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게...”

 

 우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변명을 늘어놔야 할까.

 머릿속은 생각하기를 멈췄다.

 지성인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지혜로운 판단이 서질 않았다.

 자연스레 몸을 움직였다.

 

 그녀에게서 콘돔을 뺏는다.

 정상적인 판단이 남지 않아 내려진 결론이었다.

 어리석고, 마치 어린아이의 떼와 같았다.

 뺏어서 눈앞에서 숨긴다고 그녀가 콘돔을 잊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급한 마음에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짧은 찰나였다.

 은채의 표정은 보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콘돔을 들고 있던 오른손을 높이, 그리고 뒤편으로 뺐다.

 

 급하게 뻗었던 손은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손목을 쫓아 한 번 더 도약했다.

 그녀와 뒤엉켜 넘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성이 돌아왔다.

 뒤로 넘어가는 은채의 뒤로 다급히 손을 집어넣어 그녀를 받쳤다.

 

쿵!

 

 잠시 녹음실 안에는 빗소리만이 들렸다.

 밑에 깔린 은채를 내려다본다.

 거리가 가깝다.

 그녀의 작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어지러웠다.

 콘돔으로 동요한 것만이 아니었다.

 가까워진 은채에게서 은은히 풍겨오는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살짝 열린 창밖으로 비에 젖은 흙내음이 그 향기에 더해졌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하얀 피부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반짝이는 보석 같은 눈도 나를 바라봤다.

 아,

 가까이 보니 은채는 더욱 아름다웠다.

 심장이 전력 질주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눈을 살짝 감았다.

 이 정도 거리라면 주체하지 못하는 심장 소리가 그녀에게 닿을 것이 분명했다.

 

 “와...”

 

 은채가 작게 감탄했다.

 그녀의 작고 흰 손이 천천히 내 조끼 위를 만졌다.

 

쿵. 쿵. 쿵.

 

 엉거주춤 버티고 있던 두 다리의 사이에 피가 쏠렸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무실이 바로 옆이었다.

 방음벽이 설치돼있었지만, 방금의 소란이 들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미안...”

 

 중얼거리며, 그녀를 받쳐주던 팔을 조심스레 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른 쪽 손이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가슴께로 인도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만,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아까, 엉덩이로 단편적이나마 느꼈던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에 잡혔다.

 은채는 손을 조금 더 당겼다.

 그러자, 손끝으로 부드러운 가슴 너머의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그녀의 심장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내 심장 박동과 공명하듯 뛰는 은채의 소리에 깨달았다.

 그녀도 나처럼 설레고 있었다.

 

 “좁은 방에...”

 

 은채가 다시 속삭였다.

 턱을 살짝 아래로 내리고 왠지 모를 애틋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예쁜 후배와 단둘이 있는데... 그래도 미안해요?”

 

 그대로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싱그러운 딸기향이 아스라이 흩어졌다.

 첫 키스는 부드럽고 달콤했다.

 촉촉한 입술이 부딪히자,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보던 대로 혹은 남자의 본능대로 혀를 집어넣었다.

 

 “아...”

 

 작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서로의 숨결을 섞으며 혀와 혀가 엉켰다.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이고 싶었지만 참기 힘들었다.

 그만큼 그녀와의 키스는 촉촉하면서, 솜사탕처럼 달콤했다.

 숨을 쉬기 힘들어하는 낌새에 뒤로 물러섰다.

 입과 입 사이에 얇은 실 하나가 길게 늘어지다 끊어졌다.

 

 그녀의 하얗던 볼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떨면서 내 눈을 바라보던 은채는 눈길을 피했다.

 

 “갑자기... 혀 넣으면...”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반칙...이에요...”

 

 평소 그를 놀리며, 대하던 장난스러운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평정심이 무너진 그녀의 목소리는 애달팠다.

 그녀 본인도 잘 아는지, 입술 끝이 부끄러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귀여웠다.

 그 처음 보는 모습에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다.

 은채는 여전히 시선을 피한 채 얌전히 있었다.

 세 개의 단추를 풀자, 옷 안에 숨겨져 있던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해방됐다.

 

 은채는 이미 관능적이고 성숙한 여성의 신체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그에 비해 앳돼 보이는 청순한 얼굴이 반전을 주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시절의 흔적이 남았다 할 수 있는 다른 곳과 달리, 와이셔츠 안에 다 잠기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크기의 가슴은 농염한 성인의 것이라 해도 무방했다.

 

 내 시선이 느껴지는지 은채가 천천히 손을 올려 제 가슴을 가렸다.

 그녀의 손을 걷어낸다.

