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종류의 이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이곳, 지니어스 아카데미.


나는 그런 지니어스 아카데미의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극히 평범하다.


그런 말로밖에 자신을 설명할 수 없다.


나는 다른 이들처럼 엄청난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마른 하늘에 비가 내리게 할 수도 없고, 맨손에서 불을 뿜어낼 수도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도 없으며,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자신의 이능력은 지극히 쓸모없는 능력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숨죽여 학창시절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인지를 벗어난 괴물들을 상대로는 조용히 지내기만 해도 최선이었으니까 말이다.


혹여나 시비가 붙었다가 불덩이라도 맞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니 최대한 조용히 학창시절을 보낼 생각이었다.


누군가는 지나친 피해망상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나에게는 나름 진지한 이유였다.



“……참 더럽게 넓어.”



그렇게 미래설계를 마치고 맞이한 입학식 날.


나는 입학식이 진행되는 대강당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지니어스 아카데미는 별 희한한 이능력자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저마다의 능력을 가감없이 측정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는 충분한 크기로 설계되어 있었다.


그 탓에 나같은 길치가 길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자, 신입생 여러분! 지도 받아가세요!”



길을 걷다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완장을 차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소녀가 있었다.


팔에 차고 있는 학생회 완장을 보건데, 아무래도 윗학년의 선배처럼 보였다.


길을 잃고있던 찰나에 지도를 사양할 필요는 없다.


나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지도가 포함된 팸플릿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앞에 서있던 몇명의 학생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덧 내 차례가 다가왔다.


소녀는 웃는 얼굴로 나에게 팸플릿을 내밀었다.



“입학 축하해요, 후배님!”


“네.”



나는 그녀에게서 팸플릿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팸플릿을 건네는 소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허공에서 서로의 시선이 부딪혔다.


잠시간의 침묵.


그 직후 소녀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 앗. 죄송합니다!”


“…….”


“별 의도는 아니고, 그냥…….”



안색이 어두워진 소녀가 나에게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이능력이 발동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소녀에게 짧게 목례를 하고서 팸플릿을 챙겼다.



“감사합니다.”


“네, 네!”



팸플릿을 받은 내가 멀어지기 시작하자, 소녀의 안색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와 멀어지는 것으로 이능력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팸플릿을 펼쳤다.


상대를 후회시키는 능력이라니.


늘 생각하는거지만, 참으로 성가신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능력의 특성때문에, 나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도 변변한 친구가 없었다.


그야말로 저주받은 능력이었다.



“이런 능력, 없어지면 좋을텐데.”



불만을 토로하면서 템플릿을 펼쳐 강당의 위치를 확인해본다.


다행히 강당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나는 강당을 목표로 분주하게 다리를 움직였다.


아카데미의 넓이가 넓어서 그런 것일까.


열심히 걷다보니 조금씩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고질적인 운동부족이 만들어낸 문제였다.


사람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활동량 자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와서 내 체력은 저질체력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생각할수록 헛웃음이 나오는 이능력이었다.



“허…….”


“앞에, 앞에 조심해요!”



팸플릿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걷다보면, 갑작스럽게 큰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혹시나 자신을 부르는가 싶어 고개를 올려보았다.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나를 향해 곧장 달려오더니, 이내 정지를 포기하고 나무에 들이받는 것을 선택했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넘어진 소녀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넘어진 소녀의 무릎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아야…….”



사람을 돕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다친 사람을 상대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번 사고에 자신의 탓이 아예 없다고 하기도 뭐했다.


앞을 보지 않고 걸어갔던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나는 펼쳐놓았던 팸플릿을 접어 교복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넘어져있던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괜찮아?”


“아, 저기, 감사…….”



감사인사를 하면서 손을 뻗어오는 소녀였지만, 이내 내 얼굴을 마주하고는 안색이 뒤바뀌었다.


순식간에 어두워진 소녀는 내밀던 손을 뒤로 슬그머니 빼기 시작한다.


내 능력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해받기 참 좋은 상황이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빼던 소녀는 내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저, 저기… 혹시 다치셨나요?”


“아니.”


“아, 안다치셨군요. 그렇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앞을 더 잘봤어야되는데.”


“괜찮아. 다친데 없으니까. 무릎은 괜찮아?”



소녀의 시선이 자신의 무릎으로 향했다.


그 직후 소녀의 머리가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죄, 죄, 죄송합니다. 다쳐서 죄송합니다. 제가 자전거를 타지 말았어야 하는데…….”


“아니, 그럴 필요는 없잖아.”


“그러네요. 자전거는 잘못이 없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이 아카데미에 들어와서…….”


“……무슨 소리야, 대체.”


“아니에요. 제가 태어난게 잘못이겠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느새 자존감이 바닥을 찍은 소녀였다.


멀쩡한 사람을 망가뜨려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는 사이, 소녀는 제멋대로 폭주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눈에 거슬려서 죄송합니다. 뭐든 할테니 제발 용서해주세요.”


“……일어나라니까.”


“심기를 거슬러서 죄송합니다.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


“늦게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빨리 일어나겠…….”



하아. 다시 한차례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벌써 몇번째로 한숨을 쉬는지 모르겠다.


몇번이고 사람을 만나며 느끼는거지만, 이능력이란 정말 피곤한 능력이었다.


특히나 사람을 후회하게 만드는 능력은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