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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화야!"


 "으응?"


 멍하니 넋을 놓고 있던 소녀가 흠칫 놀라 대꾸했다. 


 한창 또래의 여인들과 호미를 들고 나물을 캐던 중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양 손이 허공에 정지해 있던 것이다. 


 그러자 친한 벗들은 꽁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핀잔을 주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맥을 못 추려? 어디 아파?"


 "안색도 좀 창백한 것 같은데. 좀 쉬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러자 설화는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지었다.


 "아니야, 괜찮아.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그러자 팔짱을 끼고 그녀를 의뭉스럽게 바라보던 한 소녀가 입꼬리를 은근하게 씰룩거렸다. 


 그러더니 설화에게 얼굴을 디밀며 장난스럽게 캐물었다.


 "얘, 솔직히 말해 봐. 너 요즘 만나는 사람 있지?"


 "응?"


 눈에 띄게 당황하는 반응을 보이자 추측이 확신으로 굳어진 모양이었다. 다들 잔뜩 호기심이 동한 낯으로 몰려들어 재잘거렸다.


 "누구야? 혹시 그 건넛마을 총각? 아니면 옆 동네에 사는 그 사내애?"


 "세상에, 웬일이람? 설화한테 사내가 다 생기다니. 얼마나 멋진 남정네길래 우리 설화 마음을 다 훔쳤을까?"


 "치사하게 우리한테도 숨기고. 빨리 말해줘. 정확히 어떤 사람이야?"


 봇물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설화가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아니래도. 그냥 요새 잠을 잘 못 자서 그래. 그게 다야."


 한사코 부정을 하니 벗들도 구태여 추궁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다들 시시하다는 기색으로 물러나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완전히 의구심을 버리지는 않은 눈치였다. 


 처음 물꼬를 텄던 벗이 갑자기 설화의 갸름한 턱 선을 어루만졌다.


 "설화야, 너 그거 알아? 너 요새 달라 보인다?"


 달라 보인다니?


 "전보다 살짝 성숙해 졌다고 할까? 훨씬 요염해진 것 같기도 하고. 예전보다 유난히 여성스러워 보인다?"


 그녀의 희롱에 설화의 뺨이 새붉게 물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제 얼굴을 매만지는 설화를 보며 벗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봐, 맞다니까? 남자 생겼네!"


 "사랑을 하면 변한다더니, 역시 옛말이 틀린 게 없어!"


 확실히 근자의 설화는 이전과는 제법 달랐다. 걱실걱실 소탈하던 과거에 비해 몸놀림도 단아해지고, 태와 맵시도 청초하게 고와졌다. 얼마 전까지의 설화가 털털한 선머슴 같았다면, 지금은 얌전한 요조숙녀를 닮아가고 있었다.


 허나 그 변화의 계기를 설화는 솔직히 털어놓을 수 없었다.


 바로 오늘 아침 벌어졌던 일만 떠올려도 가슴이 답답했으니.

 



()()()()()()()()()  

 

 


 "하으읍, 하아......"


 총운의 품에 안긴 설화가 달뜬 숨결을 내쉬었다. 졸졸 맑은 물이 흘러가는 얕은 개울. 그 안에 떨어진 참나무 얼레빗이 바위에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 


 상의를 탈의한 채 젖가슴을 내놓은 설화는, 그저 도련님에게 매달려 달콤한 교성만을 토해냈다. 


 뜨겁게 혀를 섞던 총운이 그녀의 유방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발칙한 것. 감히 서방도 깨우지 않고 훌쩍 사라진단 말이냐? 그 못된 버릇을 고쳐주마."


 "아으응, 도련님......"


 젖꼭지를 간지럽히는 손가락에 설화가 어깨를 떨었다. 아련한 눈망울 아래로 맺힌 영롱한 눈물,  그 소금기 가득한 이슬을 총운이 날름 핥았다. 설화를 붙든 우악스러운 팔은 추호도 놓아줄 기미가 추호도 없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이른 아침, 홀로 멱을 감으러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그녀였다.


 정오까지 기다려 다른 여인들과 함께 나올 수도 있었지만 설화는 그러지 않았다. 여인들이 멱을 감을 때면 반드시 숨어서 이를 훔쳐보는 저속한 사내들이 있었다. 그런 작자들과 마주칠 수 있는 시간대는 가급적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일찍부터 나온 것인데......


 결국 승냥이를 피하려다 호랑이에게 잡히고 말았다.


