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을 못하겠다? 지금 양반에게 말대답을 하는 것이냐?"


 찌그러진 동제 그릇을 내밀며 하늘색 비단옷을 입은 대갓집 도련님이 으름장을 놓았다. 


 승냥이처럼 교활한 눈매가 희번득 빛나자 청동 방물들을 취급하는 장사치는 쩔쩔매며 그에게 굽신거렸다.


 "쇠, 쇤네가 어찌......하, 하오나 이런 물건을 변상해 드리는 건......"


 쇠와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동도 충분히 단단한 금속이었다. 바닥에 떨어지자 그대로 찌그러졌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어긋난 모양새만 봐도 망치나 정을 갖다가 억지로 두들긴 형태였다. 


 고의로 부서뜨린 물건을 가져와서 원금을 물어내라니, 실로 황당무계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허나 뒷짐을 진 도련님은 여전히 막무가내였다.


 "역시 천것이라 그런지 변별력이 떨어지나 보구나. 이런 엉성한 상품을 팔고도 시치미를 떼겠다?"


 그 순간 와장창, 물품들을 전시한 좌판이 낭자히 엎어졌다. 


 승마와 사냥으로 다져진 도련님의 발길질은 생각 외로 매서웠다. 요란스러운 소동이 벌어지자 장사치는 아이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잔뜩 겁을 먹은 나머지 어지럽게 늘어진 물건을 주울 여념도 없었다.


 장사치를 노려보며 도련님이 씩, 악랄한 미소를 머금었다. 툭, 흙바닥 위의 청동 잔을 걷어차며 그가 이죽거렸다.


 "그럼 가게를 접어야지. 정직하지 못한 상인이 어찌 이문을 남기겠느냐? 내 아버님께 사정을 낱낱이 고할 터이니 각오하거라."


 "자, 잘못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나으리!"


 비굴하게 싹싹 빌며 내리 장사치가 머리를 조아렸다. 


 그 광경을 주변 사람들은 그저 못마땅하게 쳐다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광주리를 이고 가던 아낙, 그늘가에 휴식을 취하던 노인들, 호객 행위를 하던 상인들 모두 혀를 끌끌 차며 망나니 도련님을 노려보았다. 


 일부는 팔짱을 끼고 몰래 쑥덕거리기도 했다.


 "또 시작이네. 하루라도 안 저러면 입에 가시가 돋치나?"


 "염병, 사람 괴롭히는 게 저렇게 즐거울까? 멀쩡하게 생긴 놈이 하는 짓거리는......"


 "호랑이는 대체 뭐하는 거람? 저런 천둥벌거숭이 안 물어가고."


 "쉿, 입 조심해. 대감 댁 자제가 아닌가? 밉보이면 신세 망치는 거 한순간이야."


 강씨 대감의 아들이자 가독을 계승할 젊은 도련님인 강총운. 


 그의 흉포한 성정이야 이미 저자에 소문이 자자했다. 


 죄없는 사람을 모질게 다루면서 재미를 느끼는 전형적인 파렴치한이라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엉뚱한 트집을 잡아 백성들을 들볶는 건 그의 대표적인 취미 중 하나였다. 


 허나 그는 일대를 주름잡는 권세가의 자손이기도 했다. 덕분에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못하니, 나날이 방약무인하게 자라기만 했다. 


 지금도 다들 뒤에서 욕만 할뿐, 선뜻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였다.


 "그만두십시오!"


 댕기머리를 한 당찬 인상의 여인이 꼿꼿이 서있었다. 비록 옷차림새는 허름했으나, 외모만은 비단결처럼 고왔다.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등장에 주변인들은 멍하니 사태를 관망하기만 했다. 그러는 동안 성큼성큼,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가온 그녀가 널부러진 장사치를 부축하며 물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다치신 데는 없어요?"


 "고, 고맙다 설화야."


 자신보다 한참 어린 소녀에게 기대어 불혹의 장사치가 비틀비틀 일어섰다. 


 그러자 설화라 불린 여인은 망설임 없는 기세로 총운과 가게 사이를 가로막았다. 


 "힘없는 백성을 함부로 괴롭히는 게 양반의 도리입니까?"


 "무엄하구나! 감히 양반에게 대들다니, 치도곤을 맞고 싶어 환장한 게냐?"


 적반하장으로 벌컥 화를 내는 도련님의 태도에 보던 사람들은 전부 치를 떨었다. 


 하지만 설화 또한 호락호락 물러설 기미가 없는 눈치였다. 오히려 지체 높은 자제를 상대로 한층 야무지게 맞서는 패기를 선보였다.


 "진정 물품에 하자가 있다면 시비곡직을 가리면 될 터. 여기서 따져 무엇하겠습니까? 물건을 가지고 관아로 가시지요. 그럼 정당한 판결이 날 것 아닙니까?"


 "......"


 설화의 일침에 총운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장터에서야 억지를 부려도 무방하지만, 관아로 넘어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만약 사또가 솜씨 좋은 장인을 불러 확인하게 시킨다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터. 


 대갓집 자제라 처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좌우간 귀찮은 곡절이 많이 생길 것이다.


 한참 그녀를 노려보던 총운이 짜증을 부리며 돌아섰다. 


 "요망한 것. 다음에 마주치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고는 터벅터벅, 퉁명스러운 보폭으로 현장을 떠나버렸다. 


