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갑니다! 잠시 지나갈게요!” 




매일같이 바쁜 하루의 끝, 한결같이 북적이는 퇴근길의 역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열차 소리에, 재빨리 몰려드는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난간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직 열려 있는 지하철의 문. 제발 닫히지 않기를 빌며 달려 나갔다. 


하지만 그 바람을 가볍게 무시하듯이, 문은 이미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잠깐만요 - 아, 좀!" 


  


손을 뻗어 보지만 눈앞에서 닫혀 버리는 문. 기관사는 매정하게도 시간에 늦은 직장인 한 명을 위해 문을 열어 주지는 않았다. 


떠나는 열차의 꼬리 칸을 향해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10시 45분, 하필이면 막차를 놓치다니. 아직 끊기지 않은 다른 경로도 있었지만, 그쪽 길로 가려면 무려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아직 남아있는 버스라도 없는지 확인하던 차, 계단 쪽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잠깐만요잠깐만요! 여기 아직 안 탔어요 - !" 



늦어도 너무 늦었구만, 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아니, 없잖아? 설마 벌써 떠난 거야? 막차인데?" 


패닉에 빠진 듯이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 그 감정에 나름 동질감을 느끼며 옆을 돌아보자 조금은 놀라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양복을 차려입은 평범한 회사원 - 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분명, 양복과 서류 가방까지 회사원의 복장을 갖춘 것은 틀림없지만,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양팔 대신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새의 날개 한 쌍이었다. 살짝 붉은 빛을 띤, 자세히 보면 꽤 아름다운 빛깔의 깃털. 그 때문일까, 양복 상의는 재킷이 아니라 조끼였으며, 셔츠도 민소매 셔츠처럼 양팔 부분이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리춤에는 꽁지깃이 삐져나와 있었으며, 스커트 대신 착용한 바지 아래로는 인간의 것이 아닌 조류의 발이 보였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하피인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물론, 이종족 자체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아마 몇 명이 있었을 터.  모종의 ‘사건‘ 이후, 약 삼십 년 전쯤부터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들은 빠르게 인간 사회에 녹아들었고, 지금은 이렇게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물론 이념적 충돌과 그로 인한 사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후로는 나름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옆에, 나와 똑같이 지하철을 놓친 것으로 보이는 하피 회사원이 서 있었던 것이다. 

내 시선을 느낀 것일까,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는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이거 막차 맞나요? 다른 열차로는 못 가는 건가요?" 



혹시, 여길 처음 와 보는 걸까. 그렇다면 넓디넓은 배차 간격과 미묘하게 맞지 않는 도착 시각, 그리고 미궁처럼 꼬여 있는 역 구조 때문에 열차를 놓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나도 한때 겪었던 일. 이 하피 여성이라고 다를 바는 없겠지. 


"네, 여기는 이상하게 차가 빨리 끊어져서, 오늘 건 방금 떠난 게 끝이에요. 다음 열차는 내일 새벽 다섯 시. 아무래도 우리 둘 다 놓쳐버린 것 같네요." 


"으으.... 어쩌지.... 집으로 가는 다른 길을 미리 알아볼 걸 그랬나..." 



안경 너머로 울상을 짓는 그녀의 표정은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저기, 혹시 어디까지 가시나요?" 


"저요? 이 열차 종점 바로 앞에 있는 역까지 가야 하는데..." 


"종점 바로 앞? 그럼 저랑 같은 역이네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그 말을 들은 하피 회사원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정말인가요? 그럼 혹시 다른 길이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게... 직통으로 가는 버스는 없어요. 지하철도 다른 경로로 갈아타면 갈 수 있긴 한데, 그럼 소요 시간이 배로 늘어나구요.” 



다시 시무룩해지는 그녀의 표정. 길안내 외에는, 나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저는 그냥 걸어가려고 합니다. 지하철로 가실 거면, 길은 알려드릴 수 있는데요." 


"걸어가신다고요? 그럼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사실 오늘이 첫 출근이라,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예? 뭐, 저야 딱히 상관은 없는데...” 


"감사합니다! 그럼 길 안내, 신세 좀 질게요." 


초면인 사람과 길을 걷는다는 데 아무런 거부감도 없는 것인지, 그녀는 활기찬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며 바싹 따라붙었다. 


그렇게 하여, 나는 난생처음 보는 하피와 함께 퇴근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역에서 집까지 걸어서 가는 길은 다행히도 나름 잘 다져져 있는 편이었다. 강가로 긴 산책길이 나 있는 덕에 운동하는 느낌으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어가다 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물론 운동할 때나 해당되는 이야기지, 평소에 퇴근 후 지친 몸을 끌고 이 길을 걸어갈 일은 결코 없었을 터이다. 놓쳐버린 지하철만 아니었다면. 


오늘이 첫 출근이었다는 사회 초년생 하피 회사원은 옆에서 조용히 걷고 있었다. 새의 다리로, 마치 수면 위를 걷듯 한 발자국씩을 내딛는 그 모습을 바라보니, 문득 의문점 하나가 떠올랐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 해도 될까요." 