 설화의 새하얀 허벅지를 쓰다듬던 총운이 곧장 제 바지를 끌렀다. 


 뒤이어 드러난 거대한 자지가 치마를 걷고 안으로 들어왔다. 쑤욱, 질벽을 긁고 침입하는 음경을 느끼며 설화는 검지를 잘근 깨물었다.


 가득, 이번에도 가득 찼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해서 그런가, 전보다는 훨씬 원활하게 들어왔다. 


 보지 속의 이물감을 견디며 설화는 총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욕망하는 탐욕스럽고도 악독한 사내. 마르지 않는 정력을 자랑하는 늑대의 면상이었다.


 "앞으로 내게 행선지를 전부 보고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네."


 총운의 명령에 설화는 이마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답했다.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보고하라. 다시 말해, 그녀는 절대 그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도련님이 원하기만 하면 하루 내내 설화를 범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영원히......


 설화의 뺨을 감싸며 총운이 능청스럽게 물었다.


 "내가 누구냐? 대답해 보거라."


 "도련님......강총운 도련님......입니다......"


 썩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는지 총운이 칫, 짜증스러운 잇소리를 냈다. 그가 설화의 날개뼈를 만지작대며 말했다.


 "끝까지 자존심은 세우겠다, 이거냐? 뭐, 좋을 대로 하거라."


 그 순간 찌꺽찌꺽, 그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랫도리를 후비는 거센 남근 놀림에 설화는 눈물을 흘리며 몸서리를 쳤다. 


 자신을 안은 도련님에게 강렬히 엉겨붙으며 설화가 애달프게 부르짖었다. 


 "아항, 하으앙! 도련님! 도련님!"


 쿵쿵 울리는 자궁의 떨림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짜릿하게 올라오는 사타구니의 쾌락이 그녀를 황홀경으로 몰아갔다. 목 놓아 총운을 찾는 성대가 불타는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기분이, 기분이 이상해.


 내, 내 안에.......내 안에 제발.......


 "아흑!"


 철벅! 두 남녀가 개울 위로 쓰러졌다. 차가운 냇물이 그녀의 등 밑을 훑고 지나가며 전율을 유발했다. 


 그대로 물장구를 튀기며 총운이 자지를 연신 박아댔다. 설화는 그런 총운을 휘감고 정염의 절정을 향해 열띠게 달려갔다.


 "하으음, 아음, 우움......"


 총운이 입을 맞추자 그녀 또한 열렬히 호응하며 혀를 섞었다. 그의 목을 안은 팔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침, 도련님의 침, 내 입으로 들어오는 사내의 침.


 목말라. 마실래. 


 계속 마실래.


 어느덧 한계에 달했는지 총운이 근육에 힘을 주며 말했다.


 "후우, 서방님의 씨를 주마. 잘 받아보아라."


 그리고 왈칵, 동시에 정액이 보지 내부로 해일처럼 쏟아졌다. 자궁구를 강타하는 후끈한 열락에 설화를 허리를 꺾으며 울부짖었다.


 "아하으윽!"


 또 내 안에......도련님의 씨앗이......


 한차례 정사를 마친 남녀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아래로 맑은 개울이 계속 졸졸 흘러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총운이 재차 물었다.


 "내가......내가 누구냐?"


 "......도련님. 총운 도련님이요."


 "......"


 힘없이 대꾸하는 설화를 보며 총운이 어금니를 꾹 사리물었다. 


 영 탐탁치 않은 눈길로 설화를 쏘아보던 그가 또 양물을 박아대기 시작했다. 하반신을 짓찧는 사내의 열정에 설화는 아앙, 달콤한 노래를 부르며 교미의 춤을 추었다.


 그 뒤로 세 번가량 총운의 씨를 받은 후에야 마저 멱을 감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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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어머, 괜찮아?"


 발을 헛디딘 설화를 보며 화급히 벗이 물었다. 개울가에서 벌어진 일을 회상하느라 비탈을 잘못 디딘 것이다. 


 자칫 발목을 삘 뻔한 참사에 다른 벗이 설화의 등을 탁탁 쳤다.

 

 "얘, 정신줄 잡아! 서방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니?"


 "그,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에이, 아니긴?"


 다시 깔깔거리는 벗들을 보며 설화는 꾸욱, 옷고름을 눌렀다. 


 폐부가 먹먹한 기분이 들어서 견디기 어려웠다. 멋모르고 자신과 도련님을 한쌍 취급하는 저 농지거리를 들을 때마다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무엇보다 한 단어가 너무나도 거슬렸다.


