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생물학적 접근) 1. 학명에 대해 - 장르소설 채널 (arca.live) 

전편 요약

학명은 속명과 종소명, 아종소명, 명명자, 명명년도로 표기하며 이 중 명명자와 명명년도는 생략 가능하며, 아종소명은 아종을 표기할 때 쓴다.


안녕~ 장붕이들아~

저번편 존나 오래걸렸는데 아무도 안봐서 현타로 반쯤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쓰기로 했다 ㅋㅋㅋ

근데 저번편은 기본 개념이라 재미없기는 했을건데 존나 중요한 내용인데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굳이 다룬거임.

어쨌든 이번에는 니들이 흥미 있을만한 종의 기준에 대해 다룰거야.


우선 종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종이란 개체가 지닌 특성이 자손을 통해 영속되는 기본적인 단위이며 형태와 습성이 비슷하며 생식적으로 격리된 집단을 말한다고 라이프사이언스에서 2012년 발간한 김재근 저의 분류학개론에서는 정의하고 있어.

하지만 이걸로 모든 종을 정의할 수 있을까?

그건 매우 어렵지. 왜냐면 완전히 다르게 생긴 치와와와 불독이 같은 종이고, 갈참나무와 졸참나무의 잡종이면서 학명을 부여받은 갈졸참나무의 예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종이라는 개념은 매우 모호한 개념이지.

오죽하면 다윈이 수집한 딱정벌레 컬렉션에서 아직도 신종이 발견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겠어? 

이처럼 종이라는 개념이 매우 모호해서 극단적인 경우, 분류에 10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 새로운 분류군이 생기고 사라지는게 분류학계야.

이처럼 까다롭고 모호한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분류학에서는 다음 4가지 기준으로 종을 분류해.

1. 형태학적 종

2. 생물학적 종

3. 진화학적 종

4. 계통학적 종


1. 형태학적 종

형태학적 종이란 린네가 분류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하기 전부터 사용되어 온 가장 오래된 종의 개념이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종개념이므로 분류학적 종이라고도 해.

수리분류학자들이 말하는 전형질적 종도 이 형태학적 종 개념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전형질적 종 또한 형태학적 종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어.

어쨌든 이 형태학적 종 개념은 모든 종들은 각각 형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명확히 구분될 수 있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어. 쉽게말해 모양이 다르면 같은 종이 아니라는거지.

예를 들어보자. 또 물고기 측선비늘 갯수같은 기준을 예시로 들면 니들이 또 끌테니 이번엔 니들이 좋아할만한 예시를 가져올게.



자, 이 둘을 비교해보자. 얼핏보면 비슷해보이는 두 개체는 귀의 형태라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해.

그러므로 형태학적 분류 기준으로는 이 둘은 다른 종이라고 결론내릴 수있어.

근데 이상하지 않아?

모양이 다르다면 애초에 사람의 암컷은 남성과는 달리 유방이라는 독특한 기관을 가지잖아?

그럼 남자랑 여자랑 다른거야?

이게 형태학적 종의 문제점이야.


사람처럼 성적 이형이 명확한 종도 있고, 초여름에는 녹색 메뚜기가 많이 태어나는데 늦여름에는 갈색 메뚜기가 많이 태어나는 것과 같은 계절에 따라 형질에 차이를 보이는 계절적 변이, 혹은 변태에 따라 외형적 형질이 크게 나타나고, 무당벌레처럼 개체변이가 큰 경우와 같이 같은 종임에도 명확하게 다른 형질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거야.

또 형태학적 종의 한계는 동일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지 얼마 안된 자매종을 분류할때에도 나타나.

분화가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자매종들은 매우 유사한 형질을 가지거든.

판타지에서도 엘프들은 우드엘프, 하이엘프, 다크엘프, 그냥 엘프와 같은 다양한 형질을 가지고 온갖 이상한 기준으로 나뉘는 것처럼 형태학적 종은 한계가 명확해.

물론 분류학자들은 배운 사람들답게 이에 대해 대비를 해놨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개념이 이제 설명할 생물학적 종이야.


2. 생물학적 종

생물학적 종 개념의 창시자 중 한명인 Mayr(1969)는 생물학적 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어. 

"종은 실제로 (또는 잠재적으로) 교배하는 자연집단으로 이와 유사한 다른 집단과 생식적으로 격리되어 있다."

이처럼 생물학적 종은 하나의 생식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을 이르는 말로, 생식적으로 격리된 무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격리적 종이라고도 해.

생물학적 종은 그 이름에 걸맞게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개념으로, 민간에서 알고 있는 종의 기준은 바로 이 생물학적 종이야.

당장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종에 대해 "종(種)  생명 생물 분류의 기초 단위. 속(屬)의 아래이며 상호 정상적인 유성 생식을 할 수 있는 개체군이다."라고 정의할 정도로 생물학적 종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라 할 수 있어.

학계에서도 널리 쓰이는 개념이라 학명에서 종소명이 다르다면 정상적인 교배가 이루어지지 않아.

예를 들어 Equus ferus(말)와  Equus asinus(당나귀)는 같은 속에 속하지만 종이 다르기에 그 자손인 노새는 생식이 불가능해.

그래서 노새는 종으로 분류하지 않아.

판타지에 이 개념을 적용하면 엘프, 오크, 수인, 마족과 같은 일반적으로 아인종이라 불리는 부류부터 심지어 드래곤까지 인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


(인류의 여러 아종들)


이러한 생식적 격리를 일으키는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접합 전 장벽접합 후 장벽이야.

