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영화관은 한산하다.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들이 퇴근하기 전, 애매하게 끼인 오후라면 더욱 그렇다. 이 시간대에 영화관에 있는 건 한가한 백수나 대학생 정도겠지.

 

나는 후자였다.

 

오늘은 데이트라 귀한 공강임에도 시간을 비워 영화관을 찾아왔다.

 

오랜만에 집 밖에서 하는 데이트였다.

 

멍하니 기둥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고개를 들자 덤덤한 표정의 그녀가 브이를 내밀고 있었다.

 

나 강림.”

 

검지와 중지가 가위를 흉내 내듯 싹둑싹둑 움직인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가락 집게 사이로 내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

 

검지가 손가락 집게에 잡혔다.

 

잡혔네.”

만약 내 손이 집게였다면 백퍼 잘렸음.”

설사 그러더라도 안 자를 거잖아?”

그건 그럼. 우린 연인이니까.”

 

그녀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어떰?”

 

그녀가 제자리서 한 바퀴 돌더니 귀여운 자세를 잡는다.

 

자기 패션을 봐달라는 뜻이었다.

 

둥근 느낌을 주는 베이지색 양털 코트 아래 철저히 내 취향을 저격하는 폴라 스웨터가 골반 아래까지 내려온다. 놀랍게도 하의 실종 패션이었다.

 

무심코 시선이 절대영역에 고정되자 그녀가 게슴츠레 스웨터를 아래로 잡아당긴다.

 

자기, 시선 너무 노골적.”

미안.”

괜춘. 자기는 잘못 없음. 전부 이 몸이 너무 세쿠시해서 그래.”

 

구태여 섹시를 세쿠시라 발음하는 걸 보니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도 본 모양이다.

 

그녀가 연신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강조한다. 속이 비치지 않는 짙은 검정색 스타킹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흑백 스니커즈로 포인트를 주니 섹시하면서도 귀엽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매력적이어도 나는 티를 내지 않았다.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아래로 당기며 그녀의 손을 맞잡는다.

 

차갑네.”

지금 바깥 영하 7. 리얼 짱추움.”

그렇게 추운데 장갑은 왜 안 꼈어?”

 

그녀가 내 쪽으로 폴짝 뛰었다.

 

양팔이 서로 교차하자 손이 자연스럽게 깍지를 낀다.

 

그녀가 내 팔에 기대 고개를 치켜든다.

 

인간 손난로.”

 

나는 파안하며 그녀와 함께 매표소로 향했다.

 

팝콘이랑 음료 먹을래?”

. 이거 먹으면 배불러서 저녁 못 먹음.”

그럼 아이스티에 프레첼 하나 시켜서 같이 나누어 먹을까?”

오키도키.”

 

그녀가 나이스한 초이스라며 반대쪽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운다.

 

나는 실없이 웃으며 깍지를 낀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둥그런 금속의 감촉을 만끽했다.

 

자기, 손짓이 음란하게 느껴지는 건 내 착각?”

오햅니다.”

 

우리는 치즈맛 프레첼과 아이스티 큰 잔을 시킨 뒤 상영관 안으로 입장했다.

 

! 커플석!”

 

상영관 맨 뒤에 있는 커플석을 발견한 그녀가 커플석 한가운데로 몸을 날렸다.

 

근데 생각보다 별로 안 푹신함.”

비싼 데 아니면 다 그래.”

근데 왜 우리밖에 없음? 혹시 이 영화, 희대의 망작?”

아니거든. 그냥 상영관에 걸린 지 오래돼서 그래. 볼 사람은 이미 다 봤을걸.”

 

이번 주가 지나면 아마 상영관에서도 내려갈 것이다.

 

상영관이 유독 작은 것도 그 탓이다.

 

별로 푹신하지도 않은 커플석에서 통통 엉덩이를 들썩이던 그녀가 내 말에 멈칫한다.

 

그럼, 이거 각임!?”

 

그녀의 표정이 돌변한다.

 

뽀얗게 상기된 얼굴, 기대에 찬 초롱초롱한 눈동자, 마지막으로 동그라미를 만든 손가락을 쿡쿡 찌르는 고약한 손놀림까지.

 

나는 그녀의 머리를 툭툭 거칠게 쓰다듬었다.

 

안 돼. 그럼 우리 이 영화관 다신 못 오잖아.”

시무룩.”

 

입으로 시무룩 소리를 내는 여자는 아마 얘밖에 없을 거다.

 

물론 영화관에서 남녀가 그러는 게 로망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나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하지만 미풍양속을 지키는 모범 시민으로서 차마 공공장소에서는 못하겠다.

 

게다가 여기서 쫓겨나면 앞으로 영화 보기 힘들어지잖아.’

 

다른 영화관에 가려면 버스 타고 20분을 더 가야 한다.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그녀는 여전히 불만인 듯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잡아당겨 내 무릎 사이에 앉혔다.

 

대신 이렇게 볼 순 있는데. 어때?”

오오.”

 

등받이가 꽤 깊어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도 주변 시선을 걱정할 필요 없이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그녀도 거리낌 없이 등을 기댔다. 머리에서 사과향이 난다.

