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톨이 마법사.



나는 바보라서 당신 같이 빛나는 사람이 말만 걸어주어도

기쁨에 마음을 주체할 수 없으므로,


"......용사 샤를로테 입니다!"


이 아리따운 용사님은 나에게 따라오라고.


간단하게 오늘 만난 자신을 신용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긴 여행을 부탁한다고 말해주었다.


거절하면 나는 몇날 몇일을 눈에 담아버린 당신의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거절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흔들리는 팔도, 그것을 붙잡는 손도,

불안에 흔들리는 눈동자도 각인 되어서.


거절해 뒤돌아 서면, 잊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는 바보임에도 초라해져가는 당신을 일으켜 세우고 싶어졌다.


"좋습니다. 해보죠, 마왕토벌."


나의 말에 일희일비하여 이내 해냈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는 용사님.


다음 날이 되어서

교회에서 교황의 서신을 받은 추기경의 세례를 받았다.


"나날이 정신과 신체를 단련하여,

누구를 만나던지 모든 행동에 진실함을 섞어 대하고,

고결함을 가져 세상을 위해 봉사하여라."


"무언가 더 나은 것을 위해 싸웠던 위험하거나 정의롭던 사람들의

땀흘리고 경주하고 기어올라서 얻어온 증거를 그대들에게 내리나니."


"이것이, 험난한 여행길의 이정표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기도하겠네."


"여정은 시작되었으니.

그 가는 길에 축복이 있기를.

그대들의 여행은 길고, 그렇기에 얻기 힘든 경험이 될거라 믿는다."


받은 것은 은으로 된 나침반과 금화 주머니.


추기경은 나에게 다가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침반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여정을 위해 먼저 길을 나섰던 모험가들이 남긴 마왕성을 가리키는 나침반입니다.

반대 방향의 파란 침은 그대들의 고향인 이곳을 가리키는 것이니,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도록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힘낼게요."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뒤로하여 산을 넘고 숲을 지났다.


몬스터를 만나 전투를 치르고, 밤이 되면 야영을 하여 따뜻한 스튜나 뜨뜻한 국물에 국수를 말아 배를 채운다.


마을을 떠나 모험을 하고 있다보면 계절의 변화라는 것을 오싹오싹하게 실감한다.

마을을 떠날 적에는 나른해지는 것 같은 더위가 계속되는 여름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지금은 벌써 추위를 느낀다.


용사님의 희고 예쁜 피부를 한 뺨은, 추위에 희미하게 주홍에 물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때에는 죽음의 고비도 겪어야하는 험난한 여행길. 옆에 자리한 용사님은 늠름한 풍취로, 자세 좋게 곧게 앞을 보며 걷는다.


여행중에 나에 대해 몇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나는 여자의 웃는 얼굴에 너무 약하다.]


마을에 들어서면 쇼핑에 눈을 반짝이는 용사님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든 사주고 싶어서


한가득 쌓아올린 짐을 지는 짐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여행 길에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는다.


이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그녀의 의지다.


그녀는 가끔 늦잠을 자.

 밖에서 기다리는 나를 따라 헐레벌떡 여관의 문을 나와서

하아하아 숨을 거칠게 하면서 무릎에 손을 붙는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가볍게 귀에 걸치면서, 눈을 치켜 뜨고 나를 올려보았다.


새삼스럽게 전신을 보면, 멋부리기에 신경쓰고 있는 것을 잘 안다.


조금 사치를 부리자는 생각에 그녀를 데리고 악세사리 가게를 찾아갔다.

이러한 장식품이라는 것은 여성에게 있어 멋부리기의 하나일 것이다.


악세사리인가.

아무런 능력의 보조도 받을 수 없는 이런 물건에도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그녀가 이것으로 기뻐 할 수만 있다면...


"용사님. 저금은 충분하니 하나 장만하셔도 좋아요?"


그녀는 보석으로 장식된 나비 머리핀 하나를 꼬옥 하고 가슴에 안았다.

보물을 취급하듯이 살그머니 상냥하게 쓰다듬고서 그리고는 아쉬움을 담은 한숨과 함께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았다.


"아닙니다. 이리 아름다운 것이 전투중에 부수어진다면, 마음이 흔들려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일순간, 말을 잃었다.


그녀는 성숙해졌다.


찬란하게 빛나는 주변의 어느 무엇보다 그녀가 아름답다고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여자의 우는 얼굴에도 너무 약하다.]


