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천박 대회 작품]

[해당 작품은 회맹성의 팬픽형 작품임]


순애: https://arca.live/b/novelchannel/38336108?category=%EB%8C%80%ED%9A%8C&p=1

천박(상):https://arca.live/b/novelchannel/38336108?category=%EB%8C%80%ED%9A%8C&p=1


앞 내용이 궁금한 자들은 위 두 개로

 

 

 

 

 

 "하으윽, 하앙! 아앙! 응아앙!"

 

 비바람이 치는 이슥한 밤. 맹약의 사도가 머무는 방에서 색기 어린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퍽퍽 살과 살이 부닥치는 소리, 농밀한 땀방울이 사방으로 튀는 소리가 애피타이저처럼 곁들여졌다. 


 점점 색정적으로 바뀌는 르네의 목청을 만끽하며 베라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의 아래 깔린 르네는 그저 황홀한 얼굴로 교성을 토할 따름이었다. 


 쑤컹쑤컹, 자지를 깊숙이 받아들이던 르네가 애타게 부르짖었다.


 "베라! 하윽, 베라!"


 베라와 깍지를 낀 양 손에 지그시 힘이 들어갔다. 영원히 그와 맞잡은 쌍수를 놓지 않을 격렬한 기세였다. 


 성녀의 호출에 베라가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대꾸했다.


 "베라가 여기 있습니다, 르네."


 "이상해요! 아흑, 이상해요! 베라, 나, 나 좀 어떻게! 아흐학!"


 르네는 지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자지와 보지의 교합은 단순 손과 입을 통한 애무와는 차원이 달랐다. 두툼한 음경이 질벽을 북북 긁고, 귀두가 리드미컬하게 자궁 입구를 두드린다. 처녀막을 잃었을 때의 고통과 충격은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남은 건 그저 베라의 씨를 받고 싶다는 본능적인 충동이 전부였다.


 슬슬 베라도 버티기 힘들던 차였다. 


 참으로 저열한 묘사지만, 르네의 안은 상상 이상으로 환상적이었다. 쫄깃한 보짓살과 흥건한 애액이 자지를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이는 느낌이었다. 


 "후윽, 르네. 이제 싸겠습니다."


 "네엣! 베라! 아흐흑, 베라앗!!"


 베라의 말에 르네가 애타게 외쳤다. 엘리아의 성녀가 아닌, 사내의 자지를 갈구하는 암컷의 절규였다. 


 그 비명이 베라의 한줌 남은 자제력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미처 인식하기도 전, 그의 귀두가 르네의 자궁에 수억의 정자를 토해냈다. 자신의 모태로 침투하는 베라의 정액에 르네는 허리를 꺾으며 울부짖었다.


 "으하아으윽!!"


 내 안에 베라의 씨가 가득......


 "후우, 후우......"


 드디어 일파전이 끝났다. 성녀에게 씨앗을 뿌린 육신의 열기가 시나브로 식기 시작했다. 한차례 사정을 한 남자라면 빠짐없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 통상의 사내들이라면 여기서 교합을 중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베라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하아, 베라......"


 정액이 새어나오는 자기 음부를 쓰다듬으며 르네가 흐뭇하게 물었다.


 "나 이제 진짜로 베라의 아기를 밴 거죠? 내 안에 베라의 씨가 착상한 거죠?"


 "아직 모릅니다."


 "네?"


 예상 외의 대꾸에 르네가 아리송한 낯을 띄웠다. 


 일단 베라 입장에서도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다양한 연유로 임신에 난관을 겪는 부부들이야 흔하지 않던가? 누군가는 고작 불장난으로도 회임을 하지만,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수태가 요원한 법. 


 그러니까 지금 그가 하는 행동에도 충분히 정당성이 있었다. 성녀님께 아이를 드리기로 약조했으니까.


 "자세를 바꾸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르네."


    

 

()()()()()()()()() 

 

 


 "이, 이렇게 하면 돼요?"


