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 세 명이 여자 한 명을 둘러싸고 있다. 소리의 발생지는 둘러싸인 여자인 듯 보였다.


"하! 남자 정액 없이는 못사는 종족이 뭐라는 거야?"

"아하, 혹시 강제로 당하는 쪽이 취향인가?"

"이 미친 놈들이 진짜...!"


 여성의 두 눈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글썽인다. 나는 허리춤에 걸린 검을 점검하고,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접근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성희롱을 하는 그들을 보며 검을 뽑는다.


"뭐야 울어? 물은 이따 침대에서 흘려야 하는-"


 휘둘러진 검의 궤적을 따라 붉은 그림자가 뒤따른다. 잠시 주변이 고요해졌다가, 무언가 땅에 툭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시끄러워진다.


"-끄아악!"

"이 씨발! 너 뭐하는 새끼야!!"


 외팔이와 애꾸눈이 내 귀를 더럽힌다. 나는 눈을 찡그리며 그들에게 천천히 말했다.


"...외팔이, 애꾸눈 그리고 시체, 너희는 지금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마치 길드에서 초심자에게 안내라도 해주듯 평온한 목소리에 잠시 멍을 때리던 두 장애인이 나에게 다시 소리쳤다.


"뭐라는거야 이 미친 놈이! 니 새끼가 방금 병신 만들어 놓고 뭘 별명 부르듯 하고 있어!"

"씨발 내 팔! 내 팔이!"


 그의 말대로 내가 휘두른 검에 한 명은 목이 잘렸고, 한 명은 팔이 잘렸으며, 한 명은 한 쪽 눈이 베였다. 그러나 그 상처가 원래 있던 것인지, 나로 인해 방금 생긴 것인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주지. 이미 죽은 시체는 열외로 두고, 너희 두 장애인은 세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방금은 두 가지라면서 미친놈아!"


 지치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는 녀석이 귀찮아서 그냥 죽일까 하는 마음에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더니, 갑자기 녀석이 조용해졌다. 아마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중이겠지. 나는 조금 풀어진 표정을 지으며 검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우리가 뭘 잘못했다는 건데?"

"이제 들을 준비가 된 모양이군. 너희가 저지른 첫 번째 잘못은 이종족 특별법 위반이다. 서큐버스는 고결한 종족이다. 자신이 고른 남성이 죽기 전까지는 한 명의 남성만을 반려로 삼아 살아가지. 네 녀석들이 말하던 수컷의 정액으로 살아가는 천박한 종족은 음마라는 하위 마족이다. 이런 유사한 외형의 종족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 이종족 특별-"

"씨발 내 팔 어떻게 할거야! 죽여버리겠어!"


 내게 달려들던 외팔이를 향해 특별히 검을 두 번 휘둘러줬다. 외/팔/이가 된 그는 내 성의를 알아준 것인지 조용히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다시 애꾸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는 땀이 많은 체질인지 바지가 다 젖어있었다.


"아무튼 너희는 그 법을 어기고 서큐버스를 성희롱했다. 다음 두 번째 잘못은 공공시설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다. 이 공원은 어린아이들도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지. 그런데 너희 때문에 저기 시민들이 모두 겁에 질렸지 않은가!"


 외팔이는 내가 가르킨 방향을 향해 멀쩡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의 두 눈을 가리고 있는 어른들이 도망가지도 못하고 모여있었다.


'음, 확실히 장애인 셋이 여자를 추행하는 장면은 이 평화로운 도시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었겠지.'


 외팔이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잘못은... 감히 내 휴식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도시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방해하다니, 원래라면 죽음으로도 갚지 못할 잘못이지만... 특별히 너의 목숨만 받아가고 나머지 둘은 용서해주도록 하겠다."


 내 자비로운 처사에 감동한 것인지 애꾸눈이 한 쪽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벌벌 떨면서도 다른 둘을 살리기 위해 도망가지 않는 모습이 괜히 눈시울을 자극하지만, 이미 많은 편의를 봐주었기에 그냥 넘어가 줄 수는 없었다.


"그럼 이제 형을 집행하도록 하지."
"...미친 새끼"

"마지막까지 자아 성찰을 하는 모습. 아주 보기 좋다!"