 

.”

 

조심스레 그녀 골반에 교차해서 걸쳐 있던 팔을 끌어올린다.

 

팔뚝 위로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닿았다.

 

그녀가 고갤 뒤로 젖혀 나를 쳐다본다.

 

거짓말쟁이. 하면 안 된다면서.”

안 할 건데?”

 

여기선 조금 뻔뻔하게 나가자.

 

다소 후줄근한 목티를 내리자 뽀얀 목덜미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 흔적이 가득한 목덜미를 앞니로 잘근 깨물자 그녀가 읏, 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자기 혹시 발정 났음?”

아니. 발기도 안 했잖아.”

그러네!”

 

엉덩이를 압박하는 내 똘똘이가 평소와 다르게 축 처져 있자 그녀가 놀랐다.

 

영락없이 발정이 난 줄 알았다고.

 

내가 넌 줄 알아?”

뿌뿌. 본인은 발정한 게 아니라 자기 냄새에 흥분한 것임.”

그게 그거지.”

 

믿음이 부족한 그녀를 훈계하고자 엄지를 들었다 내리길 반복한다.

 

밑가슴이 엄지를 따라서 쭉 밀려 올라가다가, 엄지를 내리자 다시 출렁이며 내려온다.

 

뭉클한 감촉이 어딘가 익숙하다. 나는 확인차 아예 그냥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너 브라 안 했구나?”

선견지명.”

 

우리 모두 숨죽여 큭큭 웃었다.

 

잠시 후 광고가 시작되고, 관람객이 추가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다른 상영관에 비해 많이 작아 사소한 장난도 남에게 들릴 수 있어 우리는 얌전히 영화나 시청했다.

 

재밌었어?”

세쿠시.”

 

영화가 끝나고 그녀가 영화 속 주인공이 적을 꼬실 때 보인 뇌쇄적인 포즈를 따라 했다.

 

주인공이 여자 스파이답게 섹시하긴 했지.

 

근데 넌 키가 작아서 안 어울린다.”

.”

 

그녀가 볼을 부풀리며 쿵쾅쿵쾅 걸어간다.

 

빨리 안 달래면 오늘 데이트가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대신 귀엽잖아.”

카와이?”

. 존나게 카와이.”

흠흠.”

 

목을 가다듬은 그녀가 이번만 봐준다며 가슴을 쭉 펴고 왼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뜻이다.

 

우린 손잡고 아래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근데 화장실 안 들렀다 가도 돼?”

.”

 

다시 그녀를 안고 호다닥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뛰어 올라갔다.

 

저녁은 마라탕이었다.

 

맵찔이인 나와 다르게 그녀는 매운 걸 엄청나게 좋아했다. 순한맛을 고른 나와 달리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일 매운맛을 골랐다.

 

진매와 진순 중에서도 진순을 고르는 내게는 너무 무서운 입맛이다.

 

안 매워?”

 

내 질문에 그녀가 입 주위를 새빨갛게 물들인 채 게슴츠레 쳐다본다.

 

?”

 

그녀가 대답 대신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입가에 가까이 댔다.

 

명백히 특정 행위를 연상케 하는 자세였다.

 

그녀가 물었다.

 

이대로 빨면 어케 됨?”

누나 나 죽어.”

아하하하하핳!”

 

그녀가 자지러진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짠데. 그랬다간 고추가 뜨거워 뒤진다.

 

식후 카페는 거절당했다.

 

마라탕 때문에 혀가 얼얼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혀가 얼얼해질 때까지 매운맛을 먹어야만 했던 걸까?

 

대신 그녀는 다음 데이트 장소로 보드게임 카페를 추천했다.

 

보드게임 자신 있음?”

못하진 않지?”

 

내가 수락하기 싫어할까 봐 도발까지 거는 그녀였다.

 

이래 보여도 심리전은 꽤 자신 있다.

 

그런데 고작 둘인데 보드게임이 재밌으려나?

 

혹시 몰라 미리 스마트폰으로 즐길 게임을 검색해가며 그녀의 안내를 따랐다.

 

보드게임 카페는 무척 컸다.

 

그리고 비쌌다.

 

인당 3만원?”

 

피시방으로 치면 온종일 놀 수 있고 만화카페로 가도 종일 놀고먹을 수 있는 비용이다.

 

요컨대 내 기준으로 모텔 대실이 차라리 더 나아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간식이랑 음료 무제한. 방음도 철저. 시간제한 무려 5시간.”

 

그녀가 손을 활짝 펼쳤다.

 

방음은 뭐야?”

여긴 전부 룸 형식. 칸막이가 아니라 진짜 룸.”

 

요즘 보드게임 카페는 방음까지 되는 룸 형식으로 운영되는구나.

 

처음 알았다.

 

나는 계산하기 전에 먼저 시간을 확인했다.

 

19시 20.

 

여기 몇 시까지 하는데?”

“24시간!”

 

아무래도 오늘 집에 들어가긴 그른 모양이다.

