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살던 빌라의 아랫층에는 나와 두살 많은 연상의 누나가 살았다.


빌라 내에서 내 또래의 아이들은 누나와 나 둘 뿐이었기에 나는 자주 그 누나와 놀았었다.


나도 그 누나의 집에 자주 놀러갔고 그 누나도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었다.


초등학생때 불장난을 하다가 빌라 앞의 텃밭을 모조리 불태워서 같이 크게 혼이나거나 중학생때 몰래 꿍쳐둔 누나 아버지의 양주를 찾아서 마시다 둘 다 크게 취해서 꼬장부리다 허벅지에 피터지도록 빠따도 같이 맞았었다.


그러다 내가 고등학교를 막 들어간 무렵 아버지의 직장 사정에 의해 어쩔수없이 나는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야 했기에 누나와는 떨어지게 되었었다.

그래도 폰 번호를 아니까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내가 수능을 준비할 무렵 자주 연락을 안하다보니 연락이 끊기게 되었었는데...


"그런데 왜 그랬던 누나가 지금 내 자취방에 있는거야?"


"으응~ 그런게 중요해?"


"존나 중요하지."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벌써 내 나이 27살.


취직은 안되고 집에서는 눈칫밥을 먹으니 취미삼아 하던 그림쟁이짓이 제법 손에 익어 푼돈 좀 만질만해지자 바로 방을 얻어서 혼자 나온게 벌써 1년전이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한테 그런게 중요한거야 진짜로?"


"오랜만인건 오랜만인데 갑자기 내 방에 처들어 오는건 아니니까."


"쯧. 그냥. 오랜만에 너 보고싶어서 온건데 너무 박하다?"


"박하는 민트구요."


"..."


내 비장의 개그가 먹혀들지 않았는지 싸늘한 정적이 온 방을 감싸기 시작했다.


나를 노려보는 누나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조금씩 사라지고있다.


...뭔가 좆 됬다 싶은 마음에 나는 얼른 화재를 돌리기 위해 다시 말을 걸었다.


"아 그래서 나 보러 온거긴 한데 뭘 할려고 보는건데?"


"아. 아니 그냥 뭐 얼굴도 보고... 성인이 되고서는 우리... 처음 보는거잖아?"


"그건 그렇지."


"누나랑 술 한잔 할래?"


"술? 음. 그럴까? 편의점에 다녀올게 그럼."


"안 그래도 돼. 누나가 사서 미리 냉장고에 넣어뒀거든."


냉장고를 가서 열어보니 외국산 맥주 8캔과 소주병 5개가 보인다.


애초에 마실 작정으로 왔구만 이 누님. 내가 안마신다고 헀으면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싶다.


"그럼 안주가 필요할건데... 뭐 먹고싶은거 있어?"


"누나 사주는거야?"


"하... 누나 은행원이라며? 돈도 잘버는 여자가."


"치. 알았어. 술도 이 누님이 사주고 특별히 안주도 이 누님이 사줄게~"


"농담이야. 나도 돈 좀 벌어. 안주는 내가 살게."


내 말에 누나는 베시시 웃더니 냉큼 입을 열었다.


"그럼 치킨. 누나는 양반 후반 무 많이를 좋아하는거 알지?"


"...누나 원래 K촌 간장 오리지널 아니었어?"


"으응. 요즘은 양반후반 무많이가 더 좋아."


배달앱을 켜서 자주 시켜먹는 치킨집에 배달을 시키고서 소주 한병과 맥주 두캔 그리고 맥주잔 두개를 꺼내어 들고간다.


"누나. 치킨 올 동안에 한잔할까?"


"좋아. 어디 한번 따라 보거라!"


"나 참. 그래. 소주? 맥주?"


"누나는 섞어서. 5:5로 함 말아봐."


딸깍- 꼴꼴꼴꼴-


누나의 주문대로 나는 소주를 반 맥주를 반 따라서 소맥을 말아줬다.


뭐 나름 알아서 취하는것을 조절하고 말한것이겠지.


나도 대충 소맥을 말은뒤 술잔을 들고서 내밀었다.


"그럼 짠-?"


"짠~! 첫잔은 원샷이다?"


"알았어."


꿀꺽- 꿀꺽-


시원한 알코올이 넘겨지며 내 목을 축인다.


원래 술을 좋아하지는 않다보니 자주 마시지는 않기에 얼마만에 먹는 술인가 싶지만...

애당초 술이 약한건 아니기에 이 정도는 쉽게 원샷을 할수 있다.


"캬-! 술 맛 좋다!"


"후우."


"근데 아직 치킨이 안와서 안주가 없네~ 어디 입가심 할만한거 없어?"


