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쪽으로 부드럽게 말려든 눈매, 길다란 속눈썹, 보일 듯 말 듯 자꾸 숨어버리는 금색 눈동자.


야심한 밤의 뒷골목에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나는 본능적으로 죽음을 직감했다.


화목한 부모님의 모습과 따뜻했던 추억, 그것들을 반추할 나의 초라한 무덤까지... 그녀의 손길이 주마등과 함께 다가왔다.


"...괜찮으신가유?"


"예?"


구미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지땀시 놀라신 거 같어서 워쪄유. 지가 초행이라 숙소도 몬찾구 헤메고 있는디 실례했구먼유."


보드라운 꼬리가 공중을 붕붕 휘젓는다. 일으켜주고 싶은 마음과 부끄러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손짓이 애처로웠다.


"역시 도시 사람들은 이런 촌년이 거북하시것쥬? 죄송해유... 살펴 가셔유."


서러움과 실망이 매달린 발걸음이 무겁게 돌아선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불러세웠다.


"자, 잠깐만요!"


"에? 부르셨나유?"


"같이 가드릴게요!"


척수반사로 튀어나가버린 말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다급하게 변명을 주워삼킬 변명을 짜내야만 했다.


"그... 밤이... 늦었으니까... 여자 혼자는 ...위험하니까 그..."


구미호는 눈물방울이 매달린 얼굴로 태양처럼 웃었다.


"감사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