 서방. 서방. 서방.


 총운 도련님이......


 "......어차피 금방 질릴 거야."


 "응? 뭐라고 했어?"


 작게 중얼거린 혼잣말에 옆을 걷던 동무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설화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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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올라가자 숲이 우거진 외곽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마을 경계를 벗어날 수록 치안이 불안정한 건 사실이지만, 나물을 캘 때는 이곳만큼 수확이 좋은 곳도 드물었다. 게다가 여럿이서 몰려왔으니 적당히 머물다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바쁘게 호미를 놀리며 여인들이 연신 수다를 떨었다.


 "우와, 역시 고생하길 잘했다. 심 봤네, 심 봤어."


 "싱싱한 나물 천지네. 오늘 본전 제대로 뽑자."


 한참 그렇게 풀을 뜯던 소녀들은, 곧 영글은 열매로 흥미를 돌리며 나들이 기분을 냈다. 산딸기를 따고 가지의 과실을 베어 물며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근데 설화, 얘는 어디 갔어?"


 "그러네? 방금 미나리 캐러 간다더니?"


 오도독, 열매를 씹던 여인들이 뒤늦게 설화의 부재를 눈치챘다. 하도 왁자지껄 떠드느라 미처 그녀의 빈자리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한 소녀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찾으러 갈게. 먹고들 있어."


 그러더니 바람처럼 소매를 휘날리며 비탈진 산길을 따라갔다. 동무들 중에서는 제일 날래고 강건한 아이였다. 


 울창한 숲을 헤매며 소녀가 입가에 손을 대고 외쳤다.


 "설화야! 어디 있어? 설화야!"


 "으흡, 후우웁......"


 동무의 부름에 눈을 감고 있던 설화는 흠칫 엉덩이를 떨었다. 


 응답을 해야 했으나 입술을 덮은 사내의 얼굴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설화 또한 밀어낼 생각은 못한 채 그의 품에 얌전히 안긴 상태였다.


 후아, 겨우 혀가 떨어지며 길쭉한 은색 실이 늘어졌다. 그제야 총운의 가슴팍을 밀며 설화가 간청했다.


 "도련님, 친구......친구가 왔어요. 놔 주세요."


 그러나 총운은 조금도 신경쓰는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은근슬쩍 손을 올리더니 그녀의 옷고름을 주욱 당겨 풀어버렸다. 헐렁해진 저고리가 스르륵 내려가자 설화는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켰다.


 내친 김에 치마 끈까지 풀려는 총운의 손을 가까스로 제지했다. 설화가 눈물을 글썽이며 빌었다.


 "제발요, 도련님. 제발 지금만은......"


 "설화야! 설화야!"


 한참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슬슬 소녀의 얼굴에 불안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흙 묻은 손을 치맛자락에 문질러 닦으며 그녀가 볼멘소리를 했다.


 "아니, 이 기지배. 도대체 혼자 어딜 간 거람? 겁도 없이, 정말."


 대답하고 싶었다. 대답할 수만 있었다면 바로 대답했을 것이다.


 허나 그녀는 차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알몸의 상태로 꿇어앉아 도련님의 음낭을 맛보는 중이었으니까. 


 "하읍, 하아, 아음......"


 정성스럽게 총운의 불알을 빨고 핥으며 설화가 모깃소리만한 신음을 흘렸다. 


 동무가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 이 상황을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었다. 혼례도 치르지 않은 고아 처녀가 망나니 도련님의 고간을 애무하는 이 남사스러운 작태를. 


 "아흐음, 흐음......."


 혀로 주름이 자글자글한 씨앗 주머니를 훑으며 설화는 망연한 눈빛을 흩뿌렸다. 


 도련님의 음낭. 내게 뿌리는 씨물이 담긴 묵직한 불알. 절대로 마르지 않는 추잡한 성욕의 보고.


 너무나도 탐스럽고 탐스러운 탐욕의 열매.


 아아, 도련님......


 "흐읍, 아하음......"


 쪽쪽 그의 씨앗 주머니를 음미하던 설화는 천천히 음경 쪽으로 혀를 이동시켰다. 그의 굵직한 육봉이 얼굴과 맞닿자 복부가 팽팽히 당기는 기분이었다. 투둑 툭, 풀잎 위로 떨어지는 애액의 소리가 청각을 자극시켰다.


 또......또 젖어버렸어......


