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한 쌍의 노회한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아,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또 왔네.'


"예…뭐, 저야 별 볼일이 없으니 이거라도 하는 거죠."

"쯧쯧,  거 사지 멀쩡한 놈이 구석에 처박혀서 불이나 지키고 있고."

"사지가 멀쩡하면 뭐합니까. 별을 타고나질 못했는 걸."

"또 그 소리냐?"


…이것 말고 별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별이 없으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데.


인간은 날 때부터 '별'과 연결된 채로 태어난다.


그 별은 찬란하게 빛나는 별일 수도 있고, 희미하게 빛나는 별일 수도 있고, 떠오르지 않는 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별들은 자신과 연결된 인간에게 예언으로 미래를 살짝 알려주거나, 힘을 빌려주는 등 다양한 도움을 준다.


…나는 그런 별이 없지만.


"그리고 자꾸 찾아오지 말라니까 왜 자꾸 오세요?"

"젊은 놈이 별 탓이나 하면서 궁상떨고 있으니 그렇지. 들어봐라. 나도 젊었을 적에는 혈기가 넘쳤는데, 그에 비해 내 별은…."


'또 시작이군.'


이어질 이미 말은 안다. 지겹도록 들은 말이니까.


대충 자기의 별은 사람들이 가끔 없는 걸로 착각할 정도로 약하지만 사실 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 너도 그런 상태일테니  나가서 뭐라도 해라!


'지랄.'


이 노인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정말로 별이 없으면 무슨 취급을 받는지 제대로 알기나 할까?


"네네. 그렇군요."


괜스레 짜증이 올라왔지만, 꾹 누르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충 대꾸했다. 때가 되면 그만두겠지.


왜 자꾸 나한테 찾아와서 이러는지 이해는 간다. 이 노인의 굳어버린 뇌로는 '별이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겠지. 


마침 자기도 약한 별을 타고났기도 하니, 어쩌면 나에게서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노인은 '별이 없는 인간은 있을 수 없으니 인간이 아니다'라며 나를 시체 취급하는 마을 사람에 비해 굉장히 우호적인게 아닐까?


평소에는  마냥 귀찮았는데, 오늘은 모닥불을 오래 쬐어서 마음이 느슨해져서 그런가, 괜스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묘한 감상에 젖어 그동안 내가 너무 했나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그래서, 알겠나?"

"예?"

"에잉…안 들었구만?"

"아니, 에. 뭐. 넵."

"으이! 으른이 말하면 경청해야지!"


…너무했긴 개뿔이. 이 빌어먹을 틀딱이.


"맨날 똑같은 얘기만 하면서 경청은 무슨 경청입니까?"

"으음? 그,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치매는 아닌 모양이시네요. 오늘 처음 한 이야기라고 했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 녀석이?!"


내가 비아냥대자 쓸데없이 고급스러운 지팡이를 휘적거리며 부들부들 떠는 영감.


흠, 이건 진짜 너무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재빨리 혀를 놀려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니깐 그런 거 말고, 좀 재밌는 소식 없어요?"

"뭬야?"

"정말 재밌는 소식이면 제가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르잖아요."

"하. 고놈 참. 네가 뭐 예쁘다고 내가 그런 말을 해주냐?"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머리좀 굴려봐요."

"에잉.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나를 노려보던 노인은 잠시 꼴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예언이 있었다고 했었지."

"예언이요? 무슨 별인데요?"

"12궁들의 예언이다."

"12궁'들'? 12궁들이 다 똑같은 예언을 했다고요?"

"그래."

"허…."


12궁, 정확히는 황도 12궁으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열 두 별들을 뜻한다. 그런데 그런 별들이 입을 모아 예견한 미래라?


"대체 그 예언이 뭐였는데요?"

"어디…'대지에 어둠이 가장 짙게 내려앉을 때, 커다랗고 붉은 별이 떠오른다'고 했다더군."

"음…뭔가 애매하네요."

"예언이 보통 그렇지 무얼."

"그래도 12궁 쯤 되면 좀 다를 줄 알았죠."

"그놈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거다."

"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나름대로 예언을 해석해보았다.


보통 별이 떠오른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이야기하는데, 어둠이 짙게 내려앉을 때는 언제인지 모르겠다.


"으으음…."

"이런, 꼴을 보니 역효과였나 보구만."

"아. 확실히, 밖으로 나갈 소식은 아니네요."

"거 이쯤 되면 예의상 한 번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예언이 이뤄지는 날 확인하러 한번 나가겠습니다."

"허허, 이거 오기가 생기는데."


오기?


무슨 뜻인가 싶어 보니, 노인이 이쪽을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왜요."

"그럼, 오늘은 이쯤 하고 내일 또 오겠네."

"…내일도 온다구요?"

"어차피 늙어서 할 일도 없었는데 잘 되었지!"

"아니, 오지 말라구요."

"껄껄껄! 그럼 이 늙은이는 이만!"

"아니."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노인은 자취를 감췄다.


뭔가 잘못 자극한 건가.


…돌겠네 진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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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내용은 나중에 더 올릴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