 사태가 진정되자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다가와 장사치를 도왔다. 사방으로 흩어진 물건들을 주우며 방금 전에는 표출하지 못한 불평불만을 마음껏 터뜨렸다.


 "에라이, 쓰레기 같은 놈. 똥통에나 빠져 뒈져버려라."


 "허씨, 자네 괜찮나? 쯧쯧, 오늘 일은 그냥 액땜 한 셈 치세."


 "천벌을 받을 거다. 응? 천벌을 받을 게야."


 이러쿵저러쿵 욕지거리로 점철되었던 화제는, 어느덧 설화를 향한 칭찬으로 옮겨갔다.


 "아이고, 설화는 참 용감해? 어찌 그 망나니 놈이랑 맞설 생각을 다 했대?"


 "애가 워낙 야무지잖아. 남자들보다 백 배는 낫다니까?"


 "고맙다, 설화야. 덕분에 속이 다 시원하구만."


 그러자 설화는 싱긋, 상냥한 미소로 화답했다. 가지런한 백색의 치아가 건강한 매력을 뽐냈다. 그녀가 허리에 손을 짚으며 씩씩하게 대꾸했다.


 "별 거 아니에요.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이설화. 배삼골의 자랑거리이자 자타공인 여걸 감으로 평가 받는 풋풋한 아이. 


 일찍이 부모를 잃고 홀로 자라났지만, 그 누구보다도 든든하고 굳세어 칭찬이 자자한 녀석이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언제나 떳떳하게 맞서니 이웃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선량한 마음 씀씀이와 고운 외모는 덤이었다.


 "에구구, 설화야. 이것 받아라."


 겨우 가게를 정리한 장사치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의 손에 때를 탄 엽전 몇 닢이 들려있었다. 이를 본 설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사래를 쳤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이런 건 못 받아요."


 "그냥 받아라. 고마워서 그래, 내가. 너한테 도움받는 게 하루이틀 일이냐? 게다가 젊은 처자가 혼자 살기도 고단할 텐데 한 푼이라도 더 있어야지."


 "어휴, 아저씨! 이러시면 앞으로 안 와요?"


 진심이 담긴 성의였으나 설화는 한사코 사양하며 성난 콧김까지 뿜었다. 그 고집스러운 기세에 결국 장사치 쪽이 먼저 물러나야 했다. 


 설화가 넙죽 인사를 하며 살갑게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어서 가봐라."


 그러자 소녀는 댕기머리와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산과 들에서 꺾은 나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멀어지는 설화의 뒷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서로 떠들었다.


 "참 착한 아이야. 부모도 없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꼬?"


 "여장부지, 여장부야. 양반 사내로 태어났다면 아주 큰일을 했을 아이인데, 쯧쯧."


 "크흠, 우리 막내 손주가 슬슬 혼인할 나이인데......한번 중매라도 넣어볼까?"


 "아이고, 주책은! 퍽도 좋다고 승낙하겠네!"


 그렇게들 웃고 떠들며 삼삼오오 모였던 인파가 도로 흩어졌다. 비로소 평화를 되찾은 장터는 원래의 시끌벅적한 상태로 돌아갔다.


 다른 어두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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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웁, 흐읍, 으음......"


 인적이 없는 그늘진 뒷골목. 여인의 관능적인 신음성이 농밀하게 흘러나왔다. 나물이 잔뜩 들어있던 바구니는 바닥에 덩그러니 엎어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바구니를 들고 가던 주인은, 흙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사내의 양물을 애타게 핧고 있었다.


 "실력이 꽤 늘었군. 역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는 법이지."


 바지를 내린 총운이 음흉하게 속삭이며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화는 그저 붉어진 낯으로 말없이 그의 남근을 탐하기만 했다. 자지의 뿌리부터 세심하게 올라오는 혀의 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대하듯 음낭을 어루만지고 귀두에 입을 맞추며 설화가 달뜬 숨결을 뱉었다.


 "하읍, 아응......."


 "그 천것들이 보면 놀라 까무러치겠구나. 그리 맹랑하게 덤비던 계집이 정작 내 남근에 매달려 있으니. 서방의 자지 맛이 어떠냐?" 


 "하아, 맛있어요. 도련님 자지, 너무 맛있어요."


 자신을 향해 단단히 발기한 양물을 어루만지며 설화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뒤이어 도톰한 입술을 가만히 벌리더니 그대로 사내의 양물을 빨아들였다. 커다란 귀두가 혀뿌리를 넘어 목구멍까지 미끄러지며 들어왔다.


 완전히 자신에게 굴복한 암컷의 작태를 보며 총운은 피식 조소를 흘렸다. 


 다들 설화가 진심으로 총운에게 대들었다 믿는 모양이지만, 참으로 착각도 유분수였다. 과거의 설화라면 그리 했을지도 모르나, 현재의 설화는 절대로 그럴 계집이 아니었다.


 이미 그의 소유물로 전락한 암캐에 불과하니까.


 이 모든 건 고작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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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음, 아흐읍......"


 고을 변두리에 외따로 위치한 설화의 낡은 초가집. 오직 하나 밖에 없는 황토 벽으로 둘러싸인 허름한 방. 그 안에서 농염한 신음소리가 드문드문 흘러나왔다. 


