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너와 똑같이 티 없이 맑은 목소리로 나를 그렇게 꼬드겼다.


 허나 보거라. 결국 나는 홀로 너를 맞이하지 않느냐.

 그들은 모두 죽고, 나는 또 혼자만 남고 말았다.


 너희는 너무 이기적이다.


 너희가 말하는 영원은 결국 너희가 생을 다할때 까지다.

 남겨지는 나는 생각치 않고 너희는 자신의 마음만을 따른다.

 때문에 너희는 멋대로 날 사랑하고, 늙고, 죽는다.


 그러고선 죽기 직전에서야, 나를 생각치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사죄한다.

 사라지는건 자신이면서, 내게 위로의 말을 건낸다.


 그걸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는 내 심정은 어떠할지 생각해봤느냐?


 너희를 하나 둘 떠나보낼때면 항상 생각했다.


 나는 너희와 같이 웃을 수 있고 울 수 있는데.

어째서 나는 늙지 않고 병들지 않으며 죽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항상 눈물로 밤을 지세웠다.


 이윽고 너희를 몇명 더 떠나보내 슬픔의 밤을 셀 수 없이 지내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결국엔,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너희와 함께였기에 웃을 수 있었지만, 너희와 함께였기에 웃음에 수배에 달하는 눈물을 쏟아냈다.

 너희의 화사한 미소를 보면서 나는 더이상 똑같이 웃어 줄 수 없었다.

 너희가 언젠가 저물어갈 존재임을 알기에 나는 너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너희를 바라보며 슬픔만을 느끼는 내게.

 너희와 함께하는 것은 이제 행복치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가시를 가진 아름다운 꽃과 같은 너희를 향해 가시에 찔릴 것을 알고도 계속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알게된 것이다.

 멀리서 바라 보는 것이 내게 흉터를 남기지 않음을.


 그래서 나는 너희를 떠나갔다.

 너희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해 떠나간 것이다.


 그런데 왜 너는 내게 그리 말하는 것이냐.


 왜 나의 결심을 무너트리려는 것이냐.

 왜 내 눈물을 다시 쏟게 만들려는 것이냐.

 왜 나를 가시밭길로 다시 끌어올려 하는 것이냐.


 왜 그렇게도 쉽게.

 내가 너희의 온기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