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데빌 헌터다


그럭저럭 유능하다고도 생각한다


실패하는 즉시 사망이 확정되는 이 업계에서 5년이나 살아왔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악마 3마리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 .... 이봐 꼬맹이, 넌 뭐냐"


내 집 앞에 놓여있던 것은 상처받고 누더기를 입고 있는 한 소년이었다


소년이라고도 부르기에 애매한 나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소년의 머리에 자라나 있는 뿔이었다


둘 중 하나는 잘려나가 있었다


악마다


"... 오늘은 이 누님이 정말 힘들게 일하고 왔거든? 일하기 정말 싫으니까 그냥 좀 가줘라... 응? 죽을거면 다른데 가서 죽으라고"


소년은 푸르디 푸른 눈으로 나를 바라 볼 뿐이었다


자세히 보니, 소년의 팔다리는 모두 부러져 있었고 몸 곳곳에도 학대의 흔적이 있었다


"...죽고 싶냐?"


소년은 말 없이 눈을 깜빡였다


"그럼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네. 나는 악마를 죽이는 사람이긴 하지만, 악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해주는 사람은 아니거든. 오히려 그 반대지"


다시금 소년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냥 뭐랄까, 귀찮아졌다


어짜피 나둬도 곧 죽을 놈 처럼 보이는데


"그나저나, 남성형 악마는 드문데...."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 소년을 업고는 집 안으로 들여다 놓은 것일까


소년은 작은 움직임에도 상처가 자극되는지 옅은 비명을 흘렸다


"...시끄러우니 비명지르지 마라  확 살려버린다"


내가 듣기에도 뭔 개소린지 모르겠다


것보다 나는 왜 이 꼬맹이를 내 집 안에 들여놓았는가


그냥 변덕이려나


내 의도는 전해졌는지, 악마 꼬맹이는 억지로 숨을 참아가며 비명을 참아대었다


그리고 곧 기절했다







기절한 꼬맹이의 몸의 이곳저곳을 조사해 보았다


악마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뿔이 잘려나간 것 부터 의심스러웠다만....


아마 이 녀석, 사육장에서 도망친 인큐버스 같다


악마 세계에선 인큐버스 같이 멸종 직전의 종족들이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달 전에 죽은 선배가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뭐하는거냐 난"


하지만 인간세계에선 악마는 팔리니 마니 하는게 아니라 그냥 퇴치해야하는 유해생명체일 뿐이다


그런데 난 왜 이 악마새끼를 치료하고 있는 것일까


내 옛날 모습이 떠올라서려나


아니면 내 일말의 인간성이 드디어 눈을 뜬 걸까


....일단 이 꼬맹이 녀석이 눈을 뜨면, 그때부터 생각하자


오늘은 그냥 다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