 이내 내가 휘두를 칼에 애꾸눈의 목이 잘렸다. 이제 공원에 남아있는 것은 시체 셋과 서큐버스 하나 뿐이다. 시민들은 내가 범죄자들을 모두 처리하자 안심한 것인지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완벽하게 정리된 상황에 자리를 뜨려던 찰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아, 괜찮나? 저 놈들이 무슨 짓 하지는 않았나?"

"아 네! 덕분에 괜찮아요!"


 확실히 얼굴이 조금 붉다는 것만 빼면 멀쩡한 것 같다.


"그럼 대가를 지불하도록."

"그, 드릴 말이 있는...네? 대가요?"

"혹시 도움을 받아 놓고 그냥 넘어갈 셈인가?"


 과연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도 될지 고민하며 습관적으로 검 손잡이를 만졌다. 칼날이 조금 나왔다가 다시 검집으로 들어가며 나는 찰칵 소리를 듣고 있자니 대답이 돌아왔다.


"아, 아뇨! 네, 당연히 대...대가 드려야죠!"

"하하, 양심이 있어서 다행이군. 일이 귀찮아질 뻔 했는데 말이야."

"하..하하...그, 그런데 제가 지금 돈이 없어서..."

"...뭐?"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반대쪽 손으로 매만지던 의자를 부수고 말았다.


"히익! 죄, 죄송합니다! 제가 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할테니-"

"아니. 돈은 됐다. 지금 나를 대가로 돈이나 받는 양아치 취급하는 건가? 기분이 나빠지려 하는군."

"아뇨! 절대 아닙니다! 그, 그럼 어떤 걸로 대가를 드려야..."
"몸"

"...네?"

"그 음란한 몸뚱이로 창녀처럼 나에게 봉사하라는 말이다."

 

 흠칫 몸을 떠는 그녀의 몸을 발끝부터 천천히 훑는다. 굽이 낮은 신발을 신었음에도 길게 뻗은 다리, 과하지 않게 풍만한 허벅지와 바로 위에 붙어있는 토실한 엉덩이, 잘록한 허리 위로 보이는 머리만한 크기의 가슴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


"아, 아까는 이종족 특별법 때문에 그 사람들을 죽였다고..."

"아 그거? 거짓말이다. 그 녀석들이 죽으면서 억울하지 않도록 가상의 죄를 만들어 준 것이지."

 

 천천히 그녀의 허리에 손을 뻗는다. 잘록한 허리가 내 팔 안으로 안겨 들어온다. 반대쪽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쥔다. 손가락 사이로 범람하는 풍만한 살결을 느끼며 몸을 더욱 가까이 붙인다.


"저, 저는 고향에 반려로 정한 사람이 있어요!"

"나는 서큐버스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 반려로 정한 사람이 있다면 아랫배에 문신이 나타난다는 것이라던지."


 굳어있는 그녀의 옷을 내 손으로 벗겨준다. 검은색 속옷만을 입은 그녀의 몸에는 그 어떤 문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아직 반려로 정한 남자가 없다는 것.


"은인에게 거짓말을 하다니. 실망이 크군. 원래는 그 몸만을 받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마음까지 받아가야겠다."

"그, 그럼 적어도 여관에서! 아니 저기 숲 속이라도 괜찮으니까, 사람들이 못 보는 곳에서..!"

"이 공원도 나름 분위기 있지 않나?"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는 새에 우리 둘은 이미 알몸이 되었다. 나는 그녀를 천천히 뒤로 눕히고, 다리를 벌렸다.


"제발...제발 봐주세요..."

"긴장 풀어라. 금방 기분 좋아질테니."


 준비를 완벽히 마치고 허리를 뒤로 뺐다가, 그래도 앞으로 밀어 끝까지 밀어넣었다.


"하으윽!"

***************

"하으....하앙...❤"

"꽤 좋았다.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또 상대해주지."


 나는 옷을 챙겨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모든 정리를 끝마치고 공원을 벗어날 때까지도 숨을 헐떡이며 누워있던 그녀의 아랫배에는 선명한 자궁 문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