 

흐흥~”

 

복도를 지나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따라 들어간 곳은 고시텔을 연상케 하는 2인실이었다.

 

말이 2인실이지 둘이서 나란히 누우면 꽉 찼다.

 

근데 있을 건 또 다 있다. 벽걸이 티비와 쿠션, 그리고 담요라던가.

 

여기 엄청 쿠션 푹신푹신함.”

 

외투도 안 벗은 그녀가 바닥에 널려 있던 쿠션 위로 몸을 던졌다.

 

나는 벽을 똑똑 두들겼다.

 

여기 방음 잘 되는 거 맞아?”

아마도?”

 

쿠션을 품에 안은 그녀가 고개를 기울인다.

 

소개한 사람이 모르면 어떡해.”

예전에 옆방 커플, 짙은 냄새 났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림. 확실함.”

 

룸도 일부러 그 커플이 사용한 방을 골랐다며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

 

쓸데없이 철두철미하다.

 

나는 습관적으로 티비를 켜고 그녀의 외투를 벗겼다.

 

만세.”

만세!”

 

외투가 천하장사 소시지처럼 스르륵 벗겨진다.

 

자유로워진 그녀가 폴짝 일어선다.

 

게임은 내가!”

그럼 나는 먹을 거. 달달한 거 위주로?”

마카롱 많이!”

 

외투를 옷걸이에 걸고 룸을 나온다. 들어올 때와 반대 방향으로 복도를 따라 걸으니 뷔페처럼 차려진 공간이 나타났다. 나 말고도 제법 많은 사람이 보였다.

 

대부분 남녀가 짝을 지은 커플이거나, 동성끼리 놀러 온 듯하다.

 

남자끼리 온 경우는 거의 없나보네.’

 

재밌는데. 남자끼리 보드카페 가는거.

 

일단 그녀 요구대로 마카롱을 최대한 많이 챙겼다.

 

뷔페식이 으레 그렇듯 뚱카롱은 아니었다.

 

나 왔… 뭐해?”

요기!”

 

룸으로 돌아오니 그녀가 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웬 카드를 턱과 가슴 사이에 끼운 채 왼손은 전화를 받는 것처럼 새끼손가락을 아래로 향한다.

 

마카롱과 음료를 담은 쟁반을 내려놓고 그녀 앞에 놓인 카드 뭉치에 다가간다.

 

그게 가져온 게임이야?”

!”

 

설명서를 보니 카드를 뽑아 카드에 적힌 지시를 따라 하면 되는 게임이다. 지시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턴이 지나면 지날수록 따를 지시가 늘어나고 동작도 괴상해지는데. 자세를 더 유지 못하게 된다면 패배한다.

 

둘이서 하면 너무 어렵지 않나, 이거?”

 

여러 명이 해야지 재밌을 거 같은데 구태여 이걸 챙긴 걸 보아하니 뭔가 꾀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룰 추가야!”

룰 추가?”

녹색 카드는 본인이. 주황색 카드는 공동 수행하는 거야!”

, 어떻게?”

 

그녀가 예시를 보여주겠다며 카드 하나를 뽑았다.

 

주황색 카드였다.

 

이 카드는 두 손가락 사이에 있어야 합니다.’

 

공동 수행.”

 

그녀가 왼손을 뻗어 내 손과 합장했다.

 

우리 손가락 사이에는 방금 뽑은 카드가 한 장 끼워져 있었다.

 

그녀가 다음 카드를 뽑았다.

 

녹색 카드였다.

 

손가락 하나는 코에 닿아있어야 합니다.’

 

그녀가 신체를 바짝 당겨왔다.

 

, 어어?”

 

콧김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그녀가 서로 합장하고 있던 우리 손을 쭉 당겨와 자기 코를 매만졌다.

 

굳이 오른손은 내버려 두고 왼손으로 이러는 이유가 뭐야?”

오른손으로 하면 카드 뽑을 때마다 온몸을 구부려야 함.”

 

생각보다 합리적인 이유였다.

 

이번엔 자기 차례.”

, .”

 

녹색 카드.

 

오른쪽 손바닥은 아래를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당황했다.

 

지금 오른손은 사실상 그녀에게 붙잡혀 있었다.

 

이걸 내려 말아?

 

조심스레 오른손을 밀어서 그녀의 왼손을 아래로 내려 본다.

 

생각보다 별다른 저항 없이 수월히 내려갔다.

 

이쪽이 두 번 했으니까 자기도 두 번.”

알았어.”

 

카드를 한 장 더 뽑았다. 녹색 카드였다.

 

한쪽 귀는 어깨와 닿아있어야 합니다.’

 

일단 카드에 적힌 그림을 따라서 오른쪽 어깨를 올려 귀와 맞닿게 했다.

 

생각보다 쉬운데?”

 

어쩐지 그녀가 불만스럽게 카드 뭉치를 노려본다.

 

다음.”

 

그녀가 뽑은 카드도 녹색이었다.

 

왼쪽 팔꿈치는 어깨보다 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녀가 카드를 던졌다.

 

나 안 해!”

설마 했던 패배 선언!?”

