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에서 거대한 마력이 관측되고 며칠 뒤,
용사 파티가 돌아왔다.

길고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왕도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마왕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구해내고 돌아온 용사 파티는...망가져 있었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서.

날카로운 눈을 지녔던 용사는 이젠 멍한 눈으로 신음 소리만 연신 흘렸고,

복음을 전파하던 성녀의 입에선 헛소리와 실소만이 나왔다.

다른 파티원도 상태가 좋지 않았던건 매한가지였다.

그들을 진찰한 대마법사는 영혼을 태워 마력을 억지로 이끌어냈기에 벌어진 일 같다고 분석했다.

며칠 뒤, 영웅들에게 주기로 한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 되었다.

용사 파티에겐 제대로 된 보호자라 할 만한 사람이 없었거니와, 사리분별도 못하는 이들에게 기존에 약속한 보상만 덜렁 쥐어주고 내보내는건 도리가 아니지 않는가.

도덕적인 문제뿐 아니라 그들의 무력이 대륙에서 한 손에 꼽힌 다는 것도 한 몫했다.

긴 시간의 회의 끝에, 대성당과 연합국은 나름의 묘책을 만들었다.

현자들이 용사들을 제정신으로 만들 방법을 찾는 동시에, 약속한 보상 일부를 떼어 믿을만한 이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그들을 보호하는건 어떻냐고.

계획을 위해, 용사들의 힘과 병자들의 꼬장을 견딜 문무겸비의 인원들이 전 대륙에서 수배되었다.

특출나게 무력이 뛰어난건 아니었지만 성녀가 머물던 고아원의 책임자였기 때문인지, 난 제일 먼저 운영자로 발탁되었다.

그리고 요양원을 여는 첫 날.
이곳엔 아직 나 혼자 뿐이었다.

직원들이 아직 오는 중이라 기다려달라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가구만 다 놓자마자 용사들을 입주시켰다.

아무리 봐도 폭탄 돌리기다.

그렇지만 이래봬도 10년 넘게 고아원을 운영해온 몸.
이런 위기쯤은 수도 없이 넘겨왔다.

"으...으어어!!!"

"괜찮아...괜찮아...갠차나.. 흐흫흐ㅎ"

"(괴상한 흥얼거림)"

"커어어...."

"아빠! 히히힣 아! 빠!"

난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용사 파티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아녀하세요오오"

"커어어어어어"

"압빠아아"

"첫 만남을 기념해서 고향 음식인 호두파이를 구워왔어요. 맛있게 먹고 앞으로 잘 지내봐요~"

"호-두-파-이!!!!!!!!"

"가안시이익!! 가아안시이익..."

"꺄아아아~"

이 초인들 틈바구니 속에서, 내가 며칠동안이나 안 죽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

한편,

마왕의 적녀가 백치가 되어버린 파티의 소식을 접하고

그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마왕군의 정예를 모아 인간령으로 향하는건 또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