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짝! 짝! 짝!


   침침한 동굴 속에 느닷없이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침입자인가."



   시체에 코를 박고 트롤의 심장을 관찰하던 알베르는 가볍게 손짓해 박수치는 손을 멈추게 했다. 토벌대를 전원 생포해서 좀비로 만든 뒤 돌려보낸지 채 달도 되지 않았건만,비루한 목에 걸린 현상금이 얼마길래 부나방들이 꼬이는지.





   "눈아, 둘에서 하나가 되어 외로운 눈아. 나의 짝이 

되어 네가 보는 것을 보여주려무나"





   한쪽 눈을 감고 가볍게 주언을 외자 알베르의 시야에 몇 명의 패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메고 있는 무장은 무겁지 않다. 정교하지도, 비싸지도 않다. 얇은 갑옷 속의 몸뚱아리는 크지만 과연 그 속에 근육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쯧, 폐기물들이 추가됬군. 비곗덩어리는 이제 필요가 없는데. 장작으로 써야 하나?"




   혀를 차며 알베르는 벽면으로 다가가 미리 세겨 놓은 룬 문자들을 만지작거렸다.



   "음...주의를 끌 놈 하나...아니 둘? 거기다가 자폭병 셋 정도면 되겠지. 그리고 청소부도 하나 넣고."




   

  계산을 마친 알베르가 룬에 힘을 불어넣자 문자들은 보라색으로 스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쾅! 





  ".......끝났나"





    알베르는 발을 끌며 문으로 다가갔다. 청소부가 들어오게끔 잠금마법을 해제해놔야 했으니. 폭발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진 비곗덩어리들은 알베르로써도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뭐. 다 자원 아니겠는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쓸 곳은 찾기 나름인 법이다.




   그렇게 알베르가 문을 열고 자리로 돌아갈 때.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오늘은 손님이 많군. 시끄럽다."





    

    다시금 울려퍼지는 경보소리에 알베르는 다시 눈을 쓰려 했으나 이게 웬걸.



   '....눈이 파괴되었다? 마나도 없이 어두운 동굴 천장에 박혀 있는 안구체를?'




   알베르의 입가에 질척한 미소가 피어올려졌다.




   '기사. 최소한 마나 사용이 가능하고. 키메라를 탐지했다면 성기사일 확률이 높다. 이거, 거물이 납셨군'





   "귀야, 둘에서 하나가 되어 외로운 귀야. 내 짝이 되어 네가 듣는 것을 들려주려무나"





   [....지독하군. 끔찍한 장소구나]




   '거기다가 여자인가! 좋구나, 좋아. 여자는 표본으로써의 가치가 높지. 음.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로구나!'




   알베르는 한걸음에 달려가 룬 문자를 어루만졌다. 




   "음, 좋다, 그래.....일단 오크에다 갑각피부를 이식한 것들. 수명은 형편없지만 좋은 방패지. 그리고 자폭병. 아니, 성기사의 몸에 시체폭발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오희려 인간들을 가지고 만든 장난감으로 놀래키는 게 낫겠군. 키히히...."



   알베르가 룬 위를 훑고 지나갈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강한 빛이 문자에 차올랐다. 다섯? 여섯? 모른다. 알베르는 오랜만에 들어온 실험체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래, 그리고 가장 최근에 만든 야심작까지....크큭. 이정도면 흠집 하나 없이 확보할 수 있겠지."




   수하들을 모두 내보낸 알베르는 해부하던 시체도 내버려두고 의자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머리에는 싱싱한 실험체로 해볼 온갖 구상들이 휘몰아쳤다. 이것도, 저것도, 그리고 이것도...해볼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최대한 고장나지 않게 해야겠지.



   알베르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밖에서 들려오는 전투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상관없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밖이 조용해진 것을 알아챈 알베르가 희희낙락하며 연구실의 문을 열어재끼자.



  -퍽!




    롱소드 하나가 알베르의 목을 꿰뚫었다. 눈을 굴리며 자신의 앞을 처다보려 애쓰는 알베르에게 울려퍼지는 한마디.




  "........다음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