 

그녀가 징징거리며 양다리로 내 허리를 감아 매미처럼 달라붙었다.

 

녹색 카드가 나오면 안 되는데!”

 

주홍색 카드가 많이 나와서 서로 어쩔 수 없이 붙게 되는 상황을 원했다며 그녀가 훌쩍였다.

 

나는 아기처럼 떼쓰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한 판 더 해볼래?”

으응. 그냥 이대로 있고 싶음.”

 

그녀의 양팔이 겨드랑이 밑을 스치고 지나가 등을 감싼다.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이 내 코를 간질였다.

 

포근하다.

 

.”

 

서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공허한 텔레비전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있기를 수 분.

 

이대로 잠들어도 좋겠다 느낄 즈음, 그녀가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넌지시 물었다.

 

할래?”

 

그녀가 눈을 치뜬 채 물어온다.

 

하지만 여전히 모텔도 아닌 곳에서 한다는 게 미약한 저항감을 불러일으켰다.

 

괜찮음.”

 

그녀가 뒤로 드러누워 벽걸이 티비 아래, 작은 상자를 가리킨다. 안에는 리모콘을 비롯한 셋톱박스가 들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웬 비타민을 연상케 하는 포장지까지.

 

전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진짜 해도 되는 건가?”

?”

 

저런 소리까지 듣고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아니지.

 

나는 그녀를 바닥에 밀쳐낸 뒤 손목을 붙들었다.

 

다행히 바닥엔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서 그녀가 아파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옴짝달싹 못하게 된 그녀의 귓가에 음흉하게 속삭였다.

 

다섯 시간 동안 버틸 수 있겠어?”

베에.”

 

어디 할 테면 해보라는 듯 그녀가 혀를 샐쭉 내밀었다.

 

나는 기대에 부응하듯 내 허리를 감싸던 다리까지 둘러업었다. 그녀를 나와 벽 사이에 끼운 뒤 압박하듯 오금을 위로 당기니 스타킹에 가려진 가랑이가 적나라하게 비친다.

 

팬티스타킹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리본 달린 팬티를 검지가 조심스럽게 매만진다.

 

진짜 하의 실종이었네.”

나 꼴려?”

 

발칙한 질문에는 행동으로 답해라.

 

한쪽 다리를 풀어주는 대신 반대쪽 다리는 여전히 내 팔에 걸치게 한다.

 

평소 자랑스럽게 떠들던 유연함이 이번엔 단점으로 작용하게끔 팔을 위로 슥 당긴다

 

하읏!”

 

자세가 무너질 뻔한 그녀가 당황하며 뒤꿈치를 들고 양팔을 뻗어 내 목을 쌌다.

 

포근함만을 느끼던 전과 다르게 이번엔 풍만한 가슴이 나를 압박하는 걸 제대로 느꼈다.

 

놀랐어?”

 

기분 좋은 압박감에 상체를 좀 더 눌러 가슴을 반죽처럼 찌부러뜨린다.

 

자기, 나 이 자세 불편해.”

그래? 우연이네. 사실 나도 그런데.”

 

침대가 있었다면 일단 그녀를 침대에 던지고 시작했을 거다.

 

나는 그녀에게 조금만 더 참으라며 쪽 입술을 훔쳤다.

 

므으.”

 

평소에 이렇게 몇 번씩 키스해주면 안달이 나서 내 머리를 붙잡고 입술 박치기를 했는데. 오늘은 어쩐지 입술을 내민 채 다가오진 않고 쀼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래? 오줌 마려워?”

발에 쥐 날 거 같음.”

 

생각보다 귀여운 이유였다.

 

나는 쿡쿡 웃으며 이번엔 드물게 먼저 입을 진하게 맞췄다.

 

하음.”

 

입술을 문대며 혀를 집어넣자 치아가 자동문처럼 열린다. 이윽고 남친을 자취방에 초대한 여친처럼 그녀의 혀가 마중 나와 살며시 나를 반긴다.

 

나는 그녀의 혀를 지나치고 치아를 훑었다.

 

우움?”

 

다리를 놓아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조금 더 편하게 입 안을 탐한다.

 

나는 애타게 자꾸만 내 혀에 얽혀오는 그녀를 떨쳐내며 입 구석구석을 훑고 핥았다.

 

마치 의처증에 걸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자취방을 검사하는 것처럼.

 

다행히 구강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어디를 자극하면 침샘이 쏟아지는지, 또 어디를 자극하면 그녀가 움찔하며 헛구역질하는지.

 

모든 것이 내 기억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는 그녀가 기특해 버려진 강아지 마냥 초롱초롱 쳐다보는 그녀를 받아들이며 타액을 교환했다.

 

고대하던 키스가 성사되자 그녀의 신체가 쾌감에 부르르 떤다.

 

흐읍. 흐으응.”

 

장난스럽게 왼손으로 예민한 옆구리와 등허리를 건드리며 오랜 교육에 맞춰 반응하는 그녀를 만끽한다.