 음부를 움츠리며 설화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총운에게 범해진 이후, 그녀의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마치 요실금이 온 것 마냥 아랫쪽이 쉽게 젖고 쉽게 흥건해졌다. 도련님의 손이 닿기만 해도, 그와 입을 맞추기만 해도 속곳이 촉촉해지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대체,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부질없는 의문을 되새기며 설화는 총운의 귀두에 입을 맞추었다. 퉁퉁한 음낭을 손으로 받치고 천천히 그의 양물을 목구멍으로 받았다. 


 구중에 물씬 풍기는 비릿한 향을 들이쉬며 설화가 눈물을 글썽였다. 


 "야, 이설화! 진짜 어디 갔어! 다친 거면 소리라도 질러! 아까부터 정신줄 놓고 다니더니!"


 자신을 찾는 친구의 고함 소리. 


 바로 옆이다. 


 총운과 설화가 숨은 빽빽한 나무와 수풀, 그 코앞을 지나가며 외치고 있었다.


 그러자 돌연 밑에서 더 많은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르륵 흐르는 물방울의 향연이 허벅지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친구에게 사과하며 설화는 관능적인 자세로 도련님의 남근을 빨았다. 


 과히 빠르지도, 과히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움직이며 그의 음경을 구석구석 맛보았다. 그런 그녀의 댕기머리를 움켜쥐며 도련님이 몰래 속삭였다.


 "네 년도 이제 입보지를 쓰는 법을 배웠군. 확실히 성취가 빠르구나."


 입보지. 


 자신의 입을 생식기 취급하는 음담에 설화는 눈꺼풀을 떨며 숨을 참았다. 가슴이 콩닥거리다 터질 것만 같았다.


 내 입이 내 보지. 내 입이 자지를 받는 보지. 내 입보지에 들어온 도련님 자지.


 도련님의 우람한 자지......


 "설화! 이설화! 아씨, 진짜! 너 장난치는 거면 죽어!"


 동무의 목소리가 차츰 멀어져갔다. 이제 들킬 염려는 안 해도 될 듯했다.


 그러자 도련님이 설화의 댕기를 조물딱대며 이죽거렸다.


 "그건 그렇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게 네 드높은 콧대의 원천인가 보구나. 역시 태워버릴까 싶다만......"


 또 그런 말을......


 설화의 눈망울에 그늘이 지는 찰나, 입에서 자지가 주르륵 빠져나갔다. 뒤이어 얼굴에 후끈한 정액이 울컥 분출되었다. 


 여느 때처럼 전부 훑어 먹어치우는 설화의 정수리를 도련님이 쓰다듬었다, 그가 짓궂은 목소리로 지껄였다.


 "걱정 마라. 네가 약조만 잘 지킨다면 나도 허튼 짓은 않을 테니."


 그렇게 말하며 총운이 그녀를 흙바닥에 눕혔다. 알몸과 낙엽이 접촉하자 바스락 소리가 나며 근질근질한 촉감이 샘솟았다. 


 푹 젖은 그녀의 음문에 귀두를 문지르며 도련님이 미소를 지었다.


 "우선 길을 잃었다는 핑계부터 만들어 주마."


 과연, 설화는 대략 한 시진이 흐른 뒤에야 동무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숲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맸다는 변명은 어설펐지만, 친구들은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낯색이 무척이나 파리했던 탓이리라. 동무들의 부축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며 설화는 몸에서 밤꽃 향이 나지 않기만을 빌었다. 


 물론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더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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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혀를 내밀어라."


 "아흐음......"


 말과 동시에 총운이 억지로 그녀의 턱을 아래로 눌렀다. 


 뒤이어 벌어진 입 안으로 쪼르륵, 맑은 액체가 따라졌다. 


 훅 풍기는 화끈한 쓴맛을 참으며 설화는 주먹을 옹송그려 쥐었다. 독하디 독한 소주, 그것을 연거푸 먹이며 알몸의 총운이 낄낄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아, 도련님......"


 역시 알몸이었던 설화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술을 안 마셔본 건 아니지만, 대개 걸쭉한 막걸리 한 두잔이 전부였다. 소주를 이렇게 많이 들이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허, 어딜 눕느냐? 아직 안 끝났다. 입을 벌려라."


 총운의 명에 설화는 그의 어깨에 기대 어렵사리 입술을 열었다. 


 그러자 총운이 제 입으로 술잔을 가져가 소주를 냉큼 머금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입에 담긴 술을 그녀의 입에 쪼르르 흘려넣었다. 상류에서 하류로 이어지는 폭포수처럼 소주가 설화의 안으로 낙하했다.


