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에 걸친 대전쟁이 끝나고

상처투성이로 변한 대륙의 잿더미 위에도 평화가 되돌아왔다

양군은 서로가 잡은 포로를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하는 데 합의했고

곧 수많은 사람들이 초라한 몰골과 눈물 가득한 얼굴로 가족의 품에 안겼다

허나 겨우 찾아든 감동과 따사로움도 잠시, 이는 양 세력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의 발단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부른 배를 안고서 돌아온 공작가의 장녀, 에우리노스가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몬스터에게 윤간당한 아픈 기억을 꺼낸 공녀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공작의 파발을 따라 이 소식은 널리 퍼져나갔다

다시금 불어오는 짙은 피비린내에 모두가 긴장하였으나

이 갈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버리게 되었으니

태어난 아기의 피부색이 옅은 초록색이었다는 점과,

각각 오우거, 오크, 고블린을 대표하는 세력의 수장들이 해명문을 보내온 것이었다


'잉간, 여자, 오우거 좌지, 안 두러간다.'

- 오우거 왕, 골그투스

'도끼를 내려놓은 전사의 명예를 모욕하지 말라.'

- 위대한 대족장, 모르쿠스 스컬크러셔

'마신께 맹세코, 우리는 상품에 손을 대지 않는다.'

- 루나틱 문 기업연합 32대 회장, 스나글 옐로핑거



분노한 그린스킨들이 함성을 지르며 다시 깃발과 병력을 모으기 시작하자

당황한 공작은 칩거한 공녀에게 달려가 거칠게 채근했고

결국 너무나 커져버린 일을 감당하지 못한 그녀가 이실직고하기를,

부푼 기대를 안고 오크 간수들에게 매달렸으나 처참히 거부당했으며 


감옥의 청소용 비품인 그린 슬라임을 자위에 이용하다가 발생한 참사라는 것이다

상상조차 못한 전개에 장붕이우스 공작은 머리를 감싸쥔 채 한숨만 내쉬었고

그의 서재에는 사과, 해명, 협력, 읍소, 용병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서신들이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