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위잉.
-탁.
탁.
[이것]은 내가 살아나는 소리다.
위잉-
[이것]은 내가 움직이는 소리다.
탁.
[이것]은 내가 죽는소리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계’라고 불린다.
*
*
*
가로 100mm.
세로 200mm.
높이 300mm.
곁 면은 목제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에는 철로 만들어진 막대와 기계장치 들이 들어있다.
윗면의 3분의 2는 맨 위가 고정되어 열리는 형태이고
아래에는 스위치가 하나 존재한다.
하는 일은 하나.
-탁.
누군가가 나를 살리면
-위잉.
나는 몸을 움직여
-탁.
내 목숨을 끊는다.
이것이 내 존재의 의의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궁극의 기계(Ultimate Machine)라고 불렀다.
어째서 나는 궁극의 기계일까.
이것이 기계의 궁극인가?
애초에 기계란 무엇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궁금해지는 부분이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
살아있는 순간이 스위치가 켜졌을 때이고,
그것조차 나 자신이 꺼버리니.
뭘 할 수가 있나.
*
*
*
어느 날.
아버지는 누군가를 초대하여 나를 보여주었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였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백, 수천 번 동안 했던 일.
-탁.
스위치가 올려졌다.
-위잉.
나는 몸을 움직여.
-탁.
스위치를 내렸다.
하지만, 아버지가 초대한 사람은 나를 보며
마치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았다는 듯.
“스위치를 끄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절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기계이지만 거기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한 무엇이 있다.”
-라고 말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것을 위해 만들어졌고,
실제로 문제없이 작동했다.
나는 내 존재의 의의를 다했다.
그런데 이것이 뭐가 불길하다는 것인가?
아버지는 그 사람을 내보내고
다시 내가 있는 책상 앞에 앉았고
언제나와 같이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
*
*
*
[그럴 때도 있었지.]
뭐, 뻔한 이야기다.
단순하고 오랜 물건에 자의식이 생기고
기계의 설계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그렇게 불길한 물건이라고 묻히고
누군가에게서 몇백 년 뒤 꺼내자고.
요즘은 거미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다는데,
그거에 비하면 제법 뻔한 이야기다.
-뚜벅.
-뚜벅.
어이쿠, 방문객인가.
잠시 기다리자.
검은 머리의 청년이 굳은 얼굴을 한 체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언뜻 보아도 긴장한 듯한 그 모습에
슬며시 웃음을 보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성좌 ‘궁극의 기계’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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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임.
유튜브에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러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