 작은 저항이 느껴졌지만, 이내 순순히 그녀의 팔은 내려갔다.

 분홍색의 속옷 위로 손을 올렸다가 그리고 조심히 어루만졌다.

 

 물컹한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아까 와이셔츠 위로 만졌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너무 부드러워 자칫 으스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했다.

 그녀의 속옷 아래로 조심스럽게 손을 넣었다.

 

 눈처럼 새하얀 은채의 살결은 말랑거렸다.

 그 어떤 것도 그녀의 가슴만큼 부드럽지 못했다.

 한 손에 다 담기지 않는 그녀의 가슴을 애써 그러모아 쥐었다.

 

 “흐읏...”

 

 은채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소리를 흘렸다.

 신음에 놀라 손을 잠시 놓았다.

 그녀의 탄력 있는 가슴이 살짝 출렁이다 다시 제모습을 되찾았다.

 손가락을 천천히 더듬었다.

 그녀의 둥근 가슴에서 홀로 딱딱하게 서 있는 곳이 만져졌다.

 

 “앗...!”

 

 손가락이 스치자, 은채의 몸이 움찔 떨렸다.

 손가락 두 개 사이에 살며시 딱딱한 꼭지를 잡아 문질렀다.

 

 “하앗...! 흡...”

 

 달뜬 소리를 내던 은채는 황급히 제 입을 손으로 막았다.

 

 “흐으...흣...!”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신음과 함께 그녀는 몸을 천천히 비틀었다.

 내 손길에 따라 그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했다.

 소름이 돋았다.

 죄책감은 우월감에 가려졌다.

 누군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온몸을 빳빳이 긴장시켰다.

 

 종국엔 지금 내 아래에 은채가 누워있었다는 사실만이 남았고, 마지막 수치심도 날아갔다.

 고개를 파묻어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이제는 그녀가 먼저 입술을 벌려 혀를 내밀었다.

 

 “흐읍...”

 

 타액과 숨결 사이에 달콤한 교성이 섞여 나왔다.

 손으론 끊임없이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입술에서 입을 떼 아래로 내려가 목덜미를 핥았다.

 상큼하고 진한 그녀의 향기가 코를 뚫고 들어와 머릿속을 헤집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아래로 내려와 이번엔 풍만한 가슴을 입에 담았다.

 그저 살을 입에 담았을 뿐이다.

 부드러운 감촉만 느껴져야 할 터인데, 맛이 있었다.

 혀를 천천히 돌려 그녀의 딱딱하게 선 유두의 주변을 훑어댔다.

 

 “흐읏...! 흑...! 후으... 앗..! 선...배...”

 

 그녀의 발이 카펫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가 움직여 다리 사이에 터질 것 같이 서 있는 내 물건을 건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입을 뗄 수 없었다.

 

 “하...아앙...!”

 

 이빨을 살짝 세워 깨물었을 때, 그녀의 신음이 격해졌다.

 고개를 들어 올려 거친 숨을 쉬며 그녀를 바라봤다.

 

 아랫도리에서 축축함이 느껴졌다.

 극도의 흥분감으로 쿠퍼액을 쏟아냈는지, 속옷 너머의 교복 바지까지 적신 상태였다.

 은채의 살짝 몽롱하게 풀린 눈이 내 바지 앞섬을 향했다.

 바지를 뚫을 듯이 기를 쓰고 서 있는 걸 보자 그녀의 귓불이 붉게 물들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검은 스타킹 위를 어루만졌다.

 새로운 곳에 손이 닿자, 은채의 몸이 한 번 더 흠칫 떨렸다.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던 손은 천천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자...잠시만...”

 

 은채가 천천히 다리를 오므리며 말했다.

 날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햇볕이 비춘 바다처럼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떨렸다.

 

 나는 처음으로 은채의 말을 거절했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거침없이 파고든 손은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은밀한 곳을 향했다.

 따뜻했다.

 그리고 촉촉했다.

 손가락을 들어보니, 어딘가 끈적한 액체가 묻어나왔다.

 

 “흐읏...”

 

 은채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녀의 소중한 곳을 가리고 있는 치마를 천천히 걷어 올렸다.

 은채는 살짝 허리를 들어 올렸다.

 브래지어와 같은 분홍빛의 속옷이 보였다.

 내 바지처럼 축축이 젖어 있었다.

 

 이제 손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녀의 속옷도 단숨에 벗겨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가져갔다.

 

 “서...선배... 거긴... 흐응...! 안 되는...! 하읏...!”

 

 놀란 은채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하나도 더럽지 않았다.