"네, 뭔가요?" 


"그쪽... 하피 맞죠?" 


“후후, 보시는 대로, 하피 맞아요.” 


"그러면... 지하철을 타는 대신 날아서 가도 되지 않나요?" 




저 정도의 날개가 있다면 하늘을 날아서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매일 아침 열차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아간다면 빠르기도 하고 사람도 붐비지 않을 테니 좋지 않을까. 그런데 왜 굳이 지하철을 타려는 건지, 조금 궁금해 지기 마련이었다. 


내 질문을 들은 그녀는 조금은 슬픈 미소를 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날아서 가지 않는 이유요? 두 가지가 있네요. 그 전에 먼저 질문, 그쪽은 왜 출퇴근할 때마다 지하철을 타나요?”


"저요? 그거야, 걸어가긴 힘들고, 지하철을 타면 편하니까요." 


"하지만 다리가 있잖아요? 직접 걸어가면 되지 않나요?" 


"아니, 그건 - " 


 


그제야, 나는 그녀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미안해요, 방금 건 뭔가 바보 같은 질문이었네요." 


"아니에요, 항상 있는 일이거든요. 

날개가 있지만, 하늘을 나는 건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에요. 아무리 하피라고 해도, 항상 날아다니는 건 아니라고요? 게다가, 양복을 맞춰 입고  하늘을 나는 건 불편한 데다가 바람 때문에 기껏 맞춘 머리가 다 헝클어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두번째 이유로, 하피들은 지정된 곳 말고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없어요. 다른 비행물체나 건물이랑 충돌해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생각보다 복잡한 사정이 많았네요." 


  

하긴, 요즘은 비행기뿐만 아니더라도 드론 같은 것들도 자주 날아다니는 시대다. 그런데 하피들이 날아다니다가 충돌하기라도 하면 큰일이겠지. 게다가 '미확인 비행물체'가 하늘에 날아다니는 걸 일일이 관리하기도 힘들 테고. 



"그런데... 이것도 뭔가 편견 섞인 질문이면 죄송하지만, 하피들은 보통 날아다니는 종족인 만큼 눈이 좋지 않나요? 어째서 안경을 쓰고 있는 거죠?" 


"아, 이거요?" 


 

 그녀는 안경을 벗고 흔들어 보였다. 



"도수 없는 안경이에요. 전 하피 중에서도 눈가가 좀 매서운 편이라, 이걸 써야 회사일 하기 편할 거라 하더라고요." 



확실히, 안경을 쓴 것과 벗은 뒤의 인상이 확실히 달라 보였다. 마치 매나 독수리와 같은,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 면접관들이나 회사 상사들이 썩 좋아하진 않을 만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뭐가요?" 


"그쪽이요. 보통 저 같은 이종족을 보면 다들 괜히 불편해질까봐 질문을 피하더라구요." 


"혹시 제가 뭔가 잘못이라도...?” 


"아니요, 그럴 리가요. 딱히 무례한 행동도 아니었고, 순수한 궁금증은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인간하고 이종족의 교류가 늘 수록 서로 득 보는 것도 많고요." 


  

그렇게 대답하며, 그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혹시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나 하여 조금 불안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처음 보는 하피인 만큼, 여러 모로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순수한 궁금증은 괜찮다고 한 이상,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이 첫 번째 출근일이라 했었죠? 회사에선 무슨 일을 하나요?" 



옛날 같았다면 비행능력을 활용한 무언가를 하지 않겠냐고 막연히 생각했겠지만, 방금 그녀가 편견을 바로잡아 준 참이다. 단순히 날개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판단하는 것은 역시 무리겠지. 


"저요? 평범한 중소기업의 영업사원이에요. 뭐, 보시다시피 손이 이러니까 실제로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제한이 있죠." 


그녀는 팔 대신 달린 날개를 들어 올려 보였다. 근육이 있는 만큼 물건을 집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역시 타자를 치거나 펜을 쥐는 것은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발로 뛰는 영업사원 일을 맡은 것도 나름 납득이 된다. 손이 없어도 남을 설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주로 다른 회사랑 거래하는 일을 도맡아 하긴 하는데... 아직은 부사수 역할이에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네요." 


"아하하, 그렇긴 하죠. 이종족을 좀 껄끄러워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앗. 의도치 않게 또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모양새다. 

그녀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순수한 웃음은 아니었다.  



“확실히... 나이 든 사람들이나, 아직 거부감이 큰 사람도 많다고 듣긴 했어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여태껏 그런 사람들을 대하며 그녀가 무슨 일을 겪었을까. 


"뭐,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그게 직장인 아니겠어요?" 


"그러네요.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 


씁쓸한 이야기였다. 

분위기를 이렇게 가라앉힐 수는 없지. 화제를 바꾸자. 뭔가 무난한 화제가 필요했다. 



"아,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혹시 취미가 뭔가요?" 


"취미라... 요즘은 주말마다 게임에 빠져 사는 것 같네요. 아, 방금 손도 없는데 어떻게 게임하냐고 생각했죠?" 


