든 바람을 만들어내는 새의 날갯짓이 있단다."


"그 위에는요?"


"집세가 비싸서 하늘로 도망간 한 마법사가 있지."


"그 위에는요?"


"번개를 뿜으며 구름을 만들어내는 용이 산단다."


"그 위에는요?"


"바다에 사는 인어가 있단다. 가끔 지상으로 떨어지기도 해."


"그 위에는요?"


"비가 오지 않는 정거장이 있지."


"그 위에는요?"


"오 꼬마야 너는 나를 조금 지치게 만드는구나. 그 위에는 죽은 영혼들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구름이 있단다."


"그 위에는요?"


"달이 있지."


"그 위에는요?"


"태양이 있단다."


"그러면. 그 위에, 신들의 궁전과 새의 날갯짓 적란운의 용과 정거장, 달과 태양을 지나서. 가장 높은 곳에는 뭐가 있어요?"


"작은 별의 왕자와 백야의 술꾼을 지나, 끝나지 않는 나비들의 싸움과 세상이 눈을 떴을 때부터 살아온 두 초월자들과 그들의 조수를 넘어가고 우리가 신이라고 믿었으나 사실은 형제였던 자들의 지루한 설교를 지나면 무한히 높은 별들의 산맥이 있단다."


"그 위에는요?"


만물박사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정말로 오래간만에 자신의 봇짐을 꺼날 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모험에서 너무 오랫동안 쉬었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별의 눈물보다도 많은 양의 짐을 쌓고서 보부상으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닐 때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말이죠.


"오. 꼬맹아. 잠시만 기다리렴."


만물박사는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