 "삼켜라."

 

 "으읍......"


 독한 기운을 애써 참으며 설화는 꿀꺽, 술을 넘겼다. 도련님의 입을 거친 소주, 그걸 그대로 삼켰다 생각하자 기분이 이상했다. 


 소녀를 품에 꼭 안으며 총운이 장난스레 말했다.


 "술 중에는 여인이 씹은 쌀로 빚는 미인주가 있다. 발정난 사내들에게 아주 제격인 물건이지. 너처럼 더러운 암캐 년에게는 사내가 입으로 빚은 술이 제격 아니겠느냐?"


 "네에......"


 자신도 모르게 대꾸하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술기운 탓에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를 않았다. 


 그러자 도련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댕기머리를 낚아챘다.


 "한데 네 년은 약조를 지킬 생각이 없나 보구나. 분명 둘만 있을 때는 비녀를 끼기로 했을 터인데? 정말 댕기를 태워주랴?"


 "아니, 흐끕......아니요."


 딸꾹질을 하며 설화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만취한 와중에도 댕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만큼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용을 쓰며 댕기를 풀고 땋은 머리를 풀었다. 서랍 위에 놓인 옥비녀를 들고 도로 땋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녀의 뒤태를 총운은 여유로운 자세로 구경하기만 했다.


 한참 사투를 벌인 뒤 비녀를 꽂는데 성공했다. 다시금 결혼한 귀부인처럼 변한 설화를 총운이 그대로 잡아당겼다. 


 폭, 기대오는 설화의 젖가슴을 애무하며 총운이 말했다.


 "내가 누구냐?"


 "총운 도련님......"


 "아니, 틀렸다."


 양 젖꼭지를 꼬집으며 총운이 가만히 속삭였다.


 "날 도련님이라 부르지 마라. 그 비녀를 꽂은 동안은 내가 네 서방님이다."


 서방님. 총운 도련님이 내 서방님.


 "으읏......"


 갑자기 눈물이 솟아났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인한 사내였다. 


 날 질리도록 가지고 놀다 버릴 거면서. 지금껏 무수한 여인들을 그런 식으로 대했으면서. 내 처녀를 강제로 빼앗고 혼삿길도 틀어막았으면서. 


 그런 주제에 이런 뻔뻔스러운 소꿉놀이나 하자니.


 "싫으냐? 싫으면 말 거라. 대신......"


 보란 듯이 설화의 댕기를 흔드는 총운의 손. 그것을 바라보던 설화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서방님......서방님......"


 "잘했다."


 그리 말하며 총운이 그녀를 품에서 떼냈다. 그러더니 발기한 남근에 소주를 콸콸 부었다. 술로 흠뻑 젖은 양물을 내밀며 총운이 말했다.


 "그럼 혼례를 올렸으니 합환주를 먹는 게 순서 아니겠느냐? 마시거라."


 "네, 서방님."


 순순히 대꾸하며 설화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허공을 향해 엉덩이를 치켜든 채, 그녀는 흡사 암캐와 같은 자세로 총운의 음경을 빨았다. 신랑이 내민 술을 망설임 없이 마시며 신부이자 암컷으로서 도리를 다했다. 


 자지를 빠는 설화를 보며 총운은 정체모를 성취감을 느꼈다. 단순한 성적 쾌감과는 결부터 다른 무언가였다. 


 그 탓에 평소보다 사정감이 훨씬 빨리 몰려왔다.


 "우읍, 후움......"


 울컥 싸버린 정액을 설화가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런 그녀를 향해 총운이 말했다.


 "훌륭하다. 이제 완전히 내 계집이 되었구나."


 설화는 구태여 대꾸하지 않았다. 그럴 정신도 없었고 그럴 기력도 없었다. 


 직접 총운을 서방님이라 부른 충격이 여태 가시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지키고 또 지키던 보루가 와르르 무너진 기분이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붙잡으며 총운이 속삭였다.


 "자, 이제 이곳은 널 위한 신방이다. 밤새도록 뜨겁게 즐기자꾸나."


 그리고 그 말대로 설화는 밤이 새도록 총운에게 범해졌다. 


 그의 타액과 자신의 타액이 분별이 안 될만큼 혀를 섞었고, 보지에 이물감이 각인될 때까지 자지를 박혔다. 체위만 해도 무수하게 바꾸었고, 입과 보지로 그의 뜨거운 욕정을 일일이 수거해야 했다.