 엉거주춤 엎드려 베라를 힐끗 돌아보는 르네. 어색함과 쑥스러움 일색인 눈망울이 지독하게도 귀여웠다. 


 허나 자세는 이와 대조적으로 하얀 엉덩이를 내민 요염한 종류의 것이었다. 아직 체위가 익숙하지 않은 르네를 도와주며 베라가 속삭였다.


 "요추에 힘을 빼고 뒤를 더 내미십시오. 옳지, 잘하셨습니다."


 어린아이를 칭찬하듯 하는 말투에 르네의 얼굴이 화끈 붉어졌다. 성교에 다른 자세들이 많다는 점은 방금 처음 들었다. 아까 베라와 했던 자세가 다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이 자세,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흡사 들짐승 마냥 엉덩이를 정통으로 내밀다니......


 '거, 거기가 보일 텐데.'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 벌렁거리는 르네의 항문. 진홍색 이채를 띤 예쁜 풀빵 모양의 입구였다. 


 그녀의 둔부를 주물거리던 베라가 천천히 볼기짝을 옆으로 벌렸다. 그리고는 항문의 앙증맞은 주름을 핥기 시작했다. 혓바닥이 밑구멍과 닿자 르네의 전신이 벼락을 맞은 양 으스스 떨렸다.


 "아흐학! 어흑! 하으그그......"


 르네가 자지러지는 신음성을 내며 침대에 머리를 파묻었다. 음문을 핥는 게 가장 짜릿한 경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래에서 전해지는 감각에 문자 그대로 질식할 것만 같았다. 


 거, 거기는 정말로 안 돼......!


 "베, 베라! 흐아앙! 하지 마요! 더, 더럽잖아요! 으힉! 으그긋!"


 그러자 베라가 그녀의 엉덩이에 쪽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르네, 당신의 몸에 더러운 곳은 없습니다."


 "그, 그래도......"


 유감스럽게도 고민할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곧바로 재개된 애무에 르네는 하염없이 교성만을 되풀이해야 했다. 정말이지 신선할 정도로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부들거리는 르네의 음부를 톡 건드리며 베라가 짓궂게 속삭였다.


 "느껴지십니까, 르네? 당신의 보지가 제 자지를 원하고 있는 게."


 "그, 그런 말......안 하면 안 돼요?"


 "무슨 말 말씀이십니까?"


 뻔히 알고도 일부러 되묻는 악랄함. 


 과거의 베라라면 상상도 못할 언동이지만, 현재의 베라는 욕정에 사로잡힌 교활한 늑대였다. 시궁창에서 배운 천박한 타성의 일부가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베라의 반문에 르네는 흐으윽, 앓는 소리를 내며 도리질을 쳤다.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단어들. 겨우 의지력을 짜내 대답하는데 성공했다.


 "보지......자지......그런 단어들......"


 그 순간 베라가 르네의 항문에 입을 맞추었다. 


 "르네, 그건 연인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이상하게 여기실 것 없습니다."


 연인. 그 간단한 말에 르네의 거부감이 한결 옅어졌다. 

 

 연인끼리 쓰는 말. 베라와 연인이 되려면 익숙해져야 하는 단어......


 "흐그윽! 으으읏! 아응!"


 베라가 애무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손도 잠자코 놀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흥건한 보지를 검지와 중지로 쑤시며 농락을 가했다. 


 아래쪽의 두 구멍이 한꺼번에 파이자 르네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양쪽 모두 여인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가 아니던가?


 "아으윽, 아앙! 하으악! 베라, 앙아윽! 베라앗!"


 뒤이어 베라가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발기한 자지를 보지에 문질문질 비비며 성녀의 등허리를 핥고 르네의 가슴을 만졌다. 


 최후의 존엄성마저 잃은 성녀는 이제 싫다는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 줄줄 흘리며 쾌락과 맞서느라 진땀을 뺄 따름이었다. 


 파르르 몸서리를 치며 르네가 애걸했다.


 "아윽, 베라! 제발, 제발 나 좀, 으하악!"