 

그녀라는 산을 정복하는 위대한 탐험가, 왼손의 마지막 종착지는 엉덩이였다. 자꾸만 만지고 싶은 기묘한 스타킹의 촉감을 만끽하며 나는 그녀의 둔부를 꽉 움켜쥐었다.

 

하으으!”

 

깜짝 놀란 듯이 움찔하는 그녀.

 

간신히 내 집으로 끌어들인 혀가 다시 새침하게 되돌아갔다. 나는 공든 탑을 무너뜨린 그녀를 징벌하듯 오른팔을 좀 더 위로 잡아당겼다.

 

흐급.”

 

몽롱하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제아무리 신체가 유연한 그녀도 사전에 몸을 풀지 않고 남의 강요로 강제되는 자세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해야 했다.

 

나는 그녀가 고통을 잊을 수 있게끔 다시 한번 혀를 끌어당겼다.

 

앞니 사이로 파고든 혀를 잘근잘근 씹어주며 스읍, 하고 빨아들인다. 건방지게 내 구강을 훑으려는 혀를 꼭 붙든 채 내 혀로 덮듯이 감싸자 그녀도 적극적으로 내게 혀를 얽혀왔다.

 

한창 키스하는 와중에, 왼손은 그녀의 스웨터를 가슴께까지 걷어 올린다. 브라를 차지 않았음에도 모양을 잃지 않고 탄력 있는 가슴을 주무른다.

 

가슴을 가슴으로 짓누르는 자세라 그리 편치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한 모양이다.

 

흐으흥~.”

 

머리 위로는 키스를, 그 아래로는 가슴을 애무하고, 다리는 무릎을 들어 올려 그녀의 비부를 쿡쿡 건드린다.

 

으읍!”

 

자세 때문에 미숙한 애무에도 그녀는 남자가 흥분하기 충분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숨이 가빠지고, 손이 뻐근하며, 바지에 애액이 스며든다.

 

무릎은 내려가고, 손은 그녀의 후두부를, 코는 숨조차 멈춘 채 키스에 집중한다.

 

대체 몇 번인지 모를 서로의 타액을 주고받으며 간신히 입술을 떼어낸다

 

푸하아아! .”

하아. 하아.”

 

부족한 숨을 몰아쉬면서 거칠게 들썩인 탓일까?

 

우리를 이어주던 침은 1초도 못 버티고 아래로 축 늘어지며 툭 끊겼다.

 

조심스레 입을 뻐금거리던 그녀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쉬워?”

으응.”

 

그녀가 고개를 내젓는다.

 

별로 안 아쉬움.”

 

어차피 또 할 테니까.

 

옅게 상기된 볼 바로 위에서 촉촉한 눈망울이 애타는 듯이 내 얼굴을 가득 담아낸다.

 

기특한 말을 해준 그녀에게 칭찬의 의미로 다시 한번 입을 맞춘다.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준 뒤, 조심스레 그녀의 사타구니를 검지로 살살 긁었다. 팬티스타킹 특유의 감촉을 만끽하며 속옷의 차가운 부분을 찾아 꾹꾹 누르자 애액 특유의 미끈거리는 감촉이 팬티로 모자라 스타킹에까지 스며든다.

 

얼마나 젖었어?”

흐읏!”

 

그녀의 귓가에 살며시 속삭이니 짧은 신음성이 터져 나온다.

 

손가락으로 자극하는 걸 멈추고 아예 손바닥으로 가랑이를 꾹 누른 뒤 거칠게 비볐다.

 

처음엔 피부와 면이 스치는 소리만 났으나 점점 속도를 높이니 애액이 점차 더 많이 흘러나와 찰박이는 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으읏!”

 

아래가 보이지 않는 그녀는 갑작스런 자극에 깜짝 놀랐다.

 

자극은 멈추는 법 없이 계속해서 그녀의 쾌감을 에스컬레이트해갔다.

 

은근한 시선을 보내던 눈망울이 귀엽게 동그래지고, 끝내 귀를 찌르는 하이톤의 신음을 토해낸다.

 

줄곧 까치발로 버티던 오른발이 끝내 무너졌다.

 

목을 두르던 손이 풀려, 갈 길을 잃은 손이 허둥지둥 내 어깨를 붙잡는다.

 

하으. 하으.”

 

간신히 쓰러지는 상황을 면한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애타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한다.

 

보다 큰 쾌감을 원해.’

 

그녀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 듯 보였다.

 

나는 기대에 부응하고자 부욱, 하고 스타킹을 찢어버렸다. 속이 잘 인 비치던 스타킹을 찢어내자 새하얀 바탕에 검은 리본이 달린 팬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팬티는 내가 손바닥으로 비벼서 그런지 면적 대부분이 젖어 있었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대보자 끈적하면서도 미끈거리는 상반된 감촉이 손끝에 잔류한다.

 

슬쩍 핥아보니 역시나 맛은 별로였다.

 

손에 묻은 애액을 스타킹에 대충 닦아낸 뒤 팬티를 옆으로 젖힌다.

 

대음순.

 

하얀 팬티에 뒤처지지 않는 뽀얀 피부가 위아래로 들썩이는 그녀를 따라 꿈틀댄다.

