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마왕 왜?!"

"그렇게 멍청하게 반응하지 말고 무기를 들어요 용사님!"

"하이쿠를 읊어라!"


서걱--


고작 한 번의 칼짓이었다. 고작 한 번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에 용사의 일행은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어째서 마왕이 여기에......"


유언은 그게 다인가. 이번 용사도 쓸모가 없군. 오기까지 너무나도 오래 걸려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하렘이나 꾸리고 있었던 거냐.


"멍청한 자식. 기다리기 지루해서 잠입했더니만 이런 꼴이라니."


계속 마왕성에만 있기에도 너무나도 지루했다. 부하들도 일을 열심히 해서 내가 뭐라 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즐거운 일이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없었다.


그 와중에 눈에 띄던 게 있었으니, 바로 누군가가 남겨둔 '닌자'의 기록.


그에 나는 홀린 듯이 그 기록을 모두 읽었으며 체득했다. 남아도는 시간을 유의미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나날이었다.


그리고 '닌자'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아냈다 싶을 쯤에,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 용사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잠입하면 되는 거 아닌가?'


누가 말했던가, 갑자기 암살자들이 모두를 쓸어버리는 전개 이상으로 재미가 있어야 진정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해서 재미있는지 아닌지 알아보면 되는 거 아닌가?


"용사 몰살의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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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던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때 닌자가 나타나서 다 쓸어버리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고.


용사들의 스펙이 계속 올라가서 잠입도 처리도 신중하게 해야되는 닌자 마왕을 누가 써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