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일(一), 온전하고 시작점인 것


시작을 사로잡고 나아가지 못했으니 결국에는 나아갔다


사로잡은 무기는 검이었고, 흘려낸 것은 피, 그리고 나아간 종착은


천(千)


어느 순간 고고히 내려다 보는 경지에 있을 때, 나는 천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스러져간 목숨의 무게인지, 담고 싶은 무게였는지 모르겠지만, 하나에서 시작하여 결국에는 천으로 종착점을 찍었다.


까마득한 저 세상의 만(萬)은 그저 속에 삼켜 천의 무게를 담아가는 자로 살아갔다.


"왔는가."


오늘은 또 어던 자가 도전하러 왔는가.


"몇 번이나 죽여도 다시 찾아 오다니, 대단하군"


또 그 자인가. 분명히, 조각조각 나뉘어 죽었을 게 분명할 터였는데.


"그렇다면, 다시 부딪혀 보자꾸나."


이제는 바스러져가는 검을 다시 쥐며, 피를 흘리며, 천의 무게를 담는다.


"일혈, 일검, 천멸."


흘리는 피에 광분을, 쥐어든 검에는 멸살을 담으며, 대적자에게 외친다.


"너는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천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줄 것인가.


"어디 한 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감당해 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