 이슬을 머금은 꽃잎에서 흘러내리는 액을 나는 하나도 아낌없이 핥아냈다.

 그리고 작은 균열을 혀로 갈라내고 안까지 깨끗이 어루만졌다.

 

 “아앙... 하앗...! 흐앙... 핫...!”

 

 그녀의 손도 소리를 막을 수 없었다.

 은채는 내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의지했다.

 혀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가녀린 손이, 온몸이 벌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애액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핥아댈수록, 내 아랫도리에서도 울컥거렸다.

 

 “핫...! 싫...싫어어... 흐으읏...! 하앙...!”

 

 그녀의 교성은 수줍게 고개 내민 그녀의 돌기를 혀로 굴리자 격해졌다.

 

 “하앗...! 항...! 기분...이... 흐읏...! 이...상해요...”

 

 울먹거림이 섞인 은채의 신음이 점점 빨라지고, 그녀의 허리까지 들썩였다.

 더는 참기 힘들었다.

 

 그녀의 아래를 계속 핥아대며, 바지의 버클을 풀러 속옷과 함께 단숨에 내렸다.

 처음으로 남에게 보이는 자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잠시간의 해방에 은채는 몸을 조금씩 떨며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쪽에 떨어진 콘돔을 주워들었다.

 은채는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했다.

 

지익-

 

 포장지를 뜯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미끈거리는 콘돔을 확실히 씌웠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다리를 벌렸다.

 

 “읏...”

 

 은채가 다시 손으로 코와 입을 가렸다.

 그녀의 아랫부분에 천천히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물건을 문질렀다.

 

 “하...앗...!”

 

 “아...!”

 

 나와 그녀의 신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홀로 위로하던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귀두를 만져주는 그녀의 아래는, 어서 빨리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듯했다.

 조금 즐기고 싶어 위아래로 문질렀다.

 

 “흐으...! 흣...!”

 

 “은채야...”

 

 나지막이 그녀를 부르자, 그녀의 빛나는 눈망울이 천천히 나를 향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허락된 적이 없던 그녀의 아래를 비집고 들어갔다.

 

 “앗...! 하아...앗...!”

 

 갈길 잃은 그녀의 손이 허공을 휘젓다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던 내 팔을 잡았다.

 그녀의 안은 내 물건을 따뜻하게 감쌌다.

 일순 밀어내려는 힘도 느껴졌다.

 

 “큭...!”

 

 조여오는 감각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아, 단숨에 끝까지 파고들었다.

 

 “아...하아앗...!!”

 

 그녀의 손톱이 내 팔을 파고들었다.

 고통을 느낄 새는 없었다.

 자지를 잔뜩 조여오는 그녀의 따뜻한 안을 견뎌내기 위해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 아랫도리에 잔뜩 힘을 줬다.

 

 “하아...”

 

 참았던 숨을 간신히 쉬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다리 밑에선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다.

 그리고, 올려다보는 애달픈 은채의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선...배...”

 

 은채는 양손을 벌렸고, 나는 그녀에게 안겼다.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세 번째 키스가 되어선, 서로 적극적으로 입을 벌려 혀를 섞었다.

 혀와 혀가 뒤엉켰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처음으로 남과 이어졌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두 남녀는 서로를 위로해주듯 키스에 필사적이었다.

 

 떨어지려 할 때마다 혀를 내밀어 더욱 요구하는 은채가 사랑스러웠다.

 입술을 떼고 그녀의 콧등에,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뭐에요...”

 

 그녀가 작게 키득거렸다.

 그리곤 은채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이었다.

 그녀와 이토록 길게 눈빛을 교환하는 것은.

 이제까지 부끄러워 눈을 피했던 건 나였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한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예뻐.”

 

 은채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손을 뻗어 내 목 뒤를 감아 끌어당긴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이제... 움직여도 돼...요...”

 

 허리를 뒤로 뺐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흐읏...!”

 

 그녀의 안은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웠다.

 주름 하나하나를 느끼며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빠르게 움직였다간 내가 곧바로 싸버릴지도 몰랐다.

 익숙해지기 위해, 천천히 허릿짓을 했다.

 은채도 내게 맞춰 허리를 조금씩 흔들었다.

 상체를 그녀에게 완전히 밀착했기에,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쭈우...붑... 쭈우...붑...

 

 그녀의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액과 부딪치는 마찰음이 야하게 들렸다.

 아랫도리에 힘을 빳빳이 주고, 용기 내 속도를 내어본다.

 

쩍... 찌걱...

 

 “핫...! 하앙...! 하앗...!”