 반쯤 나체 상태인 설화는 도련님의 품에 안긴 채 끈적하게 혀를 섞었다. 그를 밀어내려고 저항하던 양 팔은 이미 기력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그저 이 파락호가 잡아끄는 대로 무력하게 휩쓸려 갈뿐이었다. 


 겨우 입술이 떨어지는 찰나, 설화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떨었다. 


 발딱 선 총운의 남근이 그녀의 홀쭉한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자신의 치마 끈을 푸는 총운의 손을 붙들며 설화가 몸부림을 쳤다.


 "도, 도련님. 제발 그것만은!"


 그러자 큭, 총운이 조소를 터뜨리며 대꾸했다.


 "어이가 없구나. 고작 이런 주제에 내게 대든 것이냐?"


 바로 몇 시진 전의 일이었다.


 늘 하듯 어염에서 행패를 부리던 그의 앞을 이 설화라는 계집이 맹랑히 막아선 것이다. 조리정연한 언변으로 총운을 공격하고 일거에 좌중을 압도해 버렸다.


 대갓집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함, 사람을 사로잡는 위세에 나름 신선함과 호기심을 느낀 그였다. 


 그래서 곧바로 미행해 거처를 찾아냈고, 설화의 방에서 그녀를 덮친 것이다. 


 여색에 통달한 색마 도련님인만큼, 앙탈을 부리는 계집을 제압하는 일 자체는 쉬웠다. 


 다만 그 뻣뻣하던 소녀가 이리도 손쉽게 무너지리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강제로 입을 맞추고 놓아주지 않자 범처럼 사납던 계집이 흡사 토끼처럼 녹아버렸다.


 자칫 심하게 반항하면 뒷일이 커질 수 있어 내심 염려했거늘.


 "도, 도련님!"


 총운의 손이 곧장 그녀의 옷고름을 향했다. 단숨에 그것을 휘리릭 풀어버리고 저고리를 벗기려고 들었다.


 "제, 제발, 아흣!"


 미약하게나마 저항하던 설화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옷섶을 헤치고 젖가슴을 쥐어짜는 총운의 손길이 머리를 아득하게 만들었다. 


 뒤이어 총운이 다시 그녀의 입을 텁 막아버렸다. 사내의 혀가 우악스럽게 파고 들자 설화는 으음, 가녀린 신음성을 흘리며 힘없이 입술을 벌렸다. 


 왜인지 자신을 겁탈하는 사내에게 평소처럼 맞설 수가 없었다. 망나니 양반의 타액이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꿀꺽꿀꺽 넘어갔다. 


 어서, 어서 쫓아내야 하는데. 아니, 일단 도망쳐야 하는데.


 왜 힘이 하나도......


 "하아......"


 혀가 떨어지며 침줄기가 얇은 가교처럼 길게 늘어졌다. 


 가쁜 숨결을 고르며 설화는 자신을 향한 도련님의 얼굴을 응시했다. 이리처럼 간사하고 교만한 가증스러운 얼굴이었다. 


 그 저속한 눈빛에 넋을 빼앗긴 찰나, 삼베 치마가 훌훌 풀어지며 그대로 벗겨졌다. 이제 그녀의 아랫도리를 감싼 속곳만 치워버리면 전부 끝나는 일.


 "으읏!"


 다급히 도련님을 막으며 설화가 헐떡거렸다.


 "부, 부디 그것만은......제발......"


 그러자 총운이 재미있는 생각이 났는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능청스럽게 속삭였다.


 "허면 처녀는 지켜줄 테니 날 다른 방식으로 만족시켜 보겠느냐?"


 끝까지 가지는 않겠다는 말에 설화는 멋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못지 않은 수치심을 감내하게 되었다.


 "으븝, 흐읍, 으음......"


 도련님의 자지를 빨며 설화가 답답한 호흡을 토했다. 다리를 벌리고 앉은 총운의 하체, 그 사타구니에 머리를 묻고 애무를 해야만 했다. 다른 옷은 전부 사라진 채, 오직 엉덩이와 음문을 가린 속곳만을 착용하고 엎드린 자세였다. 


 그녀의 댕기머리를 어루만지며 총운이 빈정거렸다.


 "제법 소질이 있구나. 양반의 남근 맛이 어떠냐?"


 저열하기 그지없는 질문에 설화의 엉덩이가 움찔움찔 떨렸다. 덩달아 사타구니 중심부가 조금씩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 사내를 모르는 처녀였다. 입맞춤은커녕, 정인과 손을 잡아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음탕한 짓을, 처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속한 행위를 직접......


 구중을 들락거리는 음경을 음미하며 설화가 뇌까렸다. 


 내 입 안에 남자의 자지가......


 "흠, 그래도 살짝 밋밋한 건 여전하구나. 내 친히 도와주겠다."


 "으읍?!"


 그 순간 총운이 설화의 머리를 콱 붙들었다. 뒤이어 억지로 그녀의 머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흐읍, 으흡, 크읍!"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그녀의 머리를 쥔 사내의 손길도 훨씬 거칠어졌다. 


 숨조차 쉬기 힘들었으나 설화는 꾹 참고 총운의 학대를 버텼다. 여태 혼례도 치르지 않은 몸이 아니던가? 순결을 잃는 불상사만큼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했다.


 최대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도하며 설화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윽고 한계에 달한 총운의 양물이 경련하며 왈칵 정액을 쏟았다. 구중을 가득 메운 밤꽃 향기에 설화는 으읍, 구역질을 참으며 파르르 떨었다. 