여행의 중반에 잠을 잘 때면 그녀의 눈동자는 불안에 흔들려, 당장 울기 시작해 버릴 것 같았다.


"어째서……엄마가 없는거야……?"


괴롭다. 어쩔 수 없고, 괴롭다.


심호흡 한다.


"...엄마 보고 싶다..."


"......."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되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잘 것 같은 그녀의 방해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내 들려오는 희미하게 달콤한 향기를 수반하는


스으, 스으

작은 숨소리.


꼴사나운 모습을 만인 앞에 들어내 웃음거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를 웃게하고 싶다.

맛있는 것만 먹여드리고 싶고, 따뜻한 곳에서만 쉬게 하고 싶다.


허나 날씨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을은 추웠고, 날씨는 급변한다.

 음습하게 고인 공기. 귀를 기울이면, 보슬보슬 물이 방울져 떨어지는 소리.

비가 내리면 주변 환경에 민감한 인간은 활동이 크게 저하 된다.


전방의 시야는 어둡고 천이나 가죽 방어구가 젖어 버리기 때문에 무게가 늘어버리고 무기는 녹이 슬거나 식량이 훼손되는 등. 상당한 고생이다.


격렬한 비.


우리는 몸을 피해야 한다.

겨우 잠이 든 그녀를 깨우기가 마음 아프지만 이것은 비상사태다.


─그 순간.

 번쩍, 날카로운 번개가 달렸다.


늦어, 울려 퍼지는 우뢰의 소리.


"꺄ㅅ!"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놀란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주춤이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몸을 피신한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 방어막을 입구에 전개해 비바람을 막았다.



따뜻하고 우아한 피부의 감촉.



손을 떼어 놓는다.


"아……"


서운한 것 같은, 외로운 것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사람은 무력해, 피하지 않고서는 저항할 수가 없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자리에 식량과 중요품을 두고 와 버렸다.


ㅡ실책이다.


책임지고 다시 가져와야 한다.


양해를 구하고 동굴 밖을 나서려는 나를 입을 열고 닫는 일을 반복 해.

이윽고, 작고 모기가 우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돼. 같이, 있어....."


얼굴은 숙인 채였다.

어린나이에 용사가 되어서 응석부려야 할 상대를 떠나 버렸다.


두렵겠지.

나도 자연재해는 두렵다.


용사님의 명령이지만 내 실책으로 여행길을 험난하게 만들 수는 없다.

몇번이고 차분하게 설득을 시작했다.


나를 막아서는 것은 성실한 용사님 다운 책임감이었다.


입술을 부들부들 떨어 목 힘으로 턱을 당겼다.

눈망울은 물줄기를 터뜨릴것 같이 물기를 머금고


"......하는 수 없는거네. 응, 그렇게 해."


빙긋 웃었다.


짐을 되찾는 길에 상처가 생겨 용사님이 화를 내는 일도 있었으나.


우리는 비가 그치고 여행을 계속해 나간다.


동료를 늘려야 한다.

두 명이서는 너무나 고된 모험이다.


전국에 이름을 날렸으니 뜻을 함께 할 성실한 동료를 만날지 모른다.


그렇게 마왕성의 최전방 성벽이 세워진 마을에 도착 할 때 쯔음에는 인원이 네 명이 되었다.


용사, 프리스트, 궁수, 마법사로 이루어진 파티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마법은 동료의 보조를 해내지 못한다.


적의 본진에 홀로 돌진해.

마왕의 체력을 최대한 깎아 놓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하여 거부당했지만 설득의 끝에 내가 출전해 한 시간 뒤 나를 쫒기로 하고서 나를 보내주기로 하였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인간의 언어로 쓰여진 석판.

마왕은 용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정직하게 말하면 지금에 와서 두려움에.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냉정하게 생각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보살핌일지도 모르지만.


용사님이 행복하게 되는 것.

나는 그것만을 쭉 생각해 온 것이니까.


내가 당신을 실망 시킨 걸 알아.

지금 미안하다고 하기에는 늦었나?


첫 눈에 반해버려서, 세상이 아름다워진 그날.


나는 당신이 나의 구원이였음을 실감했다.


"사랑한다고 한마디 하고 올 껄 그랬나?"


피식-

입에서 나오는 바람 빠지는 소리.


"좋습니다. 해보죠, 마왕토벌."

다시 내뱉는 그날의 대사.


[나는 그녀를 위해 마왕을 죽이러 간다.]



