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공포영화에나 나올것 같은 허름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해보였다.

이건 또 뭐하다 온 인간일까..

내가 정신과 상담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아 이 사람은 말이 좀 통하겠구나' 혹은 '아 이 사람은 말이 좀 안통하겠구나' 하는걸 어느정도 캐치 할 수있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말이다.

눈앞의 환자는 딱 보아도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한 그런 유형의 인간이 확실해 보였다.

그에 나는 찡그려지려는 인상을 최대한 피려고 노력하였다.

뭐 심리상담사가 무조건적으로 심리상담 상대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나름 이 일을 3년간 하다보니 환자못지 않게 멘탈이 갈려나가는 일이 자주 겪었다.

뭐 이런 종류의 넘겨짚기는 일종의 직업병이라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것 또한 직업의 도리.

나는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환자의 말을 되짚어 주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저기 저 하늘의 빛나는 별들이 모두 '위대한 인간' 이라고 생각하신다는 말이죠?"

"그렇다. 그들은 실로 위대하며 감히 우리가 대적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선생님, 인간은 우주에서 숨을 쉴 수 없는걸요?"

매우 일반적인 사실.
나는 환자가 말한 이야기의 허점을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활용하여 반박해주었다.

당연히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만큼 내 반박에 반박하기도 쉽다.

구체적으로 어디의 누구누구는 숨을 언제까지 참을 수 있다는데요? 혹은 예전에 어떤 사람은 숨을 안 쉬고도 사흘을 버텼다는데요? 등등 말이다.

여기서 떠올려야 하는 일은 내가 하는 일은 심리 상담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 상담사가 하는 일은 환자와의 심리 상담이지 환자가 하는 농담따먹기에 일일히 반응하며 그 모든 말에서 이겨먹는것이 아니다.

결국 내가 해야 하는 말은 환자가 이야기 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말이지 그 말로 환자의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하나하나 그것을 깨 부수는말이 아니란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양 손을 겹쳐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환자에게 나는 당신을 해칠 무기가 없다는것을 보여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보통 보편적인 반박에 대응하는 환자들의 반응은 두가지 정도이다.

위에서 설명한 누구누구는 아니던데요? 처럼 다른 보편적 논리를 들고와 그것에 반박하는 보편적 반박.

 어떻게든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어 그것에 반박하는 허상적 반박.

내가 겪어봤는데, 내 말에 한번에 수긍하는 환자는 내 3년 심리상담 과정에서 단 한명도 없었다.

아무튼 눈앞의 환자는 후자를 택한 모양이다.

환자는 한 손을 들어 하늘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 별이 보이지 않는가? 정말로 저분의 자태를 보고서도 내 말이 거짓으로 느껴진다는 말인가?"

"아뇨아뇨 선생님의 말이 거짓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전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그런것이 아니냐 물은것 뿐이지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저분들은 공기가 없어서도 살아갈 수 있는 분들이시기 때문이다."

"대단하신 분들이시네요. 혹 그들의 이름에 대해 물어보아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순간적으로 이름을 묻는것에대한 질문을 하는것에 대한 견해를 어쭈어 보는것에 대한 69중첩 의문문 해병문학이 떠올라 실제로 그것을 말할 뻔 한것을 꾹 참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눈앞의 환자는 그런 내 질문에 무언가 고민하는듯 입을 닫았다.

아 이름까지는 생각해두지 않은걸까.

오히려 좋다. 이런 질문으로 환자가 자신만의 상상의 폭을 넓혀가야할 필요를 만들면 그 상상력의 개연성을 위해 더더욱 많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할테고 그런 배경지식을 습득하다보면 결국 자신의 생각에 틀린 부분이 꽤나 있다는걸 깨닫게 될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이비 종교나 자신만의 상상을 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 혹은 미친 사람으로 보곤 하는데 이는 꼭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옳은 말 또한 아니다.

사이비 종교의 경우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멀쩡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어 자신들의 종교를 믿게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웹소설로 치면 조교물의 현실판이랄까?

물론 그 대상이 히로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든 예비 종교인이라는것이 차이점이겠지만.

그리고 자신만의 상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은 사실 가장 일반인에 가까운 편이다.

실제로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생각보다 그들이 논리가 있고 배경지식이 넓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 이유는 이들 또한 원래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장애인에 대하여 '저 사람들은 뭔가 예전에도 저랬을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장애인들도 장애 이전의 자신의 삶이 있었고 자신의 생활 방식이 있었다.

다만 그것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완전히 박살나 버렸을 뿐이다.