 

나는 그토록 자극했는데도 수줍게 틈새에 숨은 음핵을 끄집어냈다.

 

햐응! , 예고는 하고.”

아까 조금 비빈 걸로 자극됐나 보네.”

 

마치 어릴 적 학창 시절 지우개똥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음핵을 살살 문지르다 한쪽 다리가 벌려져 있어 어설프게 닫힌 대음순을 쭉 누르며 옆으로 밀어낸다.

 

그러자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막힌 둑이 뚫린 것처럼 살며시 흘러나오던 애액이 손을 타고 주르륵 쏟아졌다.

 

뭐야, 벌써 한 번 갔었어?”

, 다름! 이건 간 게 아님! 아무튼 아님!”

 

그녀가 당황하며 고개를 허둥지둥 흔든다.

 

피식 웃으며 그녀의 입에 애액 범벅이 된 손을 먹였다.

 

하웁?”

네 애액이니까 다 빨아줘. 너무 많이 묻어서 스타킹에 다 안 닦여.”

우으우으움!”

 

자신은 손수건이 아니라며 그녀가 항의한다.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내 손을 핥아 애액을 닦아내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별다른 애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애액이 흥건하다는 건 그녀가 그만큼 나와 함께 있는 상황에 흥분했다는 뜻이다.

 

남자로서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다리를 마저 내렸다.

 

지퍼 내려줄 수 있어?”

입으로?”

입으로.”

 

바지 지퍼를 내리는 건 무조건 입으로.

 

옛날부터 줄곧 지켜온 우리 둘만의 약속이었다. 그녀도 그게 더 꼴린다며 입으로 지퍼 내리기의 효능에 대해 긍정했다.

 

무릎을 꿇은 그녀가 지퍼를 입에 물고 눈을 치뜬 채 내게 허락을 갈구한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도 좋아.”

 

지이익 소리와 함께 지퍼가 내려간다.

 

그녀는 능숙하게 걸쇠를 이빨로 당겨서 풀어낸 후 내 청바지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남자의 정욕을 감추던 껍질이 한 꺼풀 벗겨지자 사각팬티를 뚫고 나올 기세인 자지가 보였다.

 

내 팬티도 그녀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한참 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쿠퍼액이 귀두 끝에 닿은 부위를 적셨다.

 

그녀가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자지가 껄떡댄다.

 

자기, 너무 흉악해.”

너 때문이잖아.”

에헤헤.”

 

그녀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혀를 내민다.

 

앙증맞은 혓바닥이 사각팬티 사이를 파고들어 끝끝내 통풍구 밖으로 자지를 끄집어냈다.

 

아우으으. 뜨거어.”

 

마침내 해방된 불방망이가 그녀의 콧대를 내리친다.

 

당장이라도 안에 담긴 정자를 토해내고 싶은지 자지가 불끈거리며 쾌감을 갈구한다. 흥분으로 인한 두근거림이 자지를 흐르는 혈관의 맥박처럼 느껴졌다.

 

마치 철을 담금질하는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자지를 서늘하고 조그만 양손이 감싼다. 하지만 내 자지는 전혀 식혀지지 않았고, 되레 흥분으로 더욱더 거세게 불타올랐다.

 

으읏.”

 

불끈거리는 자지를 매만지던 그녀가 자지를 볼에 맞댄다.

 

귀두가 보드란 볼을 꾸욱 누른다.

 

좆난로.”

.”

 

그녀가 까르르 웃었다.

 

어떻게 해줘?”

입으로.”

 

바보처럼 똑같은 답변 일변도에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열심히 위아래로 훑던 기둥을 살짝 아래로 잡아당겼다.

 

하웁.”

 

체리 같은 입술이 조심스레 귀두 끄트머리를 머금었다.

 

!”

 

귀두 끝에 닿은 앞니에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흐응,”

 

자신을 믿지 못한 거냐며 그녀가 나를 흘긴다.

 

, 이건 생리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거야!”

 

생식기를 잃어선 안 된다는, 생물로서 본능적인 영역이다.

 

그으래?”

 

그녀는 내 변명에도 뚱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입을 크게 벌려 자지를 쑥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으허헉!”

 

나도 모르게 꼴사나운 목소리를 내버렸다.

 

처음엔 그녀의 숨결과 타액으로부터 느껴지는 차가움에 등골이 찌릿찌릿 차올랐다.

 

다음엔 입술이 닫히고, 오돌토돌한 혀가 본격적으로 자지를 휘감으며 축축하면서도 따뜻한 감각에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

 

, 젠장.

 

그녀는 능숙한 펠라로 잘난 체하며 나를 흘겨보더니 단숨에 자지를 목구멍 안까지 삼켰다.

 

다른 건 몰라도 입을 쓰는 건 세계 최고다.

 

당장이라도 힘이 풀려 쓰러질 것만 같은 다리. 나는 양팔을 벽에 기대 억지로 전신을 지탱했다. 그녀가 가만히 있으라며 손으로 내 허벅지를 찰싹였다.

