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숲에 저녁 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린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몰려가서 소멸했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 속으로 불려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에서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저 떠올랐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작가들은 보통 위의 문장처럼 쓰고 싶어하는데, 아래 문장이 위의 것보다 못 쓴 글이냐? 하면 아니라고 생각함.


문장 깎아내면서 한 호흡만에 독자 끌어들이는 기술도, 화려하게 써내리는 것만큼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봄.


굳이 비유하자면, 소조와 조각의 차이에 가깝지 않나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