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동물. (저자 이미루)


어쩌다 구해서 읽게 된 소설인데, 손에 꼽을 정도로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소설 아닐까 싶다.


맛이 간 두 주인공의 이세계 여행기, 거기에 식인을 소재로 곁들인... 


끓이고 굽고 삶고 케이크로 만들고...


정말 요리물 마냥 군침 도는 묘사가 나오지만, 그 식재료가 전부 사람이라는 점이다.




줄거리 - 


무협 세계에서 온 '동방연'과 현대에서 온 '권현성'은 각자 소환서를 다루다 고대신의 분노를 사 이세계로 전이됐다.


두 명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함께 움직이지만, 계속해서 쇼킹한 경험을 한다.


처음 들어간 식당에서 맛이 이상해 주방으로 쳐들어갔더니 갈고랑쇠에 꿰어진 내장이 빠진 인간 고깃덩이와 악취가 반겨준다.


그렇다. 이세계는 쿠르트라 불리는 합법적인 식용인간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어쩌다 들린 마을에선 탈출한 식재료가 린치 당하는 걸 보고 무시했더니 다음 날 고기가 되어 자신의 식탁 위로 올라온다.


잠입한 도살장에선 식용인간이 비명을 지르고, 출하를 위해 결박 후 뇌수술을 통해 자아를 파괴 당하는 걸 직관한다.


이세계 탈출을 위해 정보를 모으고자 높으신 분들이 주관하는 대회에도 참가하는데, 


읽는 이들에게 멘붕을 선사하는 요리대회 파트가 진국이다.


평범한 식재료를 택한 동방연과는 달리, 권현성은 도살장에서 봤던 안면이 있는 식용인간이 식재료 중 하나로 나오자 놀라서 바로 낚아챈다.


본의 아니게 감독관에게 안목이 좋다고 칭찬을 받아 꼼짝 없이 요리해야할 처지가 되자 멘붕한 현성.


눈 앞의 식재료와 멀쩡히 대화까지 통하니 '동등한 인간'으로 인식하게 된 건지 설득하기 시작한다.


'너같이 똑똑한 애가 죽고 싶어할리 있겠냐, 살고싶지 않느냐'고 묻지만, 요리재료는 '자신은 그저 먹히기 위해 태어났다'면서 무덤덤하게 조리법을 읆어준다.




- 정신 나갈 것 같은 본문의 묘사 일부...


간만에 재밌는 소설이었다.


1권을 끝으로 출판사에서 손을 놓은건지 후속작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현재 인터넷에 흔적조차 거의 남지 않은 소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피투성이 성녀 롯테와 악몽신사 등도 모조리 절판 혹은 사이트 폐쇄로 볼 수 없다는게 아쉽다.


주인공들도 마음에 들었다. 


무협 세계에서 온 동방연은 조금만 얄밉게 굴어도 사람을 반병신 만들거나 죽이는 전형적인 사이다물 사이코형 캐릭터고,


현대 세계에서 온 권현성은 유순하고 동방연을 제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어딘가 똘끼가 숨겨져 있는 인간이다.


앞으로도 이 두명의 깽판을 보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