접합 전 장벽으로는 서식지 격리, 시간적 격리, 행동적 격리, 기계적 격리, 생식세포격리가 있어.

우선 서식지 격리는 말 그대로 사는 장소가 달라 새끼를 못까는거야. 예를 들어 엘프는 미개하여 우월한 인류와 같은 도시에서 살지 않는데, 그 또한 서식지 격리라 할 수 있겠지. 

시간적 격리는 동일한 장소에 있어도 번식기가 다르면 교미가 불가능해 생식적 격리가 이루어진다는 소리인데 사실 인류는 365일 발정기라 시간적 격리는 있을 수가 없음 ㅋㅋㅋㅋ 

행동적 격리는 행동의 차이로 서로 교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해.

기계적 격리는 생식기가 서로 맞지 않아서 생기는 생식적 격리를 말해.

예를 들어 달팽이들은 껍데기가 꼬여있는 방향이 일치하지 않으면 서로 교미를 못해.

판타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인어가 진짜 물고기마냥 총배설강이 달려있거나 드래곤이 1t의 대형동물이라면 당연히 사람이 꼬추를 박을 수 없겠지.

생식세포 격리는 서로 만나도 수정되지 않는 경우를 말해. 동물의 경우 정자가 난자의 표막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야.


접합 후 장벽은 생식세포가 수정이 되더라도 발생이나 그 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자손이 살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말해.

접합 후 장벽은 유전적 불화합, 잡종불임, 잡종쇠약이 있어.


유전적 불화합은 수정란이 발생하는 도중 결함이 생겨 제대로 된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는 경우인데, 도롱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야. 보통 판타지에서 이종족과 결혼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하면 보통 이 경우라 생각하면 돼.

잡종불임은 말과 당나귀가 교배해 노새가 나오는 것처럼 새끼는 낳을 수 있는데, 그 자손은 번식이 불가능한 경우야.

자기 쾌락을 위해 자손의 미래를 작살낸다는 점 때문인지 판타지에서는 잘 다루지 않더라고. 당장 나도 이 소재로 쓸까하다 너무 잔혹해서 안썼음.

마지막으로 잡종쇠약이란 세대를 거칠수록 자손이 불임이거나 자손을 잘 낳지 못하는 결함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농작물과 같은 식물에서 많이 나타남.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종자회사들은 농부들이 종자를 꾸준히 구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잡종쇠약을 유도하여 수확한 씨앗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도 함.

판타지에서 하프들은 보통 순혈보다 약하다는 설정을 연상할 수 있는데, 하프들의 불임율이 높다고 서술되지 않는다면 아닌거임.

왜냐면 잡종쇠약은 생식력에 대해서만 다루지 개체의 생존력은 고려대상이 아님.

쏠까 개체의 생존력은 그저 새끼를 더 많이 가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새끼만 잘까면 멍개마냥 바위에 붙어 숨만 쉬어도 상관 없음 ㅋㅋ  


근데 이러한 생물학적 종 개념도 한계가 존재하는데, 우선 이미 멸종하거나 그 수가 적은 종에 대해 적용하기 어렵고(화석의 문제), 종 사이의 생식적 격리도 진화과정에서 이루어져 가는 것이기에 완전히 격리되지 않은 중간 상태도 존재해(종간 잡종의 문제). 특히 종간 잡종의 문제는 식물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러한 종간 생식은 잘 이루어 질 수도 있고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 

같은 종이라면 확실히 일어나야 하는데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으면 존나 애매하잖아?

그래서 식물학에 생물학적 종 개념을 적용하면 그 기준이 존나 모호해지고 포괄적이게 되기에 식물학에서는 이 기준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아. 괜히 국제 명명규약을 동물과 식물이 따로 정한게 아니야.

그리고 서식지마다 환경이 다른데 생식적으로 같다고 같이 붙여놔도 상호교잡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의문을 가짐(지리적 격리의 문제).

또한 생물학적 종 개념을 모든 생물에 적용한다면 형태적으로는 차이가 매우 적어 구별이 힘든 수많은 자가수분 개체군과 무성생식집단들을 새로운 종으로 명명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무성생식의 문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유성생식을 안하는 원핵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식물분류학자들은 생물학적 종 개념을 사용하지 않아.


나머지 2개는 창작에서 쓸일 없으니 대충 다룸.

이 둘은 분류학의 끝판왕이라 어느정도 분류가 이루어진 종을 진화생물학적인 계통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자 ㄹㅇ 과학자들의 영역임.

솔까 창작에서는 위 생물학적 종만 알면 충분해서 생물학적 종 개념 분량이 존나 많은거임.


3. 진화학적 종

"진화학적 종은 다른 것들과 독립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직계이며, 그 자신의 유일한 진화적 구실과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Simpson, 1961)


4. 계통학적 종

계통분류학에서 사용되는 현대적 종의 개념으로 종의 인지 가능성을 강조해. 

계통학적 종이란 비교 가능한 개체들이 갖는 형질상태의 독특한 조합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집단 혹은 계열의 모임을 말하는데, 이때 종 내에서 형질 상태는 고정되어야 해.






씨발 드디어 다썼다.

짧게 쓰려 했는데 존나 많이 썼네

다음에 쓸지 안쓸지 모르겠는데 쓴다면 다음은 생태학적 상호작용에 대해 다룰거야.

솔까 여기까지만 알아도 판타지 쓸때 큰 걱정은 없을 듯.

어쨌든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