 

자지를 뿌리까지 삼킨 상태로 치뜬 눈이 제법 무섭다.

 

, 미안.”

후움음우음.”

, 뭐라는지 전혀 모르겠어.”

 

답답한 듯 가슴을 툭툭 치던 그녀가 쭈왑, 하고 자지를 토해냈다.

 

당장이라도 쌀 것만 같았던 나는, 그녀가 만들어준 유예에 감사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지는 여전히 자신은 부족하다며 위를 향해 용솟음치고 있었다.

 

벽에 기대.”

 

나는 순순히 그녀의 명령을 따라 청바지와 속옷을 벗어 던지고 벽에 기대앉았다.

 

움직이면 안 돼?”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면서, 그녀가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귀두를 혀끝으로 쪽 핥는다.

 

단단히 발기해 꼿꼿하게 선 자지가 아프다.

 

그러니까 자지가 발기해서 아프면, 빨리 이를 사정시키면 그만이다.

 

자지가 작디작은 입 안으로 사라진다

 

마치 마술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꼬맹이 같은 생각은 질을 파고들 때 느껴지는 압박과는 차원이 다른, 공기를 흡입해 압착한 구강과 목구멍만이 선사할 수 있는 쾌감에 순식간에 지워졌다.

 

흐읍! 므읍!”

 

차마 숨기지 못한 천박한 소리가 그녀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온다.

 

우웁!”

 

어떻게든 코로 숨을 들이쉬며 옅은 신음을 흘린다.

 

본래라면 대부분 여성이 꺼릴 행위를,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하기 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는 내 자지를 닿는 한 끝까지 삼키고, 중간까지 뱉어낸 뒤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사랑하는 여성이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앉아, 무릎까지 꿇고 자지를 빨아준다.

 

기특함, 정복감, 애틋함, 그리고… 사고를 마비시킬 정도로 강렬한 쾌감.

 

가지각색의 감정이 가슴 안에서 들끓는다.

 

동시에 한계까지 치달은 사정감이 치밀었다.

 

, 싼다!”

 

내 외침을 들은 그녀가 왕복 운동을 멈추고 자지를 뿌리까지 삼킨다. 나는 반사적으로 허벅지를 안으로 조여 그녀가 벗어나지 못하도록 고정시켰다.

 

자지가 해방감을 느끼며 정액을 토해냈다. 격렬한 쾌감에 벽에 기댔던 허리가 튄다.

 

그런데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꿋꿋하게 내 내가 토해낸 정액을 전부 입 안으로 받아냈다. 그걸로 모자라 요도구에 남은 잔여물까지 쪽 빨아냈다.

 

크읏!”

 

사정감이 끝나자 자지를 토해낸 그녀가 고개를 치켜든다.

 

양손을 입가를 가리고, 전신을 부르르 떤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벌렸다.

 

뷔에에.”

 

누리끼리한 정액이 그녀의 아랫입술을 타고 손바닥 위로 흘러내린다.

 

그래.

 

펠라 후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었지.

 

입에는 아직도 혀를 가릴 정도로 정액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가 칭찬을 바라는 애틋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잘했어. 엄청 기분 좋았어.”

!”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정액을 꿀꺽 삼킨다.

 

손바닥에 남은 정액까지 남김없이 말끔히.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너무 빤히 바라본 걸까?

 

흐응, 나 꼴려?”

 

정액이 사라진 대신 침으로 범벅이 된 손을 고양이처럼 핥던 그녀가 게슴츠레 쳐다본다.

 

꼴리긴 꼴리는데.”

꼴리는데?”

오늘은 이제 키스 못하겠네.”

.”

 

그녀가 양볼을 부풀리며 내 가슴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별로 아프진 않았다.

 

아으, 턱이 뻐근해.”

누가 그렇게 무리해서 뿌리까지 삼키래.”

자기, 사랑이 식었어.”

 

장난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그녀를 매트 위로 눕힌다.

 

머리맡에 놓인 쿠션이 베개를 대신했다.

 

한다?”

들어와 줘.”

 

그녀의 다리를 위로 잡아당기고, 귀두를 대음순 사이에 묻는다. 푹 젖은 보지가 입구부터 미끈거린다.

 

나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홍수 났네. 홍수 났어.”

자기 못됐어.”

 

상체를 숙여 유독 예민한 그녀의 목덜미를 자근자근 깨문다.

 

햐응!”

 

그녀가 요염한 신음을 내며 상체를 비튼다.

 

그래서 싫어?”

… 에헤헤.”

얼굴만 봐도 알겠네.”

다 드러남?”

 

그녀가 헤실헤실 웃는다. 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나는 자지를 그대로 그녀의 보지에 삽입했다.

 

여성의 질 내부는 입과 다르게 치아에 긁힐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질은 좁다.

 

나는 과감하게 기분 좋은 흡착감을 느끼며 자지를 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감각만 따지면, 입보다도 더 축축했다.

 

물이 많은 탓이라 생각하며 길을 터놓고자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자지를 앞뒤로 왕복시킨다.

 

!”