 그런 설화의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총운이 명령했다.


 "자, 전부 마셔라."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으나, 설화는 고분고분 그의 지시를 따랐다. 무려 입으로 사내의 씨물을 받았다는 굴욕감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래도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하니 사뭇 안도감이 들었다.


 도련님의 고간에서 몸을 떼며 설화는 후우, 홀가분한 숨을 내쉬었다. 망가진 머리칼을 매만지며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만......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돌아가라?"


 "약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입으로 하면 더는 건드리지 않으신다고."


 얼추 납득한 건지 총운이 턱을 까딱거리며 하아, 껄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슬며시 그녀에게 상체를 기울이며 유쾌하게 지껄였다.


 "당연히 거짓말 아니겠느냐?"


 그렇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다 잡은 고기를 놔주는 어부가 어디 있으며, 갓 딴 열매를 베어물지 않는 채집꾼이 어디 있으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으나, 설화는 처녀를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그 점을 못 본 척했다.


 그리고 그 간단한 사실을 외면한 결과는 가혹했다.


 "아항! 아앙! 하으앙!"


 달콤한 교성을 토하며 설화가 달뜬 표정을 지었다. 


 피가 줄줄 흐르는 보지를 자지가 마구 헤집고 있었다. 


 완전히 알몸이 된 설화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제 허벅지를 벌리고 앉은 도련님에게 몸을 맡겼다. 이미 두 팔은 반항하지 못하도록 위로 올려 그녀의 속곳으로 묶어버린 뒤였다. 


 난생 처음 받아들이는 사내의 양물. 그 묵직한 감각에 까무룩 졸도할 것만 같았다.


 처녀를 잃었다. 이런 짐승과도 같은 망나니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말았다. 정말로 눈깜짝할 새 벌어진 참사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윽!"


 들썩거리는 설화의 허리를 총운이 콱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앙증맞은 배꼽을 날름날름 핥기 시작했다. 땀과 미녀의 체취가 섞인 짭짤하면서도 감미로운 맛이었다. 


 자지와 더불어 그의 혓바닥까지 가세하자 설화는 더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의 봉긋한 유방이 예쁘게 빚은 떡처럼 아름답게 출렁거렸다. 


 "도, 도련님! 아흑! 도련님!"


 설화가 애달프게 외쳤다. 차츰 쾌락이 강렬해지는지 미숙하지만 아랫도리로 자지를 조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총운은 배에서 가슴으로 올라가 그녀의 젖꼭지를 잘근 깨물었다. 그녀의 유방을 유린하며 총운이 심술궂게 희롱을 가했다.


 "제법 명기로구나. 내 자지가 살살 녹는 것 같다. 차라리 네 년은 창기를 하면 대성했을 것을."


 "......"

  

 자신을 더러운 작부 취급하는 언사에 설화는 상체를 움츠렸다. 왜인지 저런 심한 말을 듣자 전신이 후끈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찌걱찌걱, 어느덧 피보다 애액이 더 흥건해진 보지를 쑤시며 총운이 그녀를 턱을 콱 잡았다.


 그리고는 억지로 벌린 그녀의 입에 제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아련하게 물든 그녀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총운이 말했다.


 "초야를 치렀으니 넌 이제 내 계집이다. 서방님의 손이니 맛나게 빨아보거라."


 "아훕, 후움......"


 그의 손가락이 장난스럽게 설화의 입을 휘젓고 다녔다. 혀를 꼬집고 볼 살을 문지르는 지네와도 같은 움직임에 설화는 그저 삼키지 못한 침만을 질질 흘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정돈되지 않은 상념들이 마구잡이로 뒤엉켰다.


 총운 도련님이 내 첫상대. 총운 도련님이 내 주인. 총운 도련님이 내 서방님. 


 내가 총운 도련님의 계집......


 퍽퍽, 매우 열정적으로 자지를 박아대던 총운이 요추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


 "후우, 서방님의 씨를 주마. 잘 받아보거라."


 말을 마치는 찰나 왈칵, 귀두가 전율하며 그의 뜨거운 씨앗이 그녀의 안으로 침범했다. 


 "아하아앙!!"


 자궁까지 밀려드는 후끈한 열기를 느끼며 설화가 애틋한 비명을 질렀다.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성적인 환락이었다. 꾹꾹, 자지를 밀어넣으며 최후의 한 방울까지 짜낸 뒤에야 총운이 비로소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몸조차 가누지 못한 채 헐떡거리는 나체의 여인. 방금 전까지 처녀였던 그녀의 보지를 어루만지며 총운이 가만히 속삭였다.


 "내 계집이 되었으니 그 도리를 다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 앞으로 기대하거라. 나도 네 년이 꽤 마음에 들었으니."


 대답조차 할 수 없었던 설화는 그저 정염으로 이글거리는 도련님의 안광을 마주 바라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이 날 그녀는 날이 저물고 다시 해가 뜨기 전까지 수차례 그의 씨를 받아야 했다. 미처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수많은 자세로 그와 뒤엉켰고, 위와 아래로 씨물을 삼키며 절정을 느꼈다. 


 그러다 새벽 닭이 울 즘에야 비로소 도련님은 정액 범벅이 된 그녀를 놔두고 훌쩍 돌아가버렸다. 


