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렵습니다."



"신실하지도 않으며,

재빠르지도 않으며,

굳세지도 않으며,

현명하지도 않으며,

용감하지도 않습니다."



용사가 현자에게 그리 말했다.



"용사란 모름지기 용맹한 영웅이라며 추앙받습니다.

헌데, 저는 두렵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용사가 간절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현자는 노쇠한목소리로 말하였다.



" 두려움은 인간의 감정이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건 용감한 자가 아닌 정신병자일 뿐이다."



용사가 원하던 말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물었다.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 말하자 현자가 다시 답하였다.



"두려움은 감정이다. 두려움이라는. 현실에 의해 너가 느끼는감정을 이겨 낸다는 건 용기가 아닌 도피에 불과하다."



용사는 잠시 침묵한 뒤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용기를 내는 법을 알려주십시오."

그 목소리는 불안에 찬 목소리였다.



그런 그를 보고선 현자가 말하였다.



" 용기는 두려움을 비추는 빛이 아니다.

두려움을 이기는 힘도 아니다.

용기는 두려움을 마주 보는 힘이다."



"두려움은 길을 알려줄 것이다. 아니, 두려움 속에 길이 있을지어니."



"두려움을 부정하지 마라. 두려움이란 어둠 속에서 도피해라.

 눈을 감고 어둠을 부정하는 게 아닌,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어 그곳으로 달려라.

 이는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자 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리니."



"기쁨 속에서 찾아낸 길은. 유지의 길이다. 발전이 없다고 볼 수도 있으며, 항상 옳은 길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슬픔속에서 찾아낸 길은. 도피의 길이다. 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지어낸 길일지어니 도피는  망각시키지 못하며 고통스레 할 것이다."



"분노속에서 찾아낸 길은. 짐승의 길이다. 본능은 인간이 아니더라도 모든 생명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본능에 휘둘린다면, 그건 인간이 아닌 한낱 짐승일 것이다."



" 바람에서 찾아낸 길은. 탐욕의 길이다. 끌어안고 가는 길이 아닌. 그저 그 길에 홀려 끌려가는 길일 지어니. 그 끝내 물들어 버릴 것이다."



" 사랑 속에서 찾아낸 길은. 이타적인 이기심의 길이다. 한 사람을 위해 남을 저버릴 수 있는. 그런 모순적인 길일 것이다."



그리 말하고선, 그는 용사에게 물었다.



"용사여. 무엇이 두려운가?"



그리고 용사가 답하였다.



" 신실하지 못한 제가ㅡ"



그는 그리 말하며 빈민가에서 태어나, 비루한 인생을 운운하며 신을 저주하던 자신을 회상했다.



"재빠르지 못한 제가ㅡ"



그는 그리 말하며 항상 쫓겨 다니던. 마지막까지도 도망쳤던 자신을 회상했다.



"굳세지 못한 제가ㅡ"



그는 그리 말하며. 곪아버린 상처에 쓰라림 느끼며. 배 곪아 고통스러워하던 자신을 회상했다.



"현명하지 못한 제가ㅡ"



그는 그리 말하며 자기 무지로 인해 바스러져 버린 한 사람의 인생을 떠올렸다.



"용감하지도 못한 제가ㅡ"



그는 그리 말하며,  그 모든 것을 겼었음에도 변하지 않았던 자기 자신를 회상하였다.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할 것이 두렵습니다."



그리 고하자 현자가 말하였다.



"인간은 비바람이 두려워 동굴에 숨었다.

망각이 두려워 기록했으며,

소중한 이들을 잃는 것이 무서워 마도의 길을 걷는 자들이 나타났으며,

소중한 이들을 잃는 것이 두려워 기사도의 길을 걷는 자들 또한 나타났지."



"정녕 그들이 겁쟁이 인가? 야만적인 자들인가?

용사여 다시 한번 묻겠네. 무엇이 두려운가?"



용사는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신을 저주한 저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신벌을 받을까 두렵습니다."



두려움을 인정하되, 두려움에게서 도망가지 않았다.

이는 그의 굳센 눈과 목소리가 증명 해 주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신에게 기도하라. 그 기도는 기필코 신에게 닿을 지어니."



"항상 도망다니던. 재빠르지 못한 제가 구하지 못한 자들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 그렇다면 한발 먼저 움직여라. 성실이 아닌 너의 욕심으로."



"항상 숨기만 하였던. 굳세지 못한 제가 쓰러져 남을 지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그렇다면 강인해져라. 고통에 무뎌지지 말아라. 무뎌짐은 무너짐일 지어니. 그 불타는 고통과 함께 불타는 눈빛을 유지해라."



"배움이 없던. 무지몽매랑 저의 과오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렇다면 두려워하라. 깊은 어둠일수록 빛의 실마리는 선명해질 테니.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용감하지 못한 제가. 도망치고, 도망쳐ㅡ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두려움은 마주할수록 작아진다. 두려움은 마주 보지 못함에서 나오는 어둠일지어니. 두려울 수록 마주 보아라

움직이고자 한다면 움직일 수 있으리니. 두려움은 세계가 너에게 건 저주가 아님을 알라."



잠시 침묵이 이어진 후, 용사가 다시 말하였다.



"마왕이 두렵습니다. 제가 마왕을 이기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두려움은 마왕이 거는 세뇌가 아니다. 마왕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마왕을 무찌르지 못해 상처 입을 자들이 두렵습니다. 그로 인해 잃어버릴 제 소중한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그렇다면 믿어라. 그들의 기도를. 나의 조언을. 그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찾아온 적막. 그곳에서 용사는 가장 마지막 두려움을 고하였다.



"외롭게. 홀로 싸우는 것이 두렵습니다. 저의 칼이 닿지 못하여 베일 것이 두려우며, 꿰뚫릴까 두렵습니다."



그 또한 용사 이전에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물었다.

정녕 자신은 고독하게 싸워야 하는 것인지.



"너는 홀로 싸우지도, 외롭게 싸우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너를 위한 기도를 올릴 것이다.

성검은 마왕을 가르기 위해 밝게 빛나며ㅡ

별들 또한 이를 축복하여 빛을 낼 지어니.



그들의 소망은 자기 강녕이 아닌.

그저 마왕에게서의 도망침이 아닌,

너를 위한 기도임을 알아라.

너는 홀로 검을 들되, 너는 홀로 싸우지 않을 것이다.



사념이. 소망이. 대의가.

너의 길을 밝혀 줄 지어니."



"두려워하되, 도망치지 말아라.

두려워하되, 부정하지 말아라.

두려워하되, 이기려 하지 말아라."



"두려움을 마주하라. 그리고 그곳에서 빛을 찾아내라."



"그것이. 용사의 도리(道理) 일 지어니."



그 말을 들은 용사가 굳센 의지를 가지고 검을 뽑아 보였다.



 성검에, 그 무엇보다 밝은 빛이 돌았다.

그 빛은, 신을 증오하는 자일 지라도, 신성에 매료될 정도로 아름다운 빛이였으니.



마왕을 무찌를ㅡ 위대한 용사의 길을 축복 해 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