 "정확히 어떻게 해주시길 바라십니까, 르네?"


 그녀의 젖꼭지를 약하게 꼬집으며 베라가 물었다. 


 그러자 르네가 한쪽 손을 뻗어 보지 부근에 머무르던 자지를 어루만졌다. 귀두를 쓰다듬는 성녀의 손가락은 바깥 바람 탓인지 의외로 차가웠다. 


 "자지......베라 자지를......내 보지 안에......제발!"


 드디어 거리낌없이 외설스러운 발언을 하는 르네. 수치심보다 베라와 하나 되고 싶다는 열망이 훨씬 커진 결과였다. 그러자 베라가 그녀의 등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잘하셨습니다."


 푸욱, 그리고 베라의 자지가 다시 르네의 보지를 범했다.


 "아흐으아앙!!"


 르네가 허리를 쭉 빼며 야생의 동물처럼 울부짖었다. 퍽퍽, 살끼리 부닥치는 소음과 함께 베라의 허리 놀림이 순차적으로 거칠어졌다. 그러자 르네는 개처럼 혀를 쏙 내밀고 헉헉거렸다. 


 구름 위를 떠도는 듯 몽롱한 감각. 아까의 자세와는 천지차이인 색다른 쾌감. 


 이게 뒤로 하는 성교......


 '좋아! 너무 기분 좋아!'


 삼키지 못한 침을 질질 흘리며 르네가 가랑이에 힘을 주었다. 두 번째 정사를 가지며 그녀도 본능적으로 자지를 조이는 법을 깨닫는 중이었다. 


 조금이지만 능숙해진 르네의 요분질에 베라는 실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르네가, 그 숭고하던 르네가 이렇게 되다니. 심지어 나라는 놈 때문에.


 하아, 제길.

 

 '그렇게 생각하면 더 못 참겠잖아.'


 스스로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베라는 르네를 집어삼킬 기세로 덮쳤다. 


 전설에 따르면 인간은 본디 자웅동체의 생물이었다고 한다. 허나 그 완벽한 행복을 질시한 악마가 인간을 남녀로 나누어 떨어뜨려 놓았다지. 그래서 암수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이런 음탕한 행위를 갈망하는 거라고. 


 만약 그 전설이 사실이라면 베라의 반쪽은 르네였을 것이다. 


 르네만큼 베라를 흥분시킨 상대는 없었다. 르네만큼 성교를 기껍게 만든 상대도 없었다. 단지 상스러운 욕구를 해소하려는 무분별한 교접과는 달랐다. 


 르네와 하나가 되고 싶었다. 르네를 품고 싶었다. 르네를 향한 열망이 폭발할 것만 같아 내면이 답답했다.


 '르네, 당신은 내 거야.'


 사정하기 직전, 베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신도 성국도 전부 엿이나 까라지. 당신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겠어. 당신은 오직 베라의 르네야.'


 왈칵, 그의 정액이 다시 르네의 내부로 분출되었다. 또 한차례의 정사를 마친 남녀는 그대로 뒤엉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아, 베라.'


 자신 위의 사내를 느끼며 르네는 힘없이 복부의 감각을 헤아렸다. 


 여태 빼지 않은 자지의 이물감, 울컥울컥 넘치는 정액이 주는 포만감. 모두 행복한 감각이고 감탄스러운 경험이었다. 


 가쁜 호흡을 고르며 르네는 남몰래 미소를 머금었다.


 베라가 내 안에 있어. 베라가 내게 씨를 뿌렸어.


 이게 아기를 만드는 방법. 왜 이제서야 알았는지 모를 정도로 짜릿한 환희. 


 '더, 더 만들고 싶어.'


 오래 지나지 않아 르네의 염원은 성사되었다. 흥분감을 이기지 못한 베라가 자세를 바꾸며 몇 번이나 더 그녀를 품은 것이다. 


 그 날 르네는 성교에 얼마나 다양한 체위가 존재하는지 몸으로 배웠다. 


