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다행인 소식은
주인공으로 빙의했다는 것이고

한가지 불행한 소식은
주인공 보정이 개뿔 없는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몸보다 큰 머리의 소유자.
지금은 이 나라의 국왕이라고 했던가.
거인국 국왕, '알렉스 브로브딩내그 3세' 가 날 어깨에 태웠다.
흔들리는 인간 발판 위에서, 그래도 나름 이 광경에 익숙해진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왜 싸우는 거라고요?"
"말했잖는가 작은 친구.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네!"

거인의 덩치에 걸맞은
뇌성벽력 같은 웅장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을 최대한 억누르며 질문을 마저 했다.
그야 지금 두 손을 놓으면 이 거인의 어깨에서 떨어질 테니까.

"그러니까 반란의 이유가..."
"그야 나도 모르지! 자기들 권력에 내가 위험요소가 된다고 생각한 게 아니겠나!"
"... 저번에 세금 문제 때문인가."
"그럴 지도 모르겠군! 일단 지금은 그런 것보다!"

거인이 몸에 기합을 주었다.
깔끔한 자세.
일찍이 거인국의 누구보다 정교한 검이라고 불리던
달인의 자세이다.

그 달인의 검을 따라
언뜻 가스처럼 보일 샛노란 기운이 타고 올라갔다.
오러였다.

아무래도 왕은 진심으로 살육을 각오한 것 같았다.
나도 마음을 잡아야 했다.
스태프를 꺼냈다.
옛 은인이더라도 쓰러뜨려야 했다.
제 어깨에서 한숨 쉬는 나를 보고 왕은 피식 웃어보였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게. 혹시 아나? 생포에 성공할지."
"농담이 과하시군요. 오러까지 꺼내셔놓곤."
"어허, 이건 어디까지나 최선을 다하겠단 징표일 뿐이야. 가끔 보면 자넨 너무 날 확정 짓는 경향이 있네."

왕은 그리 말하며
오랫만에 내 이름을 불렀다.

소인국의 마법사라던가
여행자라던가
바닷사람이라던가 하는 별명이 아니라
진짜 이름을.











"가지. 걸리버. 지원 마법 부탁하겠네."
"예."



말하는 걸 잊었는데
이 소설, 원작에서 비틀린 지 좀 됐다.
그런 건 먼 옛적에 비틀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