 

 은채가 귀에 대고 위태로운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작은 숨결이 귓불을 간지럽혔다.

 

 잠시 녹음실 안에는 사랑의 행위를 나누는 소리와 나와 은채의 신음만 울려 퍼졌다.

 사정감이 몰려올 때마다 아쉬운 마음에 허리를 멈췄다.

 그럼 은채가 내 귓불과 목을 핥았다.

 힘을 얻고 다시 허릿짓을 힘차게 하면, 그녀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소리 냈다.

 

 “항...! 하앗...! 흐읏...! 선...배...! 흐앗...!”

 

 지금 나는 은채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할 수 있는 최고의 행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벅찬 감동이 몰려왔다.

 뱃속 깊이서부터 뜨거운 감정이 목으로 흘러나왔다.

 

 “사랑해...”

 

 허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하앗...!”

 

 “사랑해...!”

 

 그녀의 몸이 흔들릴 정도로, 허리를 움직여 속에 나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입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천박한 사랑 고백을 계속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앙...! 항...! 하앗...! 흐앗...!”

 

 끊임없이 내뱉고도 부족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안에서 터져 나온 달콤한 숨결이 입으로 전해졌다.

 

 “너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채에게 묻는다.

 나는 이렇게나 너를 사랑한다고.

 너의 마음도 그렇냐고 물었다.

 

 “흐읏...”

 

 내 눈을 똑바로 보던 은채가 눈을 피했다.

 그리고 기어들어 가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꼭... 말해야... 알아요...?”

 

 그녀를 끌어안았다.

 으스러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사라졌다.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도망치지 못하도록, 허리와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은채도 팔을 뻗어 내 등 뒤로 깍지를 끼며 화답했다.

 

퍽...! 퍽...! 퍽...!

 

 더욱 격해진 허릿짓.

 나는 난폭하고 거칠게 그녀를 다뤘다.

 절벽 위에 피어난 꽃을 따 마음대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앗...! 핫...! 하앗...! 조...금... 살살...!”

 

 그녀의 고통 섞인 신음은 오히려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내 허릿짓은 점점 더 속도가 더해졌고, 그녀의 신음도 그에 따라 더욱 경박해졌다.

 

 “핫! 학! 앙! 하앗...!”

 

 사정감이 몰려오며 등 뒤가 오싹해졌다.

 나는 은채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도 무언가 갈구하는 표정으로 입을 살짝 벌리며, 나를 바라봤다.

 

 “윽...!”

 

 순간 아랫도리가 부풀었고, 나는 그대로 그녀의 안에 가득 쏟아냈다.

 

 “아아앗...! 하...! 흐으...! 흣...!”

 

 그녀도 허리를 튕기듯이 들어 올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하나로 이어진 우리 둘은, 정말로 한 몸이 된 것처럼 한참 동안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던 쾌감이 스쳐 지나가자, 몸에서 온 힘이 빠졌다.

 그녀의 아래에서 자지를 천천히 빼냈다.

 잔뜩 부풀어 오른 콘돔 밑으로, 내 자지로 막혀있던 그녀의 안에서 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하...”

 

 한숨을 쉬며 그녀의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리고 빠르게 뛰는 숨을 골랐다.

 

 “하앗...! 학...!”

 

 은채도 팔로 눈을 가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서로의 호흡이 잦아들자, 빗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녹음실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팔을 뻗어 은채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앗...”

 

 놀랐는지 은채가 작게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얌전히, 내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선배...”

 

 은채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왜?”

 

 “선배는 역시 변태가 맞아요.”

 

 “뭐?”

 

 나를 올려다보는 은채의 얼굴엔 홍조가 채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평소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돌아와 있었다.

 

 “사람이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그건...”

 

 어찌 됐든 아무도 안 들어왔으니 다행인 것이 아닐까.

 

 “걱정 마요. 들어오면서 녹음실 잠갔거든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입만 뻐끔거리는 나를 보며 은채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슴에 집착하는 남자는 변태래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말을 더듬으며 항변하자, 은채가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선 산뜻한 레몬 향기가 났다.

 한참을 웃던 그녀는 팔을 뻗어 나를 안고 어리광부리듯 더욱 파고들었다.

 그리고 살짝 나를 올려다보며 작게 말했다.

 

 “변태라도 괜찮아요.”

 

 난 얼굴이 벌게져 재빨리 눈을 피했다.

 

 “선배 얼굴 또 빨개졌다.”

 

 은채의 손가락이 내 볼을 쿡 찔렀다.

 그리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다음 주 축제 때 같이 다닐래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후배의 볼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좋아.”

 

 은채는,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