나는 찬장에 넣어뒀던 J라면을 떠올리고 가져왔다.


"진순?"


"빨간색이잖아. 진매."


"히히. 얼른 해봐. 누나 입이 쓰다."


"내 참..."


부스럭 부스럭

콰작 콰작


대충 부숴서 펼친후 스프를 위에 뿌린다.

...스프를 넣고 흔든다거나 찍어서 먹는 사람도 있지만 누나와 나는 어릴적부터 펼친 후 뿌려먹는 파였다.


절반정도를 뿌리고 스프를 옆의 쓰레기통에 대충 집어넣었다.


누나는 와작 와작 소리를 내며 라면 조각을 집어먹고서는 말했다.


"그런데 있잖아?"


"응. 왜?"


"왜 그 동안 누나한테 연락 안했어?"


"...누나도 안했잖아?"


"누나는 너 수능이니까 힘들까봐 안한건데?"


서운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누나. 아주 조금이지만 눈물이 살짝 그렁이는 느낌이 든다.


"그랬어? 미안. 나도 안하다 보니까 그냥 그렇게 됬네."


"누나는 많이 섭섭했다?"


"나도 뭐... 섭섭은 했는데..."


"니가 왜 섭섭해! 바보야! 연락 안한건 너인데!"


"아니 그런 누나도...!"


쿵- 쿵- 쿵-


내가 말을 이어 답 하려는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배달이요."


"잠시만요!"


결제는 앱으로 미리 끝냈기에 배달된 치킨을 가지고 와 앉았다. 하지만 누나는 그런 와중에도 토라졌다는 티를 내며 내게서 등을 돌리고 앉아있었다.


"...흥...!"


"...어휴. 뭐해? 치킨먹자 누나."


"너가 먼저 잘못한거 인정 안하면 안 먹어."


"그럼 내가 다리 다 먹는다?"


"읏..."


그제야 나를 슬쩍 바라보는 누나의 입에 강제로 다리 하나를 집어 넣었다.


"웁-!"


"옛다. 다리."


"...히히... 맛있다."


옛날부터 그랬었다. 한참을 삐졌다가도 치킨이나 피자 같은 좋아하는 음식들을 입에 넣어주면 언제 화가 났냐는듯 금새 풀려서는 저런 헤픈 웃음을 흘려대곤 하였지.


"누나 맛있어?"


"응. 맛있어."


"그럼 됐어."


"너두 다리 하나 먹어. 누나가 특별히 허락한다~"


"쿡쿡.. 아이고 네 감사합니다."


나는 황송하다는듯 남은 다리를 하나 잡아들고서 입에 물었다.


술잔을 부딪히고 치킨을 먹고.


다시 술잔을 부딪히고.


어느새 누나가 사온 소주 5병과 맥주 8캔을 모두 마신 무렵.


누나는 어느덧 내 옆에 다가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우웅... 있잖아?"


"응. 누나 듣고있어 말해."


"예전에 어릴때 기억나?"


"어릴때 언제?"


"...니가 초등학생때 누나 옷 다 벗겼던 날."


...그러고보면 그런적이 있었다.

나는 성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고 남자와 여자의 몸의 차이를 굉장히 궁금해 했었다.


그래서 그 어린시절 동심이라는 핑계로 하면 안되는 행동을 누나에게 한적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떠올리고는 후회하는 기억. 소위 말하는 흑역사와 같은 것이다.


그날 우리 부모님과 누나의 부모님은 누나의 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누나는 우리집에 올라와 같이 놀다가 잠에 빠졌었다.


그리고 나는 잠이 든 누나의 잠옷 단추를 풀고 바지를 벗겼다.

그 후로도 있던 일들이 기억난다.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않았던 누나의 팔을 묶었다.


누나는 울먹이며 부탁했었다. 이러지 말라고. 이런거 하면 안된다고.

그때 그 눈물어린 두 눈동자가 내 양심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 어색 했어야 할 우리 사이는 누나의 반가운 웃음과 배려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었다.


그때의 일이 기억이 안날리가 없지.


"...기억...나..."


"그때... 왜 그럤어?"


"미안."


"아니이. 미안 말구우. 왜 그랬냐구."


"그냥... 그냥... 누나가 너무... 좋았었어."


내 말에 누나는 어깨에 기댄 머리를 들고 내 두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은?"


촉촉하게 젖은 두 눈동자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을 흔들어댄다.


"...지금은 안보고 싶어...?"


"보고...싶어..."


"누나랑 할래?"


"...응..."


나는 서서히 고개를 숙여 누나의 붉게 물든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