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통장 잔고 21만원, 연애경력 무.

유일한 이력은 커뮤니티의 모든 병신을 모아둔 마갤의 주딱이었다는 사실 뿐이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격렬하고 전위적인 딸딸이를 끝낸 나는

발작성 쇼크로 인해 하드디스크 파손도 마치지 못하고 사망했고,

이세계로 가게 되었다.






너무나도 인자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호호백발 할아버지.

그 정체는 나를 이곳으로 부른 신이라고 한다.

날아간 어이만큼이나 가벼워진 턱관절이 얼얼해질 정도로 내려가있는 동안

자칭 신이라는 작자는 묻지도 않은 얘기를 중얼중얼 해댄다.

각 종족과 차원들의 평화적 분쟁 해결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대화의 장이나

그것을 중재할 만한 인물이 없던 차에 내가 당첨된 거라고.

그쯤 돼서 돌아온 정신을 붙잡고 그냥 돌려보내주면 안되느냐, 했더니

돌아온 것은 뉴스 제목 한 줄이었다.

'30대 남성 A씨 격렬한 자위 끝에 고독사'

"돌아가겠나?"

"...아닙니다."

그렇게 나는 이세계 주딱이 되었다.






업무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끔찍한 머릿수를 무기삼아 유동대군세를 몰아치는 오크들은 코드장벽으로,

드래곤의 지혜를 빌려 어그로 제목을 쓰고 낚시하는 인간들은 파딱 징집으로,

기타 내 운영방식을 두고 항의하는 것들은 720일 차단이면 충분했다.

...가끔씩 날아드는 고래심줄같은 수염의 '드카스' 와 이를 보고도 '소아성애자 새끼들' 같은 댓글을 다는 엘프들은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렇게 '전일근무가능한유보수만능완장' 의 나날은 계속될 것만 같았다.

마왕의 딸이 용사와의 결혼 인증 사진을 올리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