 베라에게 들어올려져 공중에서 자지에 박혔다. 벽에 기대 선 채로 한쪽 다리를 들고 그와 성기를 섞었다. 베라의 위에 거꾸로 엎드려 자지를 입으로 애무하며 동시에 보지에 애무를 받았다. 목마를 타듯 베라에게 올라타 허리를 흔들었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 다리를 가위처럼 벌렸다. 


 베라의 남근이 정액과 애액 범벅이 될 때마다 르네는 남김없이 그걸 입으로 청소해주었다. 그의 우람한 자지를 빨며 르네는 생각했다.


 '아무도 못 훔쳐 가. 전부 내가 마실 거야. 베라의 씨는 전부 내 거야.'


 열정적으로 서로를 탐하는 동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별이 떠오르고 시커멓던 하늘도 특유의 감청색으로 물들어갔다. 


 달의 형상이 희미해질 즈음, 베라와 르네는 마지막 한 번의 정사를 지극히 뜨겁게도 나누었다. 


 첫경험과 동일한 자세로 베라에게 깔린 르네가 달뜬 신음을 토했다. 그녀가 베라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베라! 아으응, 베라!"


 "하아, 르네!"


  "키스, 키스해 줘요! 아윽, 베라! 사랑해요! 사랑해요, 베라! 나랑 입맞춰 줘요!"


 사랑. 나와 르네의 사랑. 우주의 신비와도 비견할 그 성스러운 한 단어가 베라의 심장을 격동시켰다. 


 그도 알고 있었다. 성교 도중 과도한 흥분감으로 인해 팔푼이처럼 사랑을 외치는 자들이 비일비재함을. 일순의 쾌락과 정서적 유대감을 구별하지 못해 벌어지는 촌극이었다. 


 허나 베라는 어금니를 까득 악물며 입꼬리를 떨었다. 그동안 애써 부정해 왔던 진솔한 감정이 봇물처럼 가슴 속으로 쏟아졌다. 


 사랑, 사랑! 


 르네!


 "르네."


 "네헤에, 하웁. 우움......."


 소원대로 입을 맞춰주며 열정적으로 혀를 뒤섞었다. 


 착각이어도 좋고 불장난이어도 좋다. 생애 마지막으로 듣는 말이 되어도 좋으니, 제발 한 번만 더 듣고 싶었다. 


 르네, 당신은 나의 성녀. 나를 구원해 준 희망. 내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 내가 따르기로 한 빛. 


 그리고 나의 변하지 않을 사랑.


 불끈, 베라의 음경이 경련하며 정액이 쏟아졌다. 최후의 한 방울까지 짜낸 바닥의 씨앗이었다. 이제 더는 짜내려고 해도 짜낼 것이 없었다.


 "으음, 후으음......."


 사정을 마친 후로도 베라와 르네는 입맞춤을 멈추지 않았다. 영원히 키스를 할 듯한 기세로 서로를 자석처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윽......"


 한참 뒤 겨우 입술이 떨어지며 은색의 실이 한 줄기 가늘게 늘어졌다. 르네의 매혹적인 자태를 주시하던 베라가 조용히 말했다. 


 "르네."


 "네, 베라."


 "한 번만........"


 입술이 타들어가고 목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었다. 창칼에 찔리고 십자가에 묶여 화형을 당하는 것 같았다. 


 시궁창에서 르네와 처음으로 만난 날. 그녀의 영혼에 감화되고 성흔에 맹세를 걸던 날이 떠올랐다. 회귀 후 목장으로 르네를 맞이하러 가던 날, 그녀를 데리고 성국으로 돌아가던 날, 그녀와 함께 세상을 누빈 모든 날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한 번만 더 말씀해주십시오. 저를.......저를......"


 그러자 르네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별처럼 빛나는 두 눈동자에 아름다운 감정의 물결이 어렸다.


 "사랑해요, 베라. 당신만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베라는 바보.'


 조금씩 진동하기 시작하는 그의 피부를 쓰다듬으며 르네가 중얼거렸다. 