  

거짓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게 말이죠, 손이 없는 대신 발로 할 수 있어요. 나름 잘 구부려지거든요. 게다가 요즘은 게임회사도 시장을 넓혀서, 이종족 전용 보조기기 같은 것도 출시되고 있다구요?" 


"그건... 신기하군요. 아,저도 좋아해요, 게임." 


"정말요? 기회가 되면 다음에 온라인에서라도 만나실까요? 후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날갯죽지로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었다. 


성공적으로 바뀐 화제는 번지고 번져, 한 시간을 걷는 동안 그녀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하피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그녀가 인간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 새 목적지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득, 이렇게 누군가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게 매우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일에 치여 바쁘게 살면서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은 탓일까. 지방에 있는 가족도 가끔 통화를 나눌 뿐이고, 몇 되지 않는 친구들도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다. 회사에서 하는 공적인 대화나 회사 동료와 하는 짧은 잡담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대화를 나누며 즐거움을 느낀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거 알아요?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거, 꽤 즐겁네요."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을 건넸다. 


"신기하네요, 저도 똑같거든요. 가족들은 먼 산간 지역에 있고 홀로 상경해서 인간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제 이야기를 그쪽한테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양 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저기, 혹시 하늘을 날아보고 싶지 않아요?" 


 

갑작스럽게 꺼낸 말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난다구요? 여기서요?" 


"네! 나는 거, 꽤 기분 좋다구요? 길 안내의 답례라고 생각하시고.” 


"아니, 보답은 괜찮은데... 그건 그렇고, 여기선 못 나는 거 아니었어요?" 


"짧은 저공비행 정도는 괜찮아요. 게다가, 저 꽤 튼튼하답니다. 사람 한 명 정도는 거뜬히 들고 날 수 있어요!" 


활짝 펼쳐진 그녀의 날개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붉은 빛의 깃털이 연주황색 가로등의 불빛을 받아, 마치 보석마냥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그녀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날개를 펄럭이며, 천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정말로 하늘을 날 생각인 듯 했다. 


 "그럼 갑니다! 다리 꽉 잡으세요!"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발톱이 내 어깨를 움켜잡았다. 곧이어 천천히 몸이 들리더니, 땅에서 발이 완전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 이거 괜찮은 거예요?" 

"괜찮아요! 아, 그러고 보니 목적지가 이 강 건너편 맞죠?" 

"그렇긴 한데, 설마.... 으아아아!" 


강가의 길에서 벗어나, 점점 물가로 향하는 그녀. 설마, 강을 날아서 건널 생각인 걸까? 

자연스레 다리를 붙잡은 내 손에는 힘이 꽉 들어갔다. 위에서는 그녀가 웃으면서 외치고 있었다. 


 "아하하, 걱정 안 하셔도 안 떨어뜨린다구요!" 


 있는 힘껏 날갯짓하는 그녀. 오직 날개의 근력과 발톱의 완력에만 의지한 채, 나는 공중에 떠 있었다. 정말로,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두드리고, 구두 끝은 강물의 수면을 가르고 있다. 

내가, 날고 있다니.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때요? 가슴이 뻥 뚫리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밤하늘처럼 검은 수면에는 하늘을 날고 있는 나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 확실히,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지금은 묘한 고양감이 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루하루 일에 찌들어 있던 마음은 차가운 밤공기에 씻겨 나가고, 양 팔을 벌리고 가슴을 뻗자 무언가가 탁 트이는 듯 했다.  


길고도 짧은 순간, 내가 느낀 것은 분명한 '해방감'이었다. 



어느 새 비행이 끝나고, 강 반대편에 착지한 그녀. 바로 앞에는 목적지인 지하철역 입구가 보였다. 퇴근길이라는 두 사람의 짧은 여정이 끝난 것이다. 


"...그럼, 여기까지네요. 길 안내, 정말 고마워요." 


날개를 접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는 그녀. 


...이대로 작별이구나. 

문득,  떠날 준비를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 덕분에, 하늘을 난다는 귀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것도 하나의 인연.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였다. 그리고 내일 아침, 또 지하철을 통해 출근하고 퇴근하겠지. 


그렇게 변함없이 하루하루가 반복될 터였다. 잠시 맛본 해방감은 찰나의 일탈이며, 다시 현실로 돌아갈 때였다. 


 그때, 문득 떠나려던 그녀가 무언가를 잊었다는 듯이 뒤돌아보았다. 


"맞다! 깜빡한 게 있네요. 이거, 받아 주세요." 


그리고는, 작은 종이를 건네는 것이다. 


"이건...?" 


"뭐긴요, 명함이죠.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손 대신 날개를 흔들어 보이고, 그녀는 떠나갔다. 


그 자리에 홀로 남은 나는 건네받은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샤라'라는 이름과 연락처가 하나 적혀 있었다.  

회사 연락처가 아닌, 개인 전화번호다. 


그런 거였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비록 날개는 없더라도, 하루쯤은 하늘을 날아 볼 수 있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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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챈에서 홍보글 보고 왔슴니다

몬무스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