 반쯤 기절해있던 설화는 그제야 총운이 잔뜩 사정을 한 자신의 음부를 매만지며 겨우 잠을 청했다. 


 잠들기 직전, 그녀가 떠올릴 수 있던 건 그나마 끝이 났다는 최소한의 위안감뿐이었다.


 허나 불운하게도 총운의 욕정은 그 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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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부터 그녀는 총운의 눈에 띌 때마다 그의 욕정을 해소하기 위해 봉사해야만 했다. 


 그의 정염은 그야말로 시도때도 없는 수준이었다. 가급적 맞닥뜨리는 걸 피하고자 동선을 옮기기도 했으나, 총운은 매번 귀신 같이 설화를 찾아내고는 했다.


 첫날은 우물에서 물을 긷던 그녀의 치마를 들추고 보지와 항문을 연신 애무했다. 그 탓에 기껏 퍼올린 두레박을 도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도련님은 우물물 대신 자신의 씨물을 잔뜩 먹여 갈증을 해결하도록 했다.


 어떤 날은 냇가에서 멱을 감던 그녀를 덮쳐 자지를 박았고, 어떤 날은 성황당에서 치성을 드리던 그녀의 입에 귀두를 밀어넣었다. 


 하루는 새벽녘부터 설화의 방을 찾아와 옷을 벗기는가 하면, 하루는 아예 텅 빈 사당을 점거하고 밤을 새며 배꼽을 맞추었다.


 설화를 얕은 계곡으로 데려가 옷이 몸에 달라붙도록 흠뻑 적시고, 그 상태 그대로 그녀를 범하기도 했다. 


 한번 총운과 마주치면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만 빼고 종일토록 다리를 벌려야 했다.


 숲 속에서 그의 음낭을 핥았고, 정자에 누워 그에게 박혔으며, 함께 목욕을 하면서 정사를 나누었다. 나물을 캐다가 혀를 섞었고, 빨래를 하다 도련님을 말처럼 탔으며, 밥을 짓다가 그의 바지를 벗겨야 했다. 


 심지어 방식 또한 뒤로 가면 갈 수록 다양해졌다. 


 때로는 눈가리개를 씌운 채 붓으로 그녀의 알몸을 훑었고, 때로는 그녀의 손발을 묶고 억지로 절정하도록 만들었다. 


 독하디 독한 술을 먹여 발정을 유도하기도 하고, 오밤중에 알몸으로 마당을 걷도록 시키기도 했다. 


 자신의 자지 대신 나무로 만든 각좆으로 아랫도리를 쑤시기도 했고, 그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자위를 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서투른 자위를 마치자 그는 상이라며 바로 그녀를 덮쳐 온몸에서 밤꽃 냄새가 진동하도록 유린을 가했다.


 전부 얼마 전까지 처녀였던 설화가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경험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녀를 무너뜨린 것은 역시 사찰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일찍이 돌아가신 그녀의 두 부모님. 두 분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방문하던 작은 사찰이 있었다. 스님의 수도 방문객의 수도 적은, 그야말로 한산한 절간. 조막만한 코흘리개 시절부터 곧잘 왕래한 익숙한 장소였다. 


 그 절간의 황금 불상 면전에서, 설화는 암캐처럼 엉덩이를 내밀고 총운에게 범해졌다. 


 중생들을 자애롭게 관조하는 부처를 보며 그녀는 기도 대신 음탕한 교성을 토했다. 그녀를 믿고 공간을 빌려준 주지승을 배신하고 그 신성한 영역을 더럽히고 말았다. 이를 들키면 영영 출입을 금지당할 터였으나 총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곧 그녀의 안에 듬뿍 그의 씨가 쏟아지고, 보짓살과 허벅지 밑으로 사내의 끈적한 정액이 흘렀다.


 총운이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처의 앞에 강제로 짓눌렀다. 그리고 바닥에 흘린 정액의 웅덩이들을 마치 개처럼 핥아먹도록 시켰다. 그녀가 더럽힌 사찰을 그녀 스스로 청소하도록 시켰다.


 혀를 내밀어 차게 식은 도련님의 씨를 핥으며, 설화는 그나마 남아있던 자존심과 존엄성이 눈처럼 녹아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 날 설화는 완전히 과거의 모습을 잃고 말았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던 당돌한 소녀는 이제 없었다.


 남은 건 오직 암컷의 도리를 다하는 망나니 총운의 계집뿐이었다.


 서방의 눈빛만 한번 받아도 치마를 흥건하게 적시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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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도, 도련님......"


 담벼락을 짚고 엉덩이를 내민 설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느새 치마와 속곳을 모조리 벗어던지고, 단지 저고리만을 헐렁하게 걸친 상스러운 차림새를 한 그녀였다.


 총운이 손가락에 침을 묻히더니 벌렁거리는 항문과 보지를 이리저리 간지럽혔다. 


 슬슬 삽입을 할 생각인지 바지를 끄르는 그를 보며 설화가 침을 꼴깍 넘겼다. 흙바닥에 애액을 툭툭 떨구며 설화가 애타게 간청을 했다.


 "도련님, 여기서 하면 들켜요. 제발 나머지는 집으로 가서......"


 하지만 총운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곧 도련님의 우람한 남근이 그 무시무시한 자태를 드러냈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굵기의 흉물이었다.


 뒤이어 충분히 젖은 그녀의 음문 안에 총운의 남근이 표적을 꿰뚫는 창처럼 들어왔다. 