인간은 희망이 없을때 정말로 망가진다.

장애인들은 그 희망의 파괴에 피해자들일 뿐이다.

도무지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무엇인가 바뀔것 같지도 않고.

그럼에도 무엇인가 해내고자 발버둥치고 좌절하고.

자기 자신에게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녀석이라며 채찍질한다.

하지만 그 채찍질이 원하는것은 너무나도 높은 이상이기에 결국 제 자신의 채찍질에 자신이 망가져버리고 만다.

그러면 더이상 일어설 힘조차 남지않아서, 그저 누워있기만 한다.

말 그대로 죽지못해 살아가는 삶.

죽고싶지만 죽을 용기가 없어 죽기만을 바라는 삶.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때 평범했던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을 한다.

누군가는 자해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육체적 스트레스로 누르며 버텨내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써 써내며 버텨낸다.

하지만 그런 방법조차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아래로.. 아래로 가라 앉는다.

자해를 통해 생긴 육체의 상처를 닻 삼아 현실을 버텨내는 사람들이 보일때도, 힘든 상황속에서도 끝까지 정말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친 사람들이 기어코 물 밖으로 나갈때도, 그들은 그저 가라 앉는다.

그렇게 가라앉다보면 어느순간 더이상 가라앉지 못하는 순간이 오고만다.

하지만 여기서조차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그저 순리대로 순순이 죽음을 택하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위를 올려다 보아도 희망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아 버렸으니 그 희망이라는것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나도 한때 겪은적이 있었고 지금도 그 여파를 겪고 있으니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이런 상념에 빠져있는동안 내 앞에있던 환자는 어느새 생각을 끝 마쳤는지 자신도 모르게 책상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저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집중해달라는 의미이며 나는 그런 환자의 행동에 금세 상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가 말해보라는듯 환자와 눈을 마주치자 신기하게도 환자의 눈은 아까의 흐리멍텅한 눈과는 다르게 조금 총명해져 있었다.

내가 그 사실에 흥미로움을 느낀것도 잠시 환자가 입술을 달싹이며 입을 열었다.

"그분의 이름은 에일렌이시오. 저기 하늘의 별들중 가장 작은 별을 맡고 계시지."

"그렇군요. 그분은 어떤 분이신가요?"

"그분은.. 강인한 분이시라네. 어린시절 아버지를 빨리 잃고도 희망을 잃지않고 자신의 어머니와 남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가셨지."

나는 순간 눈이 날카로워졌다.
환자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희망에 빗대어 표현하는 순간인것 같았다.

나는 그런 말에 조용히 미소지으며 계속 말하라는듯 눈짓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짓을 알아챘는지 환자는 말을 이어갔다.

"그것은 어머니를 잃었을때도 마찮가지였다네.
하나뿐인 남동생을 위해 어렸음에도 손이 부르트도록 일하고 또 일했지."

"그러던 날중에 그날따라 유독 일이 힘들어 조금 짜증이 났던날이 있었다네.
그날은 일이 너무 힘들어 다른것은 생각하지 않고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던졌지."

"그러자 땡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따듯한것이 등판을 적시는것을 느꼈네.
이불보를 펼쳐 살펴보니 그것은 옥수수 죽이었지."

"그분은 순간적으로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네. 방 안에서 곤히 자고있던 남동생을 깨워 작은 나뭇가지로 엉덩이를 때렸지."

"아까운 죽으로 왜 장난을 치는거야! 누나 속 상하는 꼴 보고싶어? 그분은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을 마구 혼냈다네. 하지만 그러다 어느순간 남동생이 울면서 뱉은 말 한마디에 눈물을 쏟으며 손에 든 막대기를 내려놓으셨다네."

"누나 배고플까봐, 식지 말라고 이불에 넣어뒀어. 울면서 말하는 남동생의 그런 목소리에 정신이 확 든것일세. 그리고 그날은 둘이 엉켜안고 마구 울다가 잠들었다지."

거기까지 말하던 환자는 무언가 속이 막히는듯 눈씨울을 붉히며 입술만 달싹일 뿐 뒷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말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환자의 어깨를 천천히 두들겨주자 조금이라도 더 건드리면 울것 같은 표정을 짓고있던 환자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리곤 환자가 자신의 어깨를 두들겨주는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어디까지 말했었죠?"

"서로 엉켜안고 울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아아.. 그 부분 이후로 제 누나는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듣기로는 노예상에게 잡혀가 어디 암시장에 팔렸다는 소문만이 들렸죠.."