 이윽고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기 직전, 설화는 총운에게 매달려 마지막 정사를 시작했다. 


 그와 마주보는 자세로 앉아 그의 허벅지 위에서 허리를 움직였다.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서방님이 쪽쪽 빨자 설화는 자지러지는 교성을 토하며 고개를 꺾었다. 


 "후우, 이제 내 계집이 되었으니 댕기는 불필요하지 않겠느냐?"


 갑자기 총운이 댕기를 집어들며 말했다.


 "앞으로 그냥 비녀만 끼고 다니거라. 이 댕기는 내가 잘 보관하고 있으마."


 아, 안 돼! 절대 안 돼!


 "시, 싫어요! 아윽, 흐윽! 돌려주세요, 서방님, 아항!"


 "그럼 직접 뺏어보거라. 단."


 서방님이 댕기를 질겅, 앞니로 물며 이죽거렸다.


 "손을 쓰지 말고."


 그 말에 설화는 가슴이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허나 억지로 참으며 총운에게 머리를 디밀었다. 그의 입에서 댕기를 빼앗기 위해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쏙, 총운이 입에서 댕기를 빼버렸다. 


 그리 되니 남은 것은 입김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둘의 입술뿐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침묵이 둘 사이에 오갔다. 


 "......."


 열심히 요분질을 하던 설화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더니 츕, 뜨겁게 입을 맞추며 총운의 목을 끌어안았다. 


 처음으로 설화가 스스로 원해서 한 입맞춤이었다. 


 "하우읍, 서방님! 아앙, 서방님!"


 그와 미친 듯이 혀를 섞으며 설화가 울부짖었다. 자신의 엉덩이로 총운의 허벅지를 내리찍으며 환락에 몸을 떨었다. 그의 침을 탐하고 그의 남근을 갈구하며 설화는 속으로 외쳤다.


 전부 비녀 탓이야!


 비녀를 낀 설화만 이런 거야!


 비녀를 낀 동안만 이러는 거야!


 "서방님! 아흐흑, 서방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서방님! 아흐응!"


 "내 씨를 원하느냐? 네 입으로 말해보거라!"


 "네엡, 서방님 씨! 아흐흑, 하윽! 서방님 씨! 어서 주세요! 안에 싸주세요! 아흐하앙!!"


 그러자 총운이 빙긋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잘했다."


 퍼억, 그가 강하게 허리를 아래로 내려찍고, 그 순간 귀두가 자궁을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뜨거운 정액이 직통으로 그녀의 뱃속에 쏟아졌다. 


 온몸을 저릿하게 하는 절정에 설화는 혀를 내밀고 바르르 떨었다. 반쯤 졸도한 그녀의 머릿속에 참담한 깨달음만이 맴돌았다.


 이거......분명 임신했어......


 아아, 서방님......


 털썩, 두 남녀가 이불 위로 엎어졌다. 비로소 정사를 마친 암수는 한몸으로 뒤엉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온기 속에서 천천히 제정신을 찾아갈 따름이었다. 


 아직도 절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설화를 어루만지며 총운이 미소를 지었다.


 "나와 한 내기를 기억하느냐?"


 내기......


 총운이 간교하게 속삭였던 내기가 문득 떠올랐다.


 그가 그녀에게 질리는 게 빠를지, 그녀가 그에게 스스로 안기는 게 빠를지 겨뤄보자고.


 총운이 잘근, 설화의 귓불을 깨물며 선포했다.


 "내가 이겼다."


 그 순간 설화는 눈물이 왈칵 솟는 걸 느끼며 치를 떨었다. 


 내가......내가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이 망나니 품에 안겨서......내 입으로 무슨 말을......


 "괜찮다."


 돌연 총운이 속삭였다.


 "비녀를 꽂은 동안만 날 서방님으로 모시기로 한 것 아니냐? 댕기를 꽂은 동안에는 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될뿐이다."


 말장난이나 진배없었지만, 우습게도 묘하게 위안이 되는 궤변이었다. 지친 눈꺼풀을 닫으며 설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까무룩, 그의 품에서 잠이 들며 설화가 중얼거렸다.


 그래, 아깐 제정신이 아니었어. 아직, 난 아직 댕기를 뺏기지 않았어.


 전부 다 비녀 탓이야.


 내가 그런 게 아니야.




- 계속(?)





시험 공부나 해야 하는데 딴짓하면서 글만 끄적거린 내 인생이 레전설이다......


여하간 설화의 조교일기 2편이었뜸


재미있었으면 추천과 댓글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