 

거듭된 자극에 엉덩이가 당기고, 나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췄다.

 

사정의 전조였다.

 

가슴을 껴안은 그녀가 놀란다.

 

벌써? 자기, 설마 조루?”

아냐!”

 

방금 한 번 싸서 그냥 평소보다 조금 더 예민할 뿐이다.

 

아까는 각오하라고 하더니. 이 몸, 실망.”

아니라고!”

 

묘하게 사람을 깔보는 표정. 나는 발끈해서 허리를 크게 튕겼다.

 

히얏!”

진짜 각오해라?”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하고자 열심히 다른 생각을 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다른 생각 다른 생각!’

 

무아지경이 되어서 허리를 흔든다.

 

펠라가 남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쾌감이 더 컸다면, 이건 성감을 자극하는 순수함 그 자체인 쾌감이었다.

 

하응! 좋아! 자기, 최고야!”

 

땀을 흘리며 허리를 흔들면, 육체적인 쾌락과 동시에 정신적 쾌락을 충족시켜주는 그녀의 신음이 들린다.

 

나를 갈구하고, 나를 칭찬하고, 내게 매달리는 여자.

 

심장이 거칠게 뛴다.

 

그녀의 다리를 지탱하던 팔에서 힘이 풀리고, 내 팔은 어느덧 그녀를 세게 껴안고 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 방에서 껴안았던 것처럼, 그녀의 다리가 내 허리를 교차하듯 감싸고, 양팔이 겨드랑이를 지나쳐 등을 감싸 안는다.

 

속도가 빨라진다.

 

중간부터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 귀 바로 옆에서 앙앙 울리는 그녀의 신음과 살과 살이 찰박이며 내는 마찰음에 의지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무의식 덕분인지 평소라면 진작 참지 못하고 토해냈을 사정감을 견뎌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이다.

 

흐억!”

 

사정감이 밀려온다.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더는 못 참는다고.

 

나는 수컷의 본능을 따라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떨며 그녀의 안, 가장 깊숙한 곳에 자지를 꽂아 넣었다.

 

아차, 콘돔을!’

 

들리지 않는 비명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너무 늦었다.

 

시선이 옆으로 돌아간다.

 

기껏 찾은 콘돔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매트 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허리를 내빼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녀의 다리가 나를 억세게 구속하고 있었다.

 

하으.”

 

열기가 뒤섞인 뜨거운 들숨이 귓가를 간질인다.

 

몸에서 힘이 빠진다. 두 번의 사정이 나를 기분 좋은 무기력함에 빠뜨렸다. 나는 그대로 그녀를 안아베개처럼 껴안은 채 옆으로 자빠졌다.

 

운동, 더 해야 하나.”

설마 지친 거임?”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녀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 귓가에 속삭인다.

 

고작 두 번 싸면 끝이라니 한심해. 여친은 아직도 할 생각 만만인데 혼자 현자 타임 갖고. 여친도 만족 못 시키는 고자, 조루, ~~.”

 

메스가키, 라고 하던가.

 

분명 그런 명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유행하는 건방진 꼬맹이를, 그녀는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생각해보면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나 그녀에게 도발을 당했다.

 

전부 의도적이었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정수리를 부여잡았다.

 

엑윽!”

 

건방진 여친에겐 교육이 필요해 보였다.

 

풀이 죽어 느슨해졌던 틈새가 다시 메워진다.

 

정액이 흘러나와 매트 위를 적시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놓고 콘돔까지 가져다 놓은 녀석들이다.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대충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고도 내버려 둔 거겠지.

 

나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는 그녀의 증언을 믿고, 이곳 방음의 한계를 시험해보려 했다.

 

네가 선택한 섹스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벗어 던진 청바지의 벨트를 뽑는다.

 

?”

 

그녀의 양팔을 붙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손목은 이미 벨트에 꽁꽁 묶인 후였다.

 

정액과 애액이 서로 뒤섞여 윤활유가 되었는데도 그녀의 질 내부는 여전히 빽빽했다.

 

나는 있는 힘껏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각오는 됐겠지?”

, 저기 있잖아? 다 좋은데 손은 풀어주지 않을래? , 손이 자유롭지 않으면 조금 불편하고 불안하고 막 그런데.”

 

음슴체 컨셉이 사라지고 말이 길어진다.

 

요컨대, 그녀가 쫄린다는 뜻이다.

 

나를 속이기 위한 그녀의 계책일 수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나는 남자답게 이 분노를 그녀에게 풀어내기로 했다.


실로 불합리하다.

 

“3차전 가즈아아아!”

, 진짜 이러기야!? 나 다른 건 몰라도 진짜 BDSM은 조금 그런데에엣!”

순 마조면서 구라 치고 있네!”

꺄흥!”

 

그날, 나는 7번 연속 사정이란 대기록을 세우고 장렬히 전사했다.

 

훗날 역사에 새겨질, 뭔가 처절하면서도 치졸한  싸움이었다.

 

싸움의 승자는, 양자 합의 하에 비밀에 부쳐졌다.

 



아카라이브 기준 대충 15700자.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