"앞으로 영영 보지 못한다는 생각만을 하고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별으로라도 누나를 만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것 같습니다."

노예상? 암시장? 나는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않은 단어의 선정에 눈앞의 환자의 외모를 다시 보았다.

확실히 어딘가 이국적인 면모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인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의 과거를 판타지 소설에 빗댄것일까?

나는 노예상과 암시장이 몸을 파는 창녀일을 돌려 말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누나가 돈이 부족해 창녀일까지 해야 할 정도였다면..

어느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더라도 누군가 잘 모를만 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눈앞의 환자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위로의 한마디라도 해주려는 순간 환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꽉 잡았다.

"뭐..뭡니까 선생님?"

"상담사 선생님. 혹 상담사 선생님이 절 한번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일 말입니까?"

"일의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발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그건.."

죄송하지만 안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려던 나는 환자에 대한 측은한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변덕인지 내 머릿속으로 생각한 말과는 정 반대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복받으실 거에요!"

"그런데 그 일이란건.."

"아. 곧 알게 되실겁니다."

"그게 무슨말.."

나는 그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시야가 빙빙 돌았다.

그 어지럼증에 나는 그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시야가 어두워져갔다.

나는 이 현상의 원인이 아까의 환자일거라 생각하고 바닥에 쓰러진채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까의 환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차가운 책상과 의자 두개만이 남아있었다.

"이게 무슨.."

당최 무슨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도 의자를 붙잡고 일어서려다 다시 넘어졌다.

그렇게 완전히 의식이 꺼지기 직전, 아까 사라진 환자가 내 귀에 무엇인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립니다 상담사 선생님. 선생님이라면 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부디 별들을 구원해주세요.'

"그게..무슨"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고 난생 처음보는 저택에서 눈을 떴다.

성별은 여성으로 변해있었다.
키는 작은편에 말라있어서 한대 툭 치면 부러질것 같은 몸이었다.

변한 육체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던것도 잠시 내 옆에 있던 메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지금 깨어나게 된 이 세계는 내가 원래 있던 지구와 다른곳인것 같았다.

나는 이 세계에서 부모님 양쪽을 다 잃은 돈만 많은 소녀였고 그 마법 아카데미? 그런곳을 졸업하였다고 한다.

이 세계는 드래곤이니 오크이 하는 판타지 생물이 정말로 존재하는 세계였고 나도 처음엔 혹시 그런 몬스터랑 싸워야 하는건가 하며 긴장하기도 했지만 약 3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어차피 그런것들은 죄다 용병이 해치우거나 도시 차원에서 토벌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하아..하아.."

밖으로 나와 채 10분도 걷지 않은것 같은데 이 비루한 몸은 벌써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3개월간 꾸준히 산책을 하는 노력으로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3개월 전의 나는 어떻게 그런 몸으로 살아갔는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꼭 이 육체에 나쁜점만 있는것은 아니었다.

육체능력은 정말 바닥을 치지만 그나마 좋은점이 있다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골목을 도는 순간이었다.

"윽..!"

"아야!"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진청색 머리카락의 소녀와 부딫혀 흙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것도 이 몸으로 바뀌며 생긴 휴유증인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별것 아닌 고통만으로도 이 허접한 몸은 눈물이 찔끔 났다.

그리고 그런 내 상황과 다르게 나랑 같이 부딫힌 소녀는 넘어지지 않았다.

바닥에 넘어진채 나와 부딫힌 소녀를 올려다 보자 소녀는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하긴 저런 반응이 정상이기는 하다.

딱 봐도 나 돈 많아요~ 하고 다니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있는 나였기에 함부러 일으켜 세워준답시고 손을 건냈다가 괜히 책을 더 잡혀서 벌을 받는 상황이 무서운 것이리라.

나도 이곳에서 3개월동안 살며 그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내가 먼저 일으켜 달라는 표시로 소녀에게 손을 건냈다.

..짜증나는 사실이지만 이 몸은 혼자 몸을 일으키는데에만 1분을 써야하는 허약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반응에 멍하니 내 손을 쳐다보고있던 소녀는 황급히 그런 내 손을 마주잡고 일으켜주었다.

맞잡은 소녀의 손은 평소에 궃은 일을 하는지 곧곧에 굳은살이 잡혀 울퉁불퉁했다.

"죄..죄송합니다!"

"못볼 수도 있는거지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하지만..귀족같아 보이시는데.."