마법사가 빠진 용사 일행은 동료가 걸어간 길을 따라 들어간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희망.


 - 마법사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

 - 마왕을 처단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 우리의 생존을 건 희망.


이 모든 일이 무의미하지 않기를.


프리스트는 기도한다.


마왕성 입구에 문지기 괴물들의 거체가 바닥에 뉘여져 목이 꺾여 나뒹굴고 있다.


복도에는 셀 수 없이 수많은 몬스터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분쇄해 근육째로 피부를 찢은 흔적들이 보인다


단말마의 비명도 들려오지 않는 일 체 살아있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 살점으로 이루어진 붉은 카펫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 앞에 마법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홀로 마왕을 처단하려 갔겠지.


"이만한 수의 데몬과 발록을 육편으로 만들다니, 얼마만큼 강한거지 그 마법사?"

궁수는 몬스터의 정보를 감정했다.


상급 몬스터 600.

최상급 몬스터 100.


도합 700마리의 육편.


자연재해가 쓸고지나간 흔적 같다.


손쉽게 마왕의 방 문 앞에 선 그들은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 차림새는 마법사인가? 나의 앞에 서는 자격이 있는 것은 확실한 전력을 가지는 사람만. 너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느라 온 힘을 다 썼는가? 너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마왕은 살아있다.


"나에게서...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고?"

마법사도 살아있다.


"그럼, 너는 여기서 죽는다."


"하, 하하하─! 과연, 너는 상당히 죽고 싶은 것 같구나! 좋아."

교만과 자만심 이것이 마왕.


그 둘의 대치에 마른 침을 삼키는 동료들은 침묵한다.


따듯했던 방 안이 순식간에 싸늘해지고 서리가 생긴다. 마법사의 걸음마다의 자리에 얼어붙은 빙판이 생겨났다.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고 공격을 전개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을 응시했다.


마법사는 마왕을 초월자의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느렸지만.


"─괄목하라. 이래도 느껴지지 않나?"


죽음의 이명.


"─『커스드 커팅 크레이터』"


너무나도 강력하기에.


눈을 뗄 수 없다.


".....이겼어?"

"혼자서? 마왕을?"


놀라 움직이지 않는 둘을 두고 용사는 마법사에게 달려가 그 몸을 껴안는다.



[용사는 그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나는 어리숙한 용사.



당신 같이 하염없이 청렴하고 강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만으로도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으므로,


"......용사 샤를로테 입니다!"


그와 함께 한다면 두려울 것 없다는 믿음으로 용기내어 말을 걸었다.


나는 어리고 두려워서.

힘든 여행길이 될 것이란 것을 알고서도 스스로가 댓가를 줄 수 없으니, 부탁이라는 말 뿐이 할 수 없다.


자신의 패기 없음에, 무심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그렇게 당당히 마주한다는 일마저 나에게는 할 수 없다.



완전히 고립하고 있었다.


이것은 나의 어리광이다.



친구를 만들기도 아니고, 어느 입을 말을 하느냐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럼에도, 마법사님은 미소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해보죠, 마왕토벌."


살그머니 한 소리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단지 한 마디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가진 듯한 행복이 이런 것일까, 나는 기쁨에 소리쳤다.


여행을 떠나려 마을을 나선다.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이, 슬픈 듯이 봐 온다.

동정, 그리고 동정이다.


팔을 문지르는 손


움츠리고 있다.


동정의 얼굴.

기이의 시선.

전부가 무서웠다.


현실 도피하고 있었을 뿐이다.


모험을 함께하게 된, 내가 끌어들인 마법사님을 볼 낮이 없다.


나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가 나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놀라 발걸음이 평형 상태를 무너뜨린다.


문득, 몸을 부축하는 부드러운 감촉.


"괜찮아요?"


희미하게 눈동자에 눈물이 떠올랐지만 용사가 이 정도로 울 수는 없다.


ㅡ나는 어리숙한 용사이기에, 당신에게 기대고야 만다.

앞으로 계속 그러하겠지.


ㅡㅡㅡㅡㅡ절단선ㅡㅡㅡㅡㅡ

순애 채널 보다가 생각나서 쓰는데

마법사 죽는 이야기도 써보고, 용사랑 같이 마왕 무찌르는 이야기도 써봤는데 늘어지는 것 같아서 빨리 다음 이야기나 쓰려고 마법사 존나쎄를 시전했습니다.


동심을 울리는 아끼던 글이 노트북에 있는데 그건 언젠가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