 "아흑!"


 흙담을 꽉 움켜쥐며 설화가 가까스로 신음성을 참았다. 


 소리가 새나가면 누군가 이곳을 기웃거릴 터고, 그럼 총운에게 안긴 설화를 발견할 터였다. 


 하지만 점점 거칠어지는 도련님의 허리 움직임은 그마저도 쉽지 않게 만들었다. 


 질벽을 북북 긁는 음경을 만끽하며 설화는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교성을 억누르려는 어설픈 수작이 더더욱 그녀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하흑!"


 찰싹! 총운이 설화의 볼기짝을 찰지게 후려쳤다. 화끈, 둔부를 강타하는 충격에 뇌리가 아득해졌다. 


 "아까는 꽤나 건방지더구나. 감히 서방한테 그리 대들다니, 후환이 두렵지 않느냐?"


 "아윽, 흑! 죄송, 죄송합니다! 전 주제도 모르는 계집이에요! 하앙, 아앙! 벌, 벌을 주세요!"


 "그래, 벌을 주마. 어서 허리를 흔들거라."


 그 말에 설화는 보다 열정적으로 요분질을 하며 총운의 양물을 힘껏 조였다. 


 근 일주일 동안 질리도록 맛 본 서방님의 자지였다. 이제 그녀도 사내를 만족시키는 법을, 그러면서 스스로의 쾌락을 극대화하는 법을 꿰고 있었다. 일주일 전의 설화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건만. 


 "아하악!"


 총운이 손을 뻗어 그녀의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쥐어짰다. 수분을 머금은 반죽 덩어리 마냥 젖무덤을 애무하며 도련님이이 흥분한 설화를 희롱했다.


 "듣자하니 여인의 가슴은 만지면 만질 수록 커진다 하더군. 그렇다면 만족스러운 크기가 될 때까지 매일 주물러야 하겠구나."


 "하앙, 응하악!"


 유방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쾌감을 곱씹으며 설화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총운의 말대로라면 이미 그녀의 젖가슴은 엄청난 둘레를 자랑할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일주일 내내 오직 한 사내에게만 내어준 가슴이었으니. 


 "아응, 아윽! 하으윽!"


 조금씩 조금씩 신음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슬슬 그녀도 한계에 봉착한 후였다. 


 총운이 그녀의 등허리를 낼름 핥으며 말했다.


 "자, 서방님의 씨다. 남기지 말고 받거라."


 "넵! 아흑! 도련님의 씨! 하앙!"


 총운의 말에 설화가 힘껏 아랫도리를 오므렸다. 동시에 왈칵 그의 정액이 그녀 안으로 쏟아졌다. 


 사정을 마친 총운의 남근이 빠져나가자, 설화는 주르륵 힘없이 주저앉으며 벽에 상체를 기댔다. 하아하아, 가쁜 숨결이 여인의 입술 밖으로 터져나왔다.


 하지만 총운은 휴식을 취할 마음이 없었다.

 

 곧장 그녀의 머리를 붙들더니, 설화의 촉촉한 입에 자신의 더럽혀진 자지를 쑥 집어넣었다. 


 "우웁!"


 대비할 틈도 없이 양물을 머금은 설화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찝찔한 정액의 향과 시큼한 애액의 향이 동시에 물씬 풍겨났다.


 "읍, 웨엑, 에윽!"


 강제로 입 안을 유린 당하며 설화는 헛구역질을 했다. 목젖을 건드리는 귀두 때문에 자칫하면 토악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연신 자지를 왕복시키며 총운이 갖은 음담패설을 내뱉었다.


 "이 암캐 같은 년. 사내의 물건을 빠는 모습이 참으로 상스럽기 그지없구나. 아니지, 암캐보다는 차라리 암퇘지와 더 가깝구나. 네 년은 앞으로 하찮은 암퇘지다. 꿀꿀 울어보거라."


 "에읍, 흡, 큽!"


 총운의 넓적다리를 붙들며 설화는 허벅지를 바르르 떨었다. 다시금 흥분한 보짓살에서 애액이 투둑 툭 떨어지고 있었다. 


 사찰에서의 사건 이후,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뜬 설화였다. 그녀를 거칠게 다루면 다룰 수록, 물건이나 가축 취급을 하면 할 수록 미칠 듯한 흥분감이 솟아났다. 


 총운의 음경을 열렬히 애무하며 그녀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아, 나는 암퇘지!


 총운 도련님의 암퇘지!


 "으부웁!!"


 다시금 그의 자지가 사정을 했다. 입을 가득 메운 도련님의 정액, 그것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며 설화는 으음,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도련님의 자지. 서방님의 자지. 맛있고 우람한 자지.


 영원히 빨고 싶어.


 "일어서라."


 설화의 입에서 자지를 도로 뽑으며 총운이 말했다. 후들거리는 그녀를 억지로 세운 총운은 곧바로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동시에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설화의 속곳을 내밀며 이죽거렸다.


 "보이느냐? 네 년의 속곳이다. 얼마나 흥분했으면 박기도 전부터 이리 젖는단 말이냐?" 


 마치 오줌을 싼 듯 축축한 포목. 그것을 도련님이 설화의 입에 억지로 처넣었다. 제 애액으로 젖은 속곳을 재갈처럼 문 설화가 으읍 읍, 답답한 소리를 냈다.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총운이 간교하게 속삭였다. 