"레아 폰 시트러스. 최근 몰락했다는 그곳의 사람입니다. 그리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억.."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눈앞의 소녀는 마치 지뢰를 밟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 딴에는 안심하라는 의미로 말 한 것이었는데 소녀에게는 탈룰라로 들린것 같았다.

요즘 3개월간 사교계니 뭐니 하며 귀족들과 만나다보니 그 도중에 생기는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온것 같았다.

내 배려의 부족함을 느끼며 양손을 모으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내 3년간의 심리상담 경험때문에 나도 모르는 새에 생긴 버릇이었다.

나는 내 앞에서 어쩔줄 모르며 우물쭈물하고 있는 소녀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벌 같은건 내리지 않습니다. 이제 가셔도 좋아요."

"정말요..?"

"네. 아 혹시 이름이?"

나는 나의 그런 말에 얼른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아 이름을 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곳에 오기전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이 일인만큼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름을 묻고 있었다.

별 기대를 하지않고 물었던 것이지만 이내 소녀에게서 들려온 대답에 내 눈이 동그래졌다.

"에일렌이에요.."

그렇게 말하고선 얼른 자리를 뜨려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다급한 마음으로 소리쳤다.

"잠깐만요!"

"네?"

"이름이 에일렌.. 이시라구요?"

"네? 네.. 혹시 문제라도.."

"아뇨. 문제는 없는데 혹시 한가지만 물어보아도 될까요?"

"네 물어보세요"

"혹시 부모님 양쪽이 돌아가셨고 남동생이 있나요?"

"혹시 저 아세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역으로 그렇게 물어오는 소녀의 모습에 나는 머리가 복잡해지는것을 느꼈다.

아마 내가 정신을 잃기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이야기의 소녀가 맞는것 같은데..

나는 소녀의 모습을 힐끔 보았다.

소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복잡한 심정을 애써 뒤로한 채 그런 소녀에게 이쪽으로 오라는듯 손짓하며 말했다.

"잠깐만 이쪽으로 와봐요.."

"네..? 혹시 저 진짜 뭔가 잘못한건가요..?"

"아니니까 빨리 와봐요."

이내 소녀가 겁에질린 표정으로 내게 서서히 걸어왔다.

누가 보면 잡아먹는줄 알겠다.

그 답답한 모습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안잡아먹으니까 빨리 와봐요. 우리 저택에 초대하려는겁니다."

"저택에..초대요..?? 저를요?? 왜요..??"

"아 오는김에 동생도 대려오시면 됩니다. 이유는 제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요."

"일단 알겠어요.."

소녀가 미심쩍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지만 일단 코앞이 집이었는지 동생을 대리고 밖으로 나왔다.

사실 소녀의 반응은 합당한 것이다.

처음보는 사람, 그것도 귀족이 대뜸 자신의 집으로 본인을 초재하겠다고 하면 누구든지 이상하게 여기는 법이니까.

하지만 일단 나도 명색의 귀족이니 소녀가 그런 의심을 한다해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소녀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있는지 저항하지 않았고 말이다.

그렇게 소녀와 내가 기절하기전 나와 대화 하고 있었던 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 둘을 대리고 저택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하지?"

막상 대려오고 보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뒷조사라도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메이드를 불러 뒷조사를 명령 내렸고, 나는 이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것을 뒷조사를 의뢰한 길드가 반파되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식탁에서 음식을 거의 흡입하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우으? 애오?"

"아뇨. 아닙니다. 잘 먹으시네요"

"아으 지으하니아"

"밥 다먹고 얘기하세요. 굳이 말 안하셔도 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저택에서 놀고 먹는다는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길래 내 전속 메이드로 취직시켜줬건만.

이건 메이드라기보단 그냥 먹보였다.

그래도 신기한점이 있다면 검술 실력 하나만큼은 미친듯한 속도로는다는것일까.

이 멍청이는 일이 얼마나 커져가는지는 알고있는걸까.

멍하니 그녀가 밥을 먹고있는 모습을 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밤. 귀신같이 저택안으로 암살단이 칩입했다.

상관없다. 별은 실로 위대한 인간이다. -fin-

아 이거 글이 산으로 갔다는 느낌이 강한데

아무래도 '상관없다
별로 중요한 인간이 아니다.'를
'상관없다. 별은 중요한 인간이다.' 라고 읽고 그 문구가 엄청나게 시적인 느낌이라 아무런 생각도 없이 바로 쓴 글이라 그런것 같습니다.

소재구상을 1분도 채 안하고 했으니 글이 산으로 갈만 하다는 생각도듭니다..

하지만.. TS는 좋은걸요..?