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 왜 그래요 진짜! 저 성녀 맞다니까요?!"
흩날리는 찬란한 금발, 물기에 반짝이는 푸른 청안, 맑고 단아한 목소리까지 그녀의 외관은 누가봐도 의심하지 않을 성녀(聖女) 그 자체였다.
허나.
"개소리하고 있네. 성녀가 복장이 왜 그래."
때 하나 타지 않은 순백의 원단과 화려하게 차려진 레이스는 가히 미의 여신도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었지만 내 눈에는 가식적이기 그지 없었다.
"예쁘기만 하구만 뭐가 문제인가요!"
"노출이 없잖아!!!"
노출이 없다. 옆트임도 등골도 하다못해 허벅지 마저 철저하게 가려진 저 법복은 안에 착용하는 여성의 신체를 엄숙하게 가린 철통보안의 요새 같았다.
"예에-?! 아니, 지금 성녀에게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저는 홍등가의 창부가 아니라고요!"
"성녀(性女)와 탕녀가 무슨 차이라는 거지?"
"미치셨어요?! 그 성(性)이 아니라 이 성(聖)이겠죠!"
발끈하는 성녀의 움직임이 격해지자 흩날리는 바람을 타고 그녀의 체향이 은근하게 풍겨져 온다.
"샴푸향이 아니야?"
"꺄악-?!"
조용히 킁킁거리던 내 모습에 경멸감을 느꼈는지 성녀는 제 몸을 감싸며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최악이에요 진짜! 당신 같은 방탕한 사람은 주신님이 가만히 안두실꺼라고요!"
"뭐?"
흠칫하며 그녀의 말을 들은 내 표정이 차갑게 굳어져갔다. 그늘진 안면에 싸늘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성녀 또한 덩달아 무안하지기 시작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죄, 죄송해요. 아무리 화가 났어도 해도 될 말이 있고 하면 안될 말이 있는데..."
"아니, 그거 말고 방금 주신이 뭐?"
"네?"
믿을 수가 없다. 저건 절대로 성녀가 아니다.
"성녀가 신을 믿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