 "오늘은 특별한 걸 시도해볼 생각이다. 내 계집답게 순순히 따르도록 하거라."


 특별한 것?


 그 순간 아랫쪽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감각에 설화는 전율을 했다. 


 무언가가 그녀의 밑구멍을 뚫고 서서히 진입하고 있었다. 배설감을 연상시키는 기이한 고통에 그녀는 몸부림을 치며 속곳을 강하게 깨물었다. 아래쪽이 부욱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 설화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찍어누르며, 총운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항문에 꽂아넣었다. 


 "아으윽!"

 

 푹, 완전히 자지가 들어간 찰나 그녀의 입에서 속곳이 떨어졌다. 동시에 설화가 도련님의 목을 끌어안으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사시나무처럼 전신을 떨며 그녀가 애걸했다.


 "도, 도련님......거긴 안 돼......제발 빼......"


 "하아, 발칙한 것. 아직도 네 주제를 모르는구나."


 "아학!"


 총운의 남근이 그녀의 후장을 왕복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고통에 설화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도련님에게 매달렸다.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밑구멍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설화의 귓불을 잘근 씹으며 총운이 말했다.


 "여인에게는 두 개의 처녀가 있다고 하지. 오늘 넌 내게 모든 처녀를 바친 것이다. 완전히 내 계집이 되었구나, 이 암퇘지 년."


 "아으악! 하흑! 도, 도련님!"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설화는 힘겹게 통증을 버텼다. 처녀막을 잃은 날보다 곱절은 심한 아픔이었다. 


 한데 무언가 이상했다.


 조금씩 고통이 사그라지고, 묘한 쾌감이 그녀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단순히 보지만으로는 체험할 수 없는 아찔한 쾌락이었다. 어느새 그녀도 요분질을 하며 후장 속의 자지를 만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흑, 도련님! 도련님!"


 "이런, 조용히 하거라. 들키면 안 된다고 유난을 떤 건 네가 아니더냐?"


 "아응, 들켜도 좋아! 도련님, 제발 입 맞춰주세요! 도련님 침 마시게 해주세요!"


 씨익, 총운의 얼굴에 특유의 교활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널더러 여장부 감이라고 하더구나. 정말 그러하느냐?"


 이에 설화가 간절히 혀를 내밀며 대꾸했다.


 "하윽, 아니에요! 저 여장부 아니에요! 저 노리개에요! 도련님 전용 노리개에요! 그러니까 제발!"


 그러자 총운은 묘한 안광을 빛내며 설화를 주시했다.


 언제나 당당하고 씩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남은 것은 사내를 갈망하며 농밀하게 혀를 내민 암컷의 애끓는 모습뿐.


 샘솟는 정복감을 누리며 총운이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승천하는 용의 기세로 혀를 섞고, 그의 타액을 그녀의 목구멍 안으로 흘려보냈다. 한몸으로 뒤엉킨 암수가 격렬하게 춤을 추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한계에 도달한 도련님의 양물이 설화의 안에 사정을 했다. 


  뜨거운 기운이 후장을 범하자 설화는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흐으윽!!"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고, 영롱한 눈물이 보석처럼 또르르 떨어졌다. 한차례의 정사를 끝낸 두 남녀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목조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네 도리가 무엇이냐?"


 갑자기 총운이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물었다. 


 그러자 설화는 가만히 그에게 기대며 대답했다.


 "계집의 도리......도련님을 위한 암컷의 도리에요......"


 "넌 누구의 노리개지?"


 "도련님 노리개......도련님 전용 노리개에요......"


 잘 대답했다는 듯 그녀의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총운이 후우, 길게 한숨을 내뿜었다. 그리고는 다시 끈적한 입맞춤을 나누며 설화의 굴곡을 더듬었다. 


 넌 내 계집이다. 내 암컷이고 내 노리개다. 오직 나, 강총운만의 노리개다.


 뜨겁게 얽히던 혀가 떨어지고, 총운의 머리가 그녀의 가슴 위에 얹혔다. 


 총운의 치아가 젖꼭지를 깨물자 설화는 아음,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도련님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젖꼭지와 유륜을 돌리던 혀가 곧 유방의 다른 부분으로 질척하게 이동했다.


 설화의 젖무덤을 핥으며 총운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그러니 다른 놈한테는 절대로 못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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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로 한참 세월이 흘렀다. 


 부모 없는 여장부가 홀로 살던 초가집은, 이제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 살게 되었다. 본래의 주인이 자취를 감추자 자연스럽게 다른 일가가 이주한 것이다. 


 허나 원주인의 행방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진 여인을 두고 사고를 당했다는 둥, 야반도주를 했다는 둥 설왕설래가 잦았으나 정확한 정보는 없었다.


 다만 공교로운 점이 한가지 있었으니.


 강씨 대감 일가가 한양으로 이사한 날짜와 그녀가 실종된 날짜가 겹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불온한 추측이 나돌기도 했으나, 마찬가지로 확실한 것은 없었다. 


 허나 간혹 기이한 소문이 나돌고는 했으니, 한양에서 그녀와 닮은 사람을 보았다는 둥, 비단옷을 입은 마님을 보았는데 그녀와 외모가 닮았다는 둥의 것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은 그저 뜬소문으로 취급하며 웃어 넘겼다. 애당초 일가친척도 없이 혼자 살던 소녀가 아니던가? 한양 살이건, 양반집 마님이건 전부 엉뚱한 이야기인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때로는 엉뚱한 소문들도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는 법.


