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희대의 환술사, 몽환적인 예술을 빙자한 쾌락살인마'

'황도를 공포로 몰아넣다!'

'꿈의 장막 뒷편에 숨은 비겁자, 그녀는 누구인가?'


비에 젖은 신문지의 활자들은 은은한 비린내가 풍겨왔다.


"푸흐흐..."


인간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깎아내리곤 했었지.

쾌락 살인마, 비겁, 빙자, 뻔 하고 저급한데다 진부하기 까지 한 표현들에 그녀는 실소했다.


-치이이

푹신한 가죽 스톨 의자에 앉아, 자세를 고쳐 마력초에 손톱을 가져다 대 불을 붙인 그녀의 눈 앞에 위스키 잔 하나가 놓여졌다.


-턱, 잘그락

위스키 잔 속의 둥그스름한 정 십이면체의 얼음이 글래스에 부딫혀 마치 풍경과도 같은 청아한 소리를 낸다.


바의 칸막이 건너편에 서서 제 애인처럼 애지중지 하며 위스키 글래스를 마른 수건으로 닦던 중년의 신사, 웨이터였다.


"그 일로 대연극장이 문을 닫았지 뭐요"


바텐더는 안경 너머로 신문을 살피며 말했다.

새치가 희끗희끗 보이는 잿빛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올린 다부진 턱의 소유자였다.


자리에 앉아 신문을 한 장 넘기던 그녀는 주문한 적 없는, 주인장의 호의에 감사하고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잠겨들 것만 같은 그런 목소리였다.


-후우우

어두운 바 안을 뿌연 마력초 연기가 부유하는 그 사이로 창밖이 비쳤다.


빗방울이 두드리며 창문에 긴 꼬리를 남기며 떨어져내렸다.


황금색의 독수리 문양은 더 이상 도시를 수호할 수 없다.

아니지, 오히려... 나의 업적을 빛내줄 연극 속의 퍼펫인형이 되어 줄 것이다.


"알레그로(Allegro), 빠르고 생기넘치는 세상이네요."

"하하... 최근 들은 것 중에서 가장 유쾌한 풍자로군요"

"풍자... 풍자라..."


들릴 듯 말듯한 그녀의 중얼거림에 바텐더는 그저 미소로 답했다.


인적이 드문, 골목어귀에 위치한 작고 좁은 허름한 바 하나.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찾아온 손님 하나.

분명 어떠한 서사가 그녀에게 있으리라.


"이곳에서 장사는 오래 하셨나봐요?"

"그럭저럭, 좀 되긴 하였소."


"흐응..."


"오늘 신문에 대문짝하게 나온 그 기자양반이 젊었을 적 부터 종종 들리곤 했던 바였지. 어제도 연극장에 들르기 전 한잔 하고 갔었고."


그녀가 엷게 미소를 띄며 물었다.


"연극에 관심이 많았었나 봐요?"

"글쎄, 그것보다는 그녀가 쓴 가면무도회에서나 쓸법한 가면에 더 관심을 두었었지."


 그녀를 비난하던 기자였다.


연극장 전체를 환각에 빠뜨려 몽환의 세계로 떨어뜨리고 정신을 차리면 그들은 죽어 예술이 된 그자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목도하게 되는 것 이다.


그의 처참한 마지막을 지켜본 이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과 혼비백산한 표정.


그녀는 위스키가 묻은 입술을 끈적하게 햝으며 제 맞은편에 서서 이제는 와인글래스를 닦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갑작스레 찾아온 전율감에 몸이 떨려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날카롭고 꿰뚫어 보는 듯한 녹색의 눈, 며칠 전에 마주한 것과 동일한 여유로운 분위기와 강직한 인상.


아름다웠던 피사체.

흠 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던 연출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걸 놓치고 있었다니!'


그녀의 손에 들린 잔에는 황홀한 금빛의 노을의 색이 영롱하게 빛나고, 오크통의 숙성된 향기에서는 짙푸른 심해의 맛이 났다.


빗소리는 아름다운 하나의 장엄한 오케스트라나 다름없었으며.


세상이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낙원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였다.


그녀는 코트 속에 숨겨둔 자신의 가면을 떠올렸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가면의 존재감과 기이한 충동을 부채질하는 어떠한 속삭임이 느껴졌다.


"동생분의 일은... 정말 유감이예요..."


그녀는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고 최대한 안타까운 표정과 어조로 이야기했다.


"응? 아니, 그걸 어떻게..."

당황한 낯빛, 이내 경계어린 눈초리.


그녀는 코트 속 자신의 가면을 꺼내어 썼다.


"외롭지는 않으실 거예요"





서큐버스가 꿈만 조종한다는 법 있어?

꿈같은 환상을 조종하는 잔혹극의 지휘자 서큐버스인 뎃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