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잔업을 끝내고 지친심신을 달래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빈자리없이 빼곡히 앉아있는 사람들을 곁눈질 하며


한칸 한칸 지하철칸을 지나가길 한참, 겨우 비어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누가 앉을새라 나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해서 조금 급하게 앉았다


방금의 행동에 내심 부끄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잔뜩 경직되었던 허리와 허벅지의 근육이 풀어지는 느낌에 한숨이 흘러나오며 잊혀졌다


저녁메뉴, 3일치 쌓인 빨래, 내일 업무에대한 생각 등등..잡념에 잠기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약간의 개꿈을 꾸고난 후 눈을 뜬 지하철은 빈공간이 없어보일 정도로 사람이 꽉 들어차 있었다


아직 도착역까진 꽤나 남은 상황, 아까 빨리 자리를 발견해서 좋았다고 흐뭇하게 마음먹을때였다


안내전광판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다 내 앞에 서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심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다시 폰으로 고개를 내렸지만 방금 본 여자의 얼굴이 무척 예뻐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혼자 속으로 그 여자와의 결혼 아들,딸 손자생각에 이르렀을때쯤


여자옆에 있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지긋하게 나이가 드신 노약자 부부,


평소라면 애써 못본척 눈을 감거나 휴대폰에 고개를 박으며 모른척 했지만


내 앞에 서있는 미모의여자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일어서 버렸다


멋쩍은 모습으로 자리를 양보할려던 찰나,


내 옆에 앉아있는 남자도 일어나더니 노부부에게 정중하게 자리를 양보했다


나는 그냥 일어나서 벌쭘하게 서있었고


그 남자는 노부부가 괜찮다고 사양하는걸 신경쓰지마시고 앉으시라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참..훈훈한 모습이었다. 상황자체도 그렇지만 그 남자의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더욱 더 훈훈한 상황이었다...


결국 노부부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앞에 서있는 훈훈한 남자와 잔잔한 담소를 나누며 고마움을 전했다


난,,,그냥 아까 뻘쭘하게 서있는 그 상태 그대로였다


아마 나는 잊어버렸거나 내가 그냥 다음역에 내릴거라 생각한듯 싶었다


괜히 씁쓸한 마음을 곱씹으며 슬썩 곁눈질로 미모의여자를 쳐다봤다


역시 아까의 그 훈훈한 상황과 훈남이 신경쓰이는듯 바로 옆에 서있는 그 남자를 자꾸 쳐다보는게 보였다


아까보다 배는 더 입맛이 썼다


아직 집에 도착할려면 30분은 더 가야된다는 사실에 허리가 벌써부터 아플것 같았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삼킨 뒤, 그냥 휴대폰에 집중했다


어느새 잔잔한 담소는 그 여자도 끼게 되었다


인자한 노부부와 그앞에 나란히 서있는 훈남훈녀....그림이 너무 좋았다


노부부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둘이 참 잘어울린다고 이것도 인연인데 만나보라고 익살스럽게 말한다


쑥스럽게 웃는 훈남훈녀와 그걸 곁눈질로 바라보는 나..


씁쓸한 마음이 최대치가 되었다


그냥 다음역에서 내려버렸다


이걸로 그 노부부는 내가 양보한게 아닌 그냥 내릴때가 되어서 일어난거구나 하겠지


날 기억했을때의 일이긴하겠지만...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며 멍하니 서있을때 갑자기 드는 생각,


그래도 내가 먼저 일어났으니 배려하는 마음만큼은 내가 이겼지 않았을까...?



유치하다 생각하며 ' 풉 '웃음이 나왔지만 아까보단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소설속 이라면 분명 나한테 플래그가 섰을텐데....ㅆ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