 "무슨 생각을 하느냐?"


 갓과 도포 차림을 한 총운이 넌지시 물었다. 치기 어린 망나니 도련님 시절과는 달리, 제법 차분하고 의젓해진 풍채가 인상적이었다.


 그러자 가만히 정원의 교목수를 바라보던 여인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한때 댕기로 묶고 있던 머리에는 옥비녀를 꽂았고, 허름하던 삼베 옷은 색색의 호화로운 비단으로 바뀌었다. 수수하고 소탈하던 과거의 외모는, 어느덧 한 송이 꽃처럼 수려하게 개화한 후였다. 


 가슴팍의 붉은 옷고름을 매만지며 여인이 넌지시 대꾸했다.


 "잠시 고향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총운이 픽 콧방귀를 뀌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대로 소매를 뻗어 여인의 어깨를 감싸며 그가 이죽거렸다.


 "그깟 벽촌 생각은 왜 하느냐? 참으로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던 촌구석이었거늘. 한양 사람이 되었으면 한양 생활이나 즐기란 말이다."


 여인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배시시 웃음만 지었다. 


 총운과 그녀의 만남은, 어찌 보면 총운의 입장에서도 행운이었다. 


 그녀를 품은 후로 총운은 기생집을 드나들지 않게 되었다. 자연히 방탕한 생활도 줄어들었고, 나름 대갓집 자제다운 기품과 책임감도 생겼다. 그간 멀리하기만 하던 경전들도 읽기 시작하고, 꽤나 성실한 자세로 시험을 준비했다.


 그 덕일까, 백성들을 괴롭히던 망나니 도련님은 의외로 무난하게 과거에 급제했다. 장원까지는 아니어도 대단한 결실인 것은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그 망나니 도련님이 작심하고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더욱 감격스러운 경사였다.


 "이만 들어가자. 바람이 차다."


 벌써 봄이라고는 하지만, 여즉 꽃샘추위가 가지 않은 시기였다. 오슬오슬한 한기가 온사방을 훑고 다니는 끔찍한 날씨였다. 그러자 여인이 낭군에게 기대며 말했다.


 "추우시면 소첩이 따뜻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손을 주시지요."


 "흥, 나야 춥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네가 춥지 않느냐? 자칫 아기에게 악영향이라도 주면 어쩌려고?"


 짐짓 무뚝뚝하게 대꾸하며 총운이 여인의 배를 쓰다듬었다. 조금씩 태기가 완연해지는 둥그럽고도 사랑스러운 배였다.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는 낭군의 손을 맞잡으며 여인이 살갑게 대꾸했다.


 "일정 시간은 바깥 바람을 쐬는 것이 태교에도 이롭다고 합니다. 이 정도 추위는 괜찮을 겁니다."


 "뭐, 알겠다. 빨리 낳기나 하거라. 이 얄미운 녀석 덕분에 내 아랫도리에 거미줄이 칠 지경이다."


 그러자 여인이 낭군의 팔을 꼬집으며 새침하게 반응했다.


 "서방님, 서방님의 자식입니다. 약간은 애정을 담아 말씀하시지요."


 "핫, 불효자식이지. 제 어미와 아비가 동침도 못하게 만드는 천하의 불효막심한 것. 어떻게 일 년씩이나 참으라는 말이냐?"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총운. 그 모습에 여인이 쿡쿡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더니 슬며시 그의 낭심에 차가운 손을 얹었다. 살짝 요염해진 어조로 여인이 넌지시 속삭였다.


 "아직 손과 입은 자유롭습니다."


 "......들어가자."


 총운이 그녀를 잡아끌며 말했다. 아무래도 간만에 고생하게 생긴 날이었다. 


 총운을 따라 정원을 가로지르며, 여인은 잠시 상념에 젖었다. 총운을 만나기 전, 그의 여인이 되기 전, 그와 함께 한양으로 상경하기 전, 초가집에 홀로 살았던 나날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당차고 활기차고 씩씩한 댕기머리 처녀로 활보하던 그 시절이. 


 조용히 흘러간 세월에 작별을 고하며 여인은 아기를 품은 배를 어루만졌다.


 "괜찮느냐, 설화야?"


 표정이 묘했는지 총운이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강씨 대감의 며느리이자 강총운의 부인인 이설화는 생긋 웃음으로 화답했다.


 "괜찮습니다. 들어가시지요."




- End  

 




분량 조절에 대실패해서 나도 할 말이 없다. 그저 이 장문의 글을 읽어준 것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할 따름이다.


어떤 게이가 남성향 여주보다 여성향 여주가 더 매력적이라고 하길래 전형적인 여성향 여주 따먹는 걸 써보고 싶었다


배경이 조선시대인 이유는 별 거 없다. 조선시대 여성향이 요새 많길래......


물론 결과물은 꽤 처참하니 뭐라고 말하지 않겠다......


만약 시간이 나거나 꼴리는 느낌이 생긴다면 설화가 총운한테 신나게 따먹힌 일주일의 이야기도 써보겠다. 대충 외전 1일차, 2일차, 이런 식으로. 회상으로 지나가는 구간인데 쓸데없이 내용이 구체적이 되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