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본이래 - https://arca.live/b/novelchannel/38829563?p=1


대충 12명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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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쓰지’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했다. 무언가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지만 이런 정신머리로는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시간만 축낼 것이 분명했다.


“하아…”


커튼이 쳐진 창문 너머에서 얇은 천에 구멍을 낼 것만 같은  뜨거운 햇빛이 비춰진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밖에 나갔다오면 뭐가 좀 떠오르려나…”


생각이 고민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듯한 답답한 느낌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여름 날씨에 맞춘 가벼운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방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깥을 산책하고자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섰지만, 얼굴이 작렬하는 햇살에 노출되자마자  땀이 송골송골, 무슨 


나는 미쳐버린 날씨에 곧장 산책하는 것을 포기하고 평소에는 가보지도 않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려고 하는데


“하암…”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졸리지… 한숨만 자고 일어날까…’

가벼운 옷차림으로 온 것도, 냅다 엎드려 잠들면 안 되는 장소인 것도 알고 있음에도 원인 모르게 쏟아지는 졸음에 이성적 저항 하나 없이, 눈꺼풀이 감기고 몸이 널부러지는 순간이었다.


“어?”


바보 같이 잠들고 멍청하게 잠에서 깨니 사전적 정의에 딱 맞게 ‘이상한’ 곳에 와 있었다… 주변에는 풀과 나무가 많이 보인다. 


‘시골인가?’


폰을 꺼내서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해보려 했지만 배터리가 다 달아있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천사의 섬 신안(新安)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ㄴ...네?”


이게 뭔소리야. 이세계 아니었어?


“아… 죄송합니다 잘못 말씀드렸네요. 네 대충 이세계 맞아요.”


‘더 이상한데…?’


짠 맛이 나는 공기다, 마치 염전과도 같은 햇볕이 내려쬐는 이곳에는 하얀 가루가 지천에 가득했다. 현실은 가상보다 더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곤 하나 이런 전개는 내 머리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자 가상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뭔 전개야…’


이세계라고 했다가 염전이 되었다가 왔다갔다하기나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워하는 내 옆에 누군가 다가왔다.


백발에 가까운 머리색을 띈 예쁜 소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니 이름은 이제 대식이여"


‘아니…? 이게 뭔데…’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드디어 여기까지 온건가…”


나는 마왕의 방 앞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소설 소재를 생각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가 카페에서 잠시 잠들었고, 갑작스레 이세계로 전생해 온 후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다. 


‘염전 이세계라니… 정말 끔찍했어…’


그만큼 좋은 동료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잠깐의 회상을 마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가장 앞에서 모두를 지켜주던 탱커, 푸틴

항상 혼자왔냐고 물어보며 나와 함께 적을 공격하던 검사, 장첸

적의 난입을 견제해주던 궁수, 깐프

그리고 파티의 회복을 담당해주던 사제, 아돌프

용사파티의 짐을 시공간 마법으로 운반하던 짐꾼, 이예르폴

거기에 쓸모없는 짐짝, 안드로이드까지.


‘아 걔는 죽었구나… 아니 부서졌지.’


내 눈 앞에서 처참하게 폭발했다.

강적을 마주하고 전멸의 위기에 처했을 때 안드로이드가 우리에게도 숨기고 있던 자폭 기능을 발동했고, 적과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고 이예르폴까지 휘말려 같이 죽었다.


 마음속으로 이예르폴과 안드로이드를 추모하고 모두와 한 번씩 눈을 마주친 나는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왕이 기다리고 있다. 각오를 다진 나와 동료들은 문에 손을 얹고 힘차게 밀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견고히 닫힌 상태를 유지했다.


“젠장 왜 열리지 않는거지?”


 나와 동료들은 문에 어떤 트릭이 있는 건지 찾기 위해 주변을 수색했지만 이 문에는 그 어떤 장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문 손잡이 옆에 이상한 문자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당기시오]


 한국인인 나는 종족 특성으로 이 단어를 알아보지 못했고, 다른 동료들도 처음 보는 듯한 문자에 해석도 하지 못한 채 고민에 빠질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흘렀다.


 우리는 아직도 문을 열지 못했다. 푸틴이 양손방패를 들고 돌진해도, 장첸과 내가 검을 휘둘러도, 깐프가 화살을 날려도, 아돌프가 성서를 휘둘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열려라 참깨!!]



여기까지 쓰고 그 뒤는 분탕이 분탕해서 날라가버림.. 1차 릴레이는 이렇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