 베라는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오래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았는지. 얼마나 당신에게 내 목소리가 닿기를 소망했는지. 


 사랑해, 베라. 내 곁에 있어 줘.


 베라가 르네의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사랑합니다, 르네. 나도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맹약의 사도로서 성흔에 걸고 맹세합니다."


 성국에 머무르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꿈과도 같은 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려서 차마 내 귀를 믿을 수 없는 말. 


 감격의 눈물을 영롱히 글썽이며 르네는 베라를 꼭 끌어안았다. 


 "사랑해요, 베라."


 각자의 진심을 확인한 두 남녀는, 그렇게 침대에서 포옹한 채 해가 밝기를 기다렸다. 서로의 품에 기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상대가 나보다 먼저 잠들기를 고대하며. 상대의 잠든 얼굴을 보고 소소하지만 귀중한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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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묵직한 눈꺼풀을 비비며 베라가 상체를 뒤척였다. 자신의 방 천장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뻑적지근한 근육을 움직이며 베라는 주변을 살폈다. 


 지금이 몇 시지? 


 침대 옆자리에 성녀는 없었다. 단지 그녀가 누웠다 떠나간 흔적만이 남아있을뿐. 아마 먼저 기상해 씻으러 간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자괴감이 몰려왔다. 자신이 모시는 대상보다 늦잠을 자다니, 사도 실격이 아닌가? 


 허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간밤에 그가 저지른 짓거리들이었다. 육욕의 노예가 되어 저지른 몰지각한 행동들이 우후죽순 기억을 뚫고 떠올랐다.


 '......멍청한 놈.'


 차라리 돌기둥에 머리를 찧고 죽어버릴까 고민했으나, 르네가 슬퍼할 것 같아 일단 참았다. 절대 그녀를 떠나지 않겠다고 성흔에 대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자기자신이 원망스러운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끄응, 괴로운 신음을 내며 베라는 제 안면을 짚었다.


 성녀님을 뵐 낯이 없군.


 "......?


 그 순간 아래쪽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베라는 자신이 덮은 이불을 돌아볼 계제가 생겼다. 


 꿈틀꿈틀, 이불 속에서 무언가 작달막한 물체가 꼼지락대고 있었다.


 설마?


 "서......성녀님?"


 이불을 걷자 자신의 자지를 물고 있는 알몸의 르네가 보였다. 아침을 맞아 발기한 그의 음경을 마치 달달한 설탕 과자처럼 정성스럽게 빨고 있었다. 


 베라가 당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성녀님, 이게 무스, 으극!"


 그의 물음은 작은 비명으로 끝을 맺었다. 르네가 베라의 귀두를 앞니로 잘근 깨문 것이다. 


 째릿, 이쪽을 새침하게 노려보는 눈동자가 성녀답지 않게 매서웠다. 


 뒤늦게 실수를 간파한 베라는 찔끔 식은땀을 흘리며 호칭을 정정했다.


 "르, 르네."


 그제서야 르네가 다시 애무를 재개했다. 귀두에 남은 잇자국을 상상하며 베라는 르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수치심도 망설임도 없이 사내의 자지를 입에 머금은 르네의 자태. 


 그걸 보자 비로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깊이가 실감이 났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르네가......


 '크으윽, 베라. 이 찢어죽일 놈아.'


 통탄스러운 한숨을 푹 쉬며 베라가 말했다.


 "제가 평생토록 책임지겠습니다, 르네. 사랑합니다."


 그러자 르네는 시력을 잃은 눈동자를 굴려 베라가 있는 방향을 향했다. 베라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길이 없는 르네는 철저히 다른 착각을 하고 있었다.


 '베라는 아침에 입으로 해주는 걸 좋아하는 구나?'


 헤헤, 싱그러운 눈웃음을 치며 르네는 내심 다짐을 했다.


 '앞으로 매일매일 해줘야지.'


 나도 사랑해, 베라.




- 천박 루트 End




드디어 다 썼다.....


이게 뭐라고 3편씩이나 나온다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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