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휘두르던 검을 내려놓고, 그렇게 말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한 말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오늘은 또 신박한 헛소리를 하시네요.."

"저 하늘에 떠오른 달을 보아라."


 나는 그의 말에 따라 하늘을 올려봤다. 마치 깊은 바속과 같이 짙은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달이 보였다.


"오늘 달은 특히 밝은 것 같네요."

"그래. 달은 우리의 어두운 밤을 밝혀주지. 우리 인류에게도 어두운 미래를 밝혀줄 달이 필요하다."

"...그 달이 저라고요?"


 조용히 끄덕이는 그를 보며 나는 어이가 없어져 헛웃음을 흘렸다.


"하, 제 능력은 그냥 평범한 시민 1 정도인데요? 이런 세상에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거 없는 솜씨라고요."


 세상은 멸망해가고 있다. 하늘에는 더 이상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다. 별 또한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달이 떠오르는 밤이 계속된다. 지상에는 더 이상 생명이 자라지 않는다. 대륙의 중심에 생겨난 커다란 균열을 시작으로 대륙 곳곳에 작은 균열들이 생겨났다. 그 균열 속에서는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괴물들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런 세상을 내 손으로 구원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수많은 훈련을 겪어왔다. 하지만 검술에는 재능이 없었다. 활 솜씨도 형편없었고, 재능이 모든 걸 결정하는 마법은 당연히 익히지 못했다. 절망적이게도 나는 모든 종류의 무기술에 재능이 없었다.


"애초에 절 훈련 시켜준 게 아저씨니까 가장 잘 알잖아요? 저는 평범...아니 그 이하인 둔재라고요,"

"그래 내가 널 가르쳤지. 그렇기에 나는 안다. 너야말로 인류의 달이 될 존재라는 걸."

"그러니까 대체 뭘 보고...!"


 나는 하던 말을 끝까지 뱉지 못했다. 그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그 눈빛을 보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밝다. 나를 지켜보는 그의 눈동자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무엇보다 샛노랗게 빛나며 나를 쳐다본다. 그 눈빛을 마주한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그 시선을 마주 쳐다볼 뿐이었다,


"너는 그 누구보다 노력해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약하다면 의미 없습니다."


"너는 그 누구보다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의지도 이제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너는 그 누구보다 남을 구하기 위해 행동했다."

"제가 구하기 위해 노력해도 결국 모두 죽었습니다."

 
"너는 그 누구보다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제 목표를 이루기엔 저의 재능이 발목을 붙잡습니다."


"너는"


 그의 눈이 아까보다 강렬한 빛을 낸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며 자신이 초라해짐을 느꼈다.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다."
"제 눈은...당신에 비하면 초라한 잿빛에 불과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는 자신의 눈이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 알고 있는 걸까. 너무나 찬란해서 보는 것 만으로도 희망을 느끼게 하는 밝은 눈을 하고 있음을 아는 걸까. 그 눈이 나를 향하는 걸 느끼며 초라할 것이 분명한 내 눈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내 눈을 봐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시 그의 눈을 마주했다.


"내 눈에서 보이는 빛이 정말 나의 빛으로 보이나?"

"그게 무슨..."

"이건 너의 빛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어두운 길을 헤매는 자들에게 앞을 밝힐 빛을 나눠주는, 너의 빛이다."

"제가...제가 그런 눈을 가질 수 있을리가..."

"너는 알고 있나? 너의 눈이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 보기만 해도 질투가 느껴지고, 보는 것 만으로 구원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하는 찬란한 빛이 너의 눈에 깃들어 있음을."


 나는 조용히 그의 눈을 마주했다.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밝게 빛나는 나의 눈이.


"소년이여. 달이 되어라."


저 짙은 하늘을 밝히는 달처럼, 재앙이 닥친 세계를 밝게 밝혀라


생명들이 달빛을 보며 밤을 바라보는 것처럼, 희망을 잃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빛이 되어라


오로지 달빛으로만 피어나는 꽃을 위해 떠오르는 달처럼, 오로지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떠올라라


"소년이여. 달이 되리라."


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가장 강한 빛이 되리라


그것이 너의 사명이자 운명이니


너의 곁에서 함께 밤을 밝힐 별들을 모아 떠오를 것이다


"내가 너의 첫 번째 별이 되어 줄 것이니, 너는 별을 모으는 달이 되어라."


 나는 그의 눈을 마주했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하기 힘든 밝은 빛이 주변을 밝힌다. 그 밝은 눈동자의 중심에 내가 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봤다. 이 어두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세상을 비추던 달의 옆으로 찬란한 별이 하나 떠올라 어두운 하늘을 함께 밝혀주기 시작한다.


"...달이 되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을 채워줄 별빛이 모여들 것이다."


"모두를 이끌 지도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이끌 별빛 또한 모여들 것이다."


"세계를 모두 돌아다니기 위해 재력 또한 필요합니다."
"우리를 지원해줄 별빛이 모여들 것이다."


그러니 소년이여.


별빛을 두르고 찬란히 빛나는 달이 되어라.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을 통해 밝게 빛나던 나의 눈을 떠올리며 앞을 향해 걸어간다. 그는 조용히 내 곁을 따라 걷는다.


우리는 노력하는 자를 이렇게 칭한다.

우리는 굳은 의지를 가진 자를 이렇게 칭한다.

우리는 남을 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자를 이렇게 칭한다.

우리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가진 자를 이렇게 칭한다.


또한 세상을 구원할 달이 될 자를 이렇게 칭한다.


-영웅이라고.


 곧 대륙에는 두 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한 가지는 밤하늘에 사라졌던 별들이 하나 둘,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달을 중심으로 다시 채워지는 밤하늘을 보며 이미 다 타버려 재가 된 지 오래인 희망이 다시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는 어느 순간 나타난 영웅들에 관한 소문이다. 그들은 전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돕고, 괴물을 죽인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검 한 자루로 태산과 같은 괴물을 가르고, 누군가는 홀로 거대한 마법을 일으켜 부서진 대륙을 복구시키고, 누군가는 그들 모두를 지휘하며 뛰어난 통솔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밝게 빛나는 눈동자.


 그들은 모두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키는 밝은 빛을 발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인으로 여기는 자가 있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눈을 가지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강자들을 대륙 곳곳으로 보내는 자. 한 번이라